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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왜 집을 지을까?
현대 사회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단호하고 명백하다.
건축가는 돈 벌려고 집을 짓고
또 건설사는 돈 벌려고 집을 짓고
다시 건축주는 돈 벌려고 집을 짓는다.
리얼하기는 한데 좀 더 낭만적인 답은 없을까?
그니까 인간이 '돈맛'을 알기 훨씬 이전 시절로 돌아가보자.
아마 그 시절의 인간은 이리 답을 했을 것이다.
"바깥이 싫어서"
집이 가지는 본질적인 기능은 '어게인스트 네이쳐'라는 말이다.(그럼 네이쳐 프랜들리는 뭐지?)
밖이 더워도 집은 시원하고, 밖이 추워도 집은 따뜻하고, 창문을 닫아 걸었어도 마치 연것 같이 신선한 공기가 항상 실내에 가득차야 한다.
이게 좋은 집이 갖추어야할 기능이다.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이 동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패시브하우스라는 기술의 지향점은 위 필자가 정의한 방향을 가르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패시브하우스라는 기술은 자연의 변화무쌍한 심술에 대항하여,
인간이 발견한 기술로써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면서도 더 높은
항상성(恒常性)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필자는 이를 이루기 위한 필수 인자로써 인간의 집념과 설비, 단열, 기밀, 축열, 조습을 꼽는다.
오늘은 그 중 조습(調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조습은 실내습도의 항상성을 높히는 요소다.
필자의 집은 당초 설계시 실내 조습 능력을 제고(提高)하기 위하여 과감하고 도전적인 접근을 하였는데, 천정의 반자를 없애고 벽지도 없이 내부를 시멘트 미장 후 도장으로 마감하였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는 이런 방식의 시공 요구는 시공사들을 당황하게 만든 점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전해져 몸에 익혀져 있는 공종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느낌이랄까?
예를들어, 슬라브 철근 배근하는데 전기 조명팀이 들어와서 조명기구 설치 박스를 슬라브에 매입해야 한다던가, 공조기 닥트를 매입하기 위해 설비팀이 들어와야 했다.
보통은 이런 작업자들은 골조가 완성되고 난 후에 내벽 마감 공종 전에 들어와서 작업을 하고 그 위에 석고보드 같은 마감재를 덮는다.
외단열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건물 벽체를 관통하는 전기배선도 콘크리트 골조 외벽에 다시 두터운 단열재가 부착되는 것을 감안하여야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자재도 없다.
각설하고,,,
그니까 그 난리를 치고 대체 얻은 것이 무엇인가?
만약 필자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페인트 도장 마감이 주는 벽지보다 우월한 질감' 이라고 말한다면 무척 안됐다는 표정을 지어면서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답은 조습((調濕)에 있다.
아래 두개의 그림을 도시한다.
첫번째는 람다하우스가 준공된 첫해 겨울의 실내 3곳 측정지점의 상대습도 관측값이고, 두번째는 두번째 해인 올해의 같은 기간에 대한 관측값이다.
우선 그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그래프의 중간 부분에 3색으로 표기된 데이타가 실내 3지점의 상대습도 관측값이고 그 위 붉은 점선은 일종의 경고 표시선인데 관측된 상대습도값이 만약 이 붉은 점선에 닿게되면(습도가 높아지면) 곰팡이가 발생하게 되는 위험한계값을 표시한 것이다.
즉, 실내 상대습도가 붉은선에 닿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만약 닿게 되면 굿을 하던가 제습기를 돌리던가 뭔 사단을 내야한다.
그림을 클릭하여 확대해보면 회색선으로 표기된 대기 중 상대 습도값을 볼 수 있다.
그 다음 그래프 아래의 주황색 선은 실내 공기중 수증기량(g/㎥)이고 그 아래 초록색선은 대기중 수증기량(g/㎥)을 표시한 것이다.
