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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소회

3 이명래 2 2,931 2015.03.21 09:30
1. 단련 시기
 
결혼을 하던 해부터 약 2년간은 온천단지에서 꽤나 좋은 호텔공사에 참여했었는데, 가끔씩 건축주인 회장님이 헬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하시면 폐기물이 와장창 생겨났습니다.
30년 전에 헬기를 타고 현장을 방문할 정도라면...
 
설계변경...
아니었더란 말씀입니다.
기존의 설계가...
 
하여, 쌓아 놓은 벽돌벽이 부서지고 다시 보완적 설계가 필요해서 설계기사 한 사람이 현장에 상주하여 회장님의 의중에 맞춰서 실시설계가 이루어지는 설계. 시공 동시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회장님의 방문 이후부터 설계기사는 언제나 분주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욕실 수전벨브가 타일의 중앙이나 네 귀에 맞게 설치되어야 했고, 공동화장실에 일렬로 나열된 소변기는 일정한 간격이 타일나누기에 딱딱 맞게 떨어져야 했습니다.
 
목재 문틀에 칠하는 투명 래커 7회 도장 검사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뺑끼쟁이와 꿀장사는 부자지간에도 믿을 수 없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시던 현장소장님은 외국에서 유명한 호텔공사를 했던 분이셨고, 제게 작업지시를 하달하던 원수급자 측의 기사는 학부를 졸업하고 해외의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가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원칙을 벗어날 수 없는 조건에서의 공사였습니다.
 
책에서만 보고 직접 접해보지 못했던 내산모르타르를 시공하기 위해, 한 나절이나 걸리는 거리인 가장 가까운 포항에 나가서 블로운 아스팔트를 구입해서 직행버스 짐칸에 싣고 돌아 와서 드럼통을 반으로 갈라 끓였었고, 철판 위에 모래를 펴고 그 밑에 불을 때서 절건사를 만들어서 아스팔트 모르타르를 비벼 밭테리실에 발랐으며, 타일 떠붙이기를 한 후 두드림봉 검사에 의한 결과로 인하여 식당 벽 전체 타일을 모두 뜯었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이틀동안 뽀글뽀글 방울을 일으키면서 물은 들어가는데 세는 곳이 없어서  이를 찾아 헤메던 수영장 담수테스트에 대한 것과, 걸레받이와 계단 끝단인 논슬립 코의 위치가 서로 맞지 않아서 마감된 계단을 다시 뜯었던 것 등등 제가 겪었던 건설현장 역사에서 가장 혹독(?)했으며 한 편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집을 짓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배웠던 현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설계했던 사람이 준공단계에서 현장을 방문하여 '집 버려놨군'하면서 이틀 예정으로 왔다가 한 나절만 돌아 보고 갔다는 얘기를 듣고, 뭘 어떻게 버려놨다는 것인지가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보는 시각에서 설계자와 시공자의 인식이 다를 수 있겠지만...
 
2. 아닌 것
 
나사못은 쓸만큼이 비닐봉지에 담겨서 제품과 같이 포장되는데, 네 곳에 꼽아 드라이버로 돌려 조여서 시공해야 할 것을 세 곳에만 망치로 쳐서 박아댔기 때문에 못이 남고 문짝의 위치가 수직이나 수평이 제대로 맞지 않은 것이었으며, 공동화장실 변기 설치를 계획하며 바닥 타일과 칸막이벽의 문짝 크기 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변기가 한 쪽에 치우치고 문짝 양 면에 남는 치수가 일정하게 맞지 않은 것 등이 사용과정에서 고장의 원인이 되며 또한 의장적 효과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것 즉, 공동주택의 신발장이나 싱크대 공사를 하고 나면 나사못이 남아서 바닥에 굴러다니며 문짝의 상. 하라인이 서로 맞지 않아서 이빨 틈 벌어진 것 같은 모양을 지적하고, 학교 화장실 칸막이벽과 타일을 기준하여 변기와 문짝이 중앙에 설치되지 않았을 때 이를 책망하는 저는 현실에 맞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레이져 측정기를 사용 중인데 내장공사를 하는 업체의 책임자가 이를 잠깐 사용하자고 해서 그러라고 하였는데, on상태의 기구를 off시키지 않고 들고 가려고 하기에 이를 막았더니 '나도 노가다 20년을 했는데 이런 기구 하나 다룰 줄 모르는줄 아느냐'는 핀잔과 함께 측정기를 내팽겨치면서 씩씩거리는 것을 겪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3. 나이 듦과 잔소리 그리고 반성
 
