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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을 수직으로 설치한다면? (의외로 높은 효율!)

요점만 간단히:

  • 태양광 패널을 동서향 수직으로 설치하면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 최대 발전량이 나옴
  • 전통적(?)인 남향으로 각도를 줘서 설치하는 것에 비해 총 발전량은 적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 총 발전량은 의외로 예상보다 훨씬 많았으며, 경우에 따라 남향 설치 보다 높은 경우도 있었음
  • 이유는 우선 패널에 들어오는 직사광선이 없더라도 양면발전 패널 주변에서 들어오는 간접 태양광으로 상당한 양의 발전이 이루어짐 (주변 환경이 albedo가 높은 밝은 색상인 경우 더 높은 효과)
  • 다음으로 태양광 패널의 "온도", 가장 강렬한 태양광이 내려쬐는 정오 전후에 오히려 햇볓이 패널을 빗겨나기 때문에 패널의 온도를 낮출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적인 고온으로 인한 효율 저하를 피할 수 있음
  • 유리난간 대신 태양광 패널 난간을 설치한다면!?!

 

수 년 전 부터 유럽에서는 기존 전통적인 남향 태양광 패널 배치의 상식을 벗어나는 수직 패널 배치, 그것도 남향이 아닌 동서향 배치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는 최근 태양광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태양광 발전량이 집중되는 오후 시간대의 발전량 분산이 처음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한전에서 오후 시간대의 태양광 발전 매입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발전량이 오후에 몰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형태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185

 

특히, 태양광 발전 단가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과 미국은 전력 수요에 따른 차등 단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남향으로 패널을 설치한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시간대에 높은 전력 수요에도 불구하고 전력 매입 단가가 오히려 낮아서 ESS를 설치하는 등 이를 피하는 방법을 찾는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아래 그래프와 링크는 태양광 패널을 전통적인 기울어진 남향(검정 실선)인 경우와 수직 동서향(녹색 실선), 수직 남향(파란 실선), 그리고 이 셋을 1:2:1로 조합한 경우 (검정 단선) 시간에 따른 발전량을 표시한 것입니다. 2022년 독일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입니다.


IMG_0114.jpeg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666955222000211

 

태양광 발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납득할만산 상식적인 수준의 결과 입니다.

 

하지만, 최근 동서향 방향 수직 패널을 실제로 설치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발전량이 나올것이라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https://www.pv-magazine.com/2023/11/10/researchers-shed-light-on-mysterious-higher-energy-yields-in-vertical-pv-systems/

https://www.epj-pv.org/articles/epjpv/full_html/2023/01/pv230038/pv230038.html

 

요점은, 동서향 수직 패널의 경우 기존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비해 패널 온도가 훨씬 낮으며 이로 인해 발전량이 예상보다 높다는 내용입니다.

 

태양광 패널은 기본적으로 반도체 회로라서 온도가 높아질 수록 전력효율이 떨어집니다. 아래 링크해 드리는 한화 큐셀 500 W 모델의 데이터시트를 보시면 발전량의 온도계수(P_mpp)가 -0.34%/K 라고 나옵니다. K는 절대온도(켈빈)로 273 K = 0 C 라는 관계만 아신다면 그냥 섭씨온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패널의 온도가 섭씨 1도 올라가면 발전량이 0.34% 줄어든다는 것이죠. 적은 숫자로 보이지만, 섭씨 10도 올라가면 3.4% 줄어들고 30도 올라가면 10.2%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https://qcells.com/kr/static/files/solar-panel/Qcells_Data_sheet_Q.PEAK_DUO_ML-G11-BFG_series_500-510_2023-08_Rev04_KR.PDF.pdf

 

가장 강렬한 햇볓이 내리쬐는 여름철에는 패널의 온도가 섭씨 70~80도 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여름철 한 낮 기온이 섭씨 35도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기온에 비해 패널의 온도가 40도 더 높다는 것이며 위의 온도계수를 생각하면 발전효율이 약 14% 정도 감소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봄/가을 기온인 섭씨 20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나 17%가 됩니다. 이런 온도에 따른 발전효율의 감소는 최근 발매된 패널일 수록 더 작으며 오래된 패널일 수록 더 큽니다. 예전 태양광 패널의 온도계수는 -0.5%/K 수준으로 위에 언급한 조건에서 발전효율 감소가 각각 20%, 27% 수준이 될 것입니다.

