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새하얀 눈 세상이 되었다.
겨우내 창 너머로 설경을 봐 왔지만 오늘은 문득 눈 덮힌 모습이 마치 굴껍질을 뒤집어 쓴 것 같아 보인다.
생명은 유기체다.
유기체의 중심은 탄소화합물이다.
눈 덮힌 산을 바라 보다가 문득,
진정한 지구의 주인공은 탄소가 아니라 칼슘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 본다.
지구는 칼슘이다.
인간의 살은 탄소로 만들어졌지만 그 살덩어리를 떠받히고 있는 것은 칼슘으로 만들어진 뼈대다.
태초의 생명이 지배했던 대양은 칼슘이 주인공이었다.
칼슘 갑옷으로 무장한 삽엽충이 캠브리아 대폭팔기 이전 수십억년 동안 지구를 지배했다.
인류의 조상들은 태초의 바다를 떠나 마른 땅으로 올라올 때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무거운 갑옷을 버리고 가벼운 등뼈를 택했다.
그래서 육지 생명은 등뼈로 바다를 지고있다라고 한다.
육지로 향한 모든 생명체가 갑옷을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결론은 '가벼움을 선택한 속도가 견고함에 의지한 둔함을 이겼다'
그렇다고 바다를 영영 잊지는 못한 것일까?
등뼈위에 생명의 고향을 흉내내는 시도는 계속 있어 왔다.
지금,
설경속의 상상에 빠진 이 한가로운 공간조차도 실은 튼튼한 칼슘화합물의 껍질로 둘러쳐진 거대한 굴껍떼기다.
잃어버린 피부에 대한 미련일까?
건축은 바다를 그리워한 생명의 끝나지 않을 옛 이야기다.
바다에서 기어나온 후 태초의 그리움이 그것 아니었겠느냐고...
라면을 먹기 위한 억지가 아니냐고 되묻지만, 간간한 맛이 없으면 음식을 먹은 것 같지가 않아서랍니다.
집은 그런 의미에서였던가요?
뿌연 눈바람 속의 붉은 벽돌집이 당당하게 그렇게 서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속이 사람이 살면서 중합체를 이룬다. 이 것이 건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