며칠 전, 실내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방문하여 일. 학습병행제에 대한 외부전문가로서 자문을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총론적 관리와 각론적인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설계와 시공에 관련된 제 얘기가 귀에 거슬렸었는지, 그곳 담당자께서 제 말을 은근 빗대어 꼬았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반짝거리게 빛나는 표면이 있는가 하면 송판을 거푸집으로 대서 거칠은 표면을  그대로 표출함을 두고, 어느 것이 원론이고 지향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작은 고민입니다.
 
물론 설계자의 의도는 사용자가 원함에 따르면 되는 것이지만, 비전문가인 의뢰자에게 적정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정도는 갖추고 있으며 설계의도를 현상에 나타낼 수 있는 기술이나 기능은 갖추었는지 즉, 설계자나 시공자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나 성능을 제대로 알고 표현할 줄 알며 이를 만들지는 아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반짝거리는 표면을 평편하게 만들기 어려워서, 아예 거칠게 만들면서 그것 또한 다른 멋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고라는 요상한 개념을 끌어들여서...
 
그 집, 제가 외부전문가로 자문을 했던 업체 사무실 천장이 합판을 대서 만들었고 벽과 기둥 등 수직부위는 송판을 대서 만든 노출콘크리트였습니다.
 
다음 차의 자문에서는 보다 더 저를 낮추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상대가 저와는 다른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우를 범함이 나이 들어 가기 때문인지 아닌지도 궁금하답니다. 요즘은...
 
 
 
 
 
 
 
 
 

Comments

G 홍도영 2015.03.21 19:59
천정도면 그리는 것과 타일도면을 도기에 맞추어 그리는 거...사실 지금도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거기에 타일크기가 바뀌면 더 귀찮아지고 누가 대신 해 주기를 지금도 은근히 바랍니다.
제가 한국관련 일을 얼마 전에 준비하면서 "헉"하고 놀란 것이 있는데 큰 시행사 분들이라 큰 것만 하다보니 거기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행정과 관련 된 것, 건축하면서도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님에도 그 분야의 기준까지 챙겨서 인허가  혹은 시공관련 내용을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남의 나라 기준까지 무슨 시방서에 들어가는 것 같았고...그 느낌이 뭐라 할까요! 내용보다는 신뢰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점검용 즉 책임회피용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건축가가 아무리 날고 기고 하더라도 창호를 만드는 회사의 전문가가 꽤고 있는 기준을 알지 못할 것이고 시공사가 관여하고....물론 기본적인 것은 이해를 하지만!
현장에 감리업체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그게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라고 봅니다.
믿지 못하기에....
그러니 몰라도 서류만 있으면 적어도 내 책임은 아니다라는 의미!
순서없이 적습니다만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현장에 도착한 단열재를 검사하고 오케이 해서 시공을 한 후에 단열재 문제로 하자가 생기면 그거 누구 책임인가요? 검사하고 오케이 한 현장소장이나 감리 아니면 생산업체!
이해는 가지만 그걸 왜 단열재의 "단"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검사를 해야 하나요?
그것도 없으면 더 형편 없어지기에 그런 건가요?
각 방면의 전문가들을 믿지 못하는 현실과 그렇게 만든 전문가들의 책임인가요?
1 정용주 2015.03.21 20:55
두 분 말씀
전설과 같은 이야기 입니다.
깊은 무게가
느겨집니다.

새로운 봄입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