실내 상대습도값의 패턴이 첫해와 두번째해가 확연하게 다르다.
뭐랄까? 첫해는 재능있는 3인조 걸그룹이 결성이 되기는 했는데 아직 호흡을 맞추기 전이라 각자의 개성이 충만한 춤을 추다가 일년간의 혹독한 단련 끝에 마치 한몸이 된 것 처럼 엣치있게 군무를 추고 있다고 할까?
왜 이런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필자도 아는 바가 없다.
그 다음 차별점은 상대습도값 자체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RC조 골조의 건조는 준공 후 몇해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다.
준공 첫해에는 골조 건조로 추정되는 다량의 실내 습기 때문에 습도값이 60%선을 자주 넘어갔고 부분적으로는 곰팡이 발생 위험선을 넘나들어 주인 심장을 벌떡거리게 하였지만 올해 들어와서는 상대습도값이 첫해에 비해서 10% 정도 낮은 50%선에서 안정적으로 관측되고 있고 곰팡이 발생 경고선(붉은 점선)과도 제법 이격되어 있다.
다른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변이의 폭이다.
일 중 상대습도의 변이폭이 최대 10%를 넘지 않으면서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2월11일에서 2월13일 기간동안 매우 돌발적인 외부 환경 변화가 있었다.
일평균 기온이 마이너스에서 갑자기 14℃ 로 치솟으면서 (최고기온 17℃) 비가 내리면서 대기중 상대 습도가 95%선에 이르는 극단적인 기후 변이를 보였다.
이 기간동안 상당히 많은 결로 사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기 온도와 상대습도가 매우 급격하게 상승하였지만 골조는 아직 차가운 상태였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공기가 골조와 만날을 때 일어날 상황은 뻔하기 때문이다.
기밀이 부실하게 시공된 경우라면 고습한 공기와 골조가 만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에 비록 대기 중 온도가 10℃를 웃도는 상온이었다고 하더라도 어김없이 결로로 이어졌으리라 우려가 되었다.
당시 필자는 실내 상대습도 변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두번째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 당시 상황이 기록되어 있는데, 대기 중 습기량이 실내 습기량을 초과하여 돌파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외부에서 고습의 공기가 유입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실내 절대 수증기량은 적은 변이폭을 보였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내 구조체의 조습이 작동하였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상대습도의 변이는 실내 온도와 분리될 수 없다.
조습을 이루는 다른 축은 일정한 실내 온도다.
람다하우스의 실내 온도는 상당히 일정하다고 자평한다.
온도 계측기 중 일부가 간접적으로 직달광선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 중 온도 변이가 1℃ (±0.5℃) 선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건물의 골조가 축열로써 에너지 완충을 해내기 때문에 한낮과 밤의 실내 온도가 큰 차이없이 항상성을 유지한다.
특히, 위 그래프 데이타 중 '안방(1층)' 에 설치된 온도계는 직달광선에서 자유로운 위치인데 일중 온도 변이가 0.5℃를 넘지 않는다.
골조의 높은 축열에 의한 실내 온도 변이에 대한 완충 작용과 시멘트 미장으로 마감된 속살이 만들어내는 조습 능력이 건축의 궁극적 목적인 실내 환경의 항상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콘크리트 구조의 장점을 잘 나타내 주고 있네요... 그리고 그것을 극대화하는 도장마감까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연 친화적이지 못하다거나 라돈...
콘크리트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요구되는 뿐만 아니라 자재에 대한 좀더 명확한 관리와 기준이 필요한 듯합니다.
초겨울 환기를 위해 모든 문을 오픈하여 환기하고 난 뒤 문만 닫으면 바로 모든 공간에서 온기가 스며나와 다시 16-17도에서 21도로 복귀하는 경험을 한뒤로 RC조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축열의 효과를 극대화 한 결과이겠죠. 다른 분들도 집에 오시면 난방을 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따뜻한 느낌이 흘러나온다고 말씀하시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