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설계/시공/하자 등의 모든 질문 글은 해당 게시판에 해주세요.

여기에 적으시면 답변 드리지 않습니다.

 

푸닥거리 2

G 지배철행간독 3 1,814 2017.12.15 23:51
푸닥거리 하시던 할머니 또는 아주머니는 파트타임 무속인이었습니다. 먼저 글에서는 어디서 오시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동네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얼굴 볼 수 있는 분들이었죠,  푸닥거리하는거 대충 눈대중으로 배워서 칼세우기 좀 하면 하루 일당 생기는데 하지 않을 분 있겠습니까? 그 어려운 시절에?? ㅋㅋ

푸닥거리 정리 하겠습니다.(현대 과학적 입장에서... 또는 엘리아데의 서적에서 배운 지식에 입각해서)

1, 음식물정리
 냉장고 없던 시절에 사람이 탈이 나면 대체로 음식물이 그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집안의 음식물을 정리하는 행위는 과학적 타당성이 있습니다.

2, 칼 또는 닭던지기.
이 부분에서 제 기억이 애매모호한데요... 닭던지기가 먼저인지 아니면 칼던지기가 먼저인지 확신을 못합니다.  그러나 무속적으로는 둘 모두 명확한 의례입니다. 저주받은 어떤 존재(닭... 최근의 정치적 상황을 빗댄거 아닙니다)를 던져서 내쫓습니다. 그러나 사악한 영은 쉽게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칼을 던지는 상징적 행위로 사악한 영을 위협하여 축(逐)합니다.

3. 음식물 뿌리기
 정리한 음식물에 막걸리 등의 제주(祭酒)를 붇고 집안 여기 저기 뿌리는 행위도 무속적으로 완벽하게 이해되는 행위입니다. 위협해도 안나가는 영혼을 음식물로 달래서 내보는 것입니다. 과학적으로는 술로 소독.....

4, 제가 앞선 글에서 말하지 않은 부분.......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닭을 잡는 경우가 있고, 잡지 않고 파트타임 무속인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잡는 경우는 닭의 피를 바가지에 받아 음식물처럼 여기 저기 뿌립니다... 잡은 닭의 고기도 무속인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우리집 닭곰탕으로 끓여 먹는 경우도 있었고요... 맛있었어요!!!
푸닥거리의 과정은 위에서 말한 절차대로 대충 진행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ㅠㅠ
저희 집이 서울인데도 닭을 열마리 가량 키웠습니다. 손님 올 때 마다 잡아먹고 마지막에는 알 잘 낳는 암닭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이 분이 얼마나 실한지(뚱뚱한지) 제가 두손으로 들어 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실팍했습니다.
닭대가리 정말 멍청하고 사악합니다. 애완동물에 가깝게 제가 이뻐해주는데도 어머니가 깜빡 잊고 밥 안주면... 학교 갔다 돌아와 이뻐해주는 제 다리를 마구 쪼아댑니다. 밥달라고가 아니고 잡아 먹으려고요.... 닭 키우시는 분 있으시면 하루 이틀 굶기고 닭장 가보세요.... 닭이 어떻게 행동하나요.. ㅠㅠ
엄마!! 달구새끼 밥 안줬어? 아차,, 안줬구나...
아이... 짜증나.. ㅋㅋ 이러면서 수돗가에 놓인 잔반처리 소쿠리에 있는 음식 찌끄레기를 줍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닭과의 추억이 계속되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사업상(이라고 말하고 먹고 살려고) 모 지방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열차사고가 났습니다. 열차사고... 인도나 뭐 그 쯤 되는 후진국에서 나는 사고구나 하겠지만 저 어린 시절에는 잊을만 하면 나던 사고였습니다.  특히,, 꼭... 이상하게도 수학여행가는 학생들 탄 열차...
도서관 가셔서 옛날신문 찾아보셔요... 일년에 한번 쯤 열차사고 났던 것을... 슬픈 일이죠.

그런데 사고가 난 지역이 아버님이 출장가신 곳... 손폰도 없고 집폰도 없던 시절...
부상자 명단, 사망자 명단 라뒤오에서 나오고 신문에 나오고...
집안이 뒤숭숭해진 겁니다. 불안한 거죠.
그래서 푸닥거리 하려고 파트타임 무속인 중에 용한 할머니 한분 모셨는데 아프시다고...
며느리가 기능 전수자로서 대신 하신다고 오셨습니다.

이 아주머니 ...
칼을 못던집니다. 아니 못던지는게 아니고 세우지도 못하고 땅에 꽂히게 하지를 못합니다..
저주가 강해서 그렇데나 뭐래나...ㅜㅜ
결국은 닭을 잡아 피를 뿌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닭은 아무나 잡나요?
.헤비급 암닭을 잡던 아주머니....
닭목아지에 상처만 내고 푸다닥 거리는 닭이 무서워서 도망갔습니다.
그 상처입은 닭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피를 뿌리며.. 푸다닥 푸다닥 거리는 동안...
저와 어머니 누나 여동생들은 이불 뒤집어쓰고 숨어 있었습니다.

다음날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은 닭곰탕 맛있게 먹는데...
저는 못 먹었습니다... 그 이후로 오래오래... ㅠㅠ

Comments

M 관리자 2017.12.15 23:54
ㅎㅎㅎㅎㅎㅎㅎㅎ
근래 들어 가장 크게 웃었습니다.
2 아도라 2017.12.18 09:44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피는 닭이 다 뿌러 주었네요.ㅋㅋ
G 지배철행간독 2017.12.18 19:46
말도 마세요...ㅠㅠ
그 끔찍한 모습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닭과
벽이며 이불이며 방바닥 마루바닥
앞마당 뒷뜰
핏자국이 방울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