 

여름철 햇볓이 가장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봄과 가을 발전량이 여름 보다 더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패널의 온도가 너무 높아 봄/가을에 비해 10% 정도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패널 각도가 봄/가을에 더 적합하다는 것도 있지만 이로 인한 차이는 5% 이내라 열에 의한 손실 보다 적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습한 여름 특성상 구름이 많고 태양광의 공기 중 산란이 많아 줄어드는 요인도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수직으로 세우는 경우, 햇볓이 가장 강렬한 정오 시간대에 햇볓이 패널에 비스듬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한국 여름 기준 30도 = 패널각도 90도 - 위도 37도 - 태양각도 23도) 태양광으로 인한 패널의 온도 상승이 줄어들 것이며, 패널의 방향을 동서로 하는 경우에는 정오 태양광 입사를 아예 없앨 수 있기 때문에 패널의 온도 상승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발전량이 최대인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는 기온 자체가 낮고 태양광 역시 지구의 대기를 비스듬하게 지나오기 때문에 패널의 온도 상승이 낮으니 하루 종일 패널의 온도를 낮게, 발전 효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패널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피해서 수명이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아래는 올해 초 호주 Gridcog이라는 에너지 테크 회사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시뮬레이션 제공)에서 발표한 양면 태양광 패널을 동서향 수직으로 설치한 경우와 전통적인 정남향 (호주의 경우 정북향) 40도 설치한 경우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온도 문제를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것으로 보이며, 위에서 보여드린 결과에 비해 동서향 수직 패널의 발전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옵니다. 특히, 패널에 직사하는 햇볓이 없는 정오 시간에도 동서향 수직 패널의 발전량이 남향 40도의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나와 양면패널이 바닥에 반사되는 태양의 간접광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IMG_0116.png

https://www.pv-magazine-australia.com/2024/01/16/solar-fence-stands-out-in-gridcog-simulation/

https://www.gridcog.com/blog/solar-fence-vs-ground-mount-solar


우리나라의 여름이 습해서 구름이 많이 끼며 공기 중 태양광의 산란 역시 더 많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패널을 동서향 수직으로 설치하는 장점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전통적인 태양광 패널 설치의 상식으로 알려졌던 정남향 30~40도 설치와 어떻게 보면 완전히 반대 개념에 해당하는 패널을 동서향으로 수직 설치하는 경우에도 정남향 설치에 못지 않은, 경우에 따라서는 더 능가하는 태양광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태양광 패널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경우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실외 난간대, 특히 필지 경계에 위치하는 난간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주변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도록만 한다면 꽤 괜찮은 단독주택 태양광 발전 솔루션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지붕(경사/평)에는 남향으로 지붕 경사에 맞춰 (평지붕의 경우 10도 정도 기울어진) 패널을 설치하고 발코니/베란다/테라스/필지경계 등 난간대 중 그림자가 별로 없을만한 곳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어느정도 일정한 태양광 발전량을 높은 효율로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건물의 벽체 마감을 태양광 패널로 하는 BIPV 역시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양쪽으로 빛을 받는 펜스 형태 보다는 아무래도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IMG_0117.jpeg

(사진 출처: https://next2sun.com/en/solar-fence/for-private-users/)

 

https://mtsprout.nl/tech-innovatie/verticale-zonnepanelen-weiland (네덜란드어 ㅠㅠ)


 

Comments

3 내집마렵다 08.18 06:56
주위에 산이나 건물들이 있으면 셈이 크게 달라질거 같습니다
M 관리자 08.18 08:39
대개의 경우 유럽이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직의 발전량이 유럽보다 좀 더 적습니다.
아래의 예가 아주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최근 연구결과와 유사합니다.
https://energyinfo.seoul.go.kr/solarmapManual?menu-id=Z080600
내집마렵다님// 그래서 패널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중요합니다.

관리자님// 올려주신 링크 내용대로 태양광 패널을 동서향 수직으로 세우는 경우 패널로 들어오는 직사 태양광은 정남향 (실제로는 서쪽으로 10도 정도 틀어서) 40도 각도에 비해 35%에 불과하긴 합니다. 패널을 수직으로 세우는 설치법의 요지는 직사 태양광 보다는 간접 태양광의 비중을 높이면서 직사 태양광으로 인한 패널의 온도 상승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존 직사 태양광에 최적화 하는 경우 대비 전체적으로 70~80% 정도 효율을 예상했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실제 효율이 그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거죠. 전체적인 효율이 기존 설치방법의 90% 정도만 되더라도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에 발전량이 많다는 장점을 감안하면 기존 정남향 패널에 더해 꽤 좋은 보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안이라기 보다는 보충인거죠.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에 따른 전기요금의 차이가 없어서 발전량을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로 분산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오 전후 잉여 발전량을 상계거래로 한전에 적립해 놓고 추후 발전량이 부족할 때 끌어쓰는 경우 전기요금은 내지 않지만 이 전기요금에 대한 부가세는 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전체 발전효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기존 정오 전후에 몰빵되었던 발전량을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로 분산하는 것으로 정오의 잉여전력이 줄어드는 대신 한전에서 끌어오는 전력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니까요.
M 관리자 08.19 23:18
네 맞습니다.
최소한 지금 우리나라 처럼 도시 미관의 해악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벗어날 확률이 높아 보이기도 하고요.
5 지람 08.20 08:36
@내집짓고싶은물리쟁이님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