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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펌프 온수공급과 레지오넬라 균 문제 고찰

오늘(아니... 벌써 어제) 라이브 방송 질문답변 시간에 마침 레지오넬라 균에 대한 질문이 나와서 저도 편승해 질문을 올렸습니다만, 사실은 전기집(또는 일본식 용어로 전전화주택)을 추구하는 예비건축주 입장에서 히트펌프를 사용한 온수 공급에 대해 많은 고민과 공부(=인터넷 검색)를 하면서 주로 영국에서 단독주택의 급탕용 온수탱크 온도와 레지오넬라 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습니다.

 

이 중 중요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두어 링크와 함께 각 링크의 내용을 최대한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094925/

 

2004년 학술논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내용을 모두 담고 있어서 첫 링크로 소개해 드립니다. 주요 내용은,

 

- 뜨거운 급탕(온수) 온도로 인한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캐나다에서 가정용 급탕 온도를 섭씨 49도로 낮추자는 주장이 대두됨

- WHO의 급탕 온도 기준은 섭씨 60도이며 이는 레지오넬라 균의 번식을 차단하는 목적임

- 캐나다 퀘벡주에서 실시한 211개 가정의 급탕수 레지오넬라 균 검사결과 (전기급탕 178개소, 석유/가스급탕 33개소) 전기급탕의 40%에서 레지오넬라 균을 검출했으며 석유/가스급탕에서는 균을 검출하지 못함

- 결론: 급탕수로 인한 화상 예방을 위해 (수도꼭지의) 온수 토출 온도는 49도가 적당하지만, 수도꼭지에 도달하는 과정의 온도는 50도 이상이 되어야 하며 온수탱크의 온도는 (전체적으로) 60도 이상이 되어야 함

 

석유/가스급탕에서 레지오넬라 균을 검출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연료를 연소하는 보일러의 특성상 온수탱크의 온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보일러로 순환하는 온수가 순간적으로 70도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어 레지오넬라 균이 사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전기급탕은 효율적인 에너지 소모를 위해 온수가 가열되는 지점의 온도가 70도 이하, 어쩌면 60도 이하라서 레지오넬라 균을 완전히 사멸하지 못해 일부 살아남은 균이 온수탱크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히트펌프를 통한 급탕에서 레지오넬라 균 오염을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히트펌프는 저항발열체를 이용한 전기급탕방식보다 온수 가열 온도가 더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레지오넬라 균이 온수탱크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hse.gov.uk/healthservices/legionella.htm

 

영국의 보건안전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홈페이지 입니다.

 

- 수도물의 레지오넬라 균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서,

- 급탕용 온수탱크는 섭씨 60도 이상으로 온수를 보관해야 함

- 급탕 공급과정에서 온도는 5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급탕 온수로 인한 화상이 우려되는 곳(수도꼭지)에는 급탕 온수를 냉수와 섞어서 공급하는 장치를 구비해야 함

- 냉수의 보관 및 공급 온도는 20도 미만이어야 함

 

https://www.heatgeek.com/hot-water-temperature-scalding-and-legionella/

 

민간 웹사이트 입니다만, 위의 두 링크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제공합니다.

 

- 통계에 따르면 영국 평균 레지오넬라 병 발생은 2017~2019년 평균 연 459건이며, 2020년 평균은 295건

- 발생건 중 2%는 병원에서 면역이 환자에게 발생했으며 51%는 여행(아마도 해외)자 발병건으로 2020년 평균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이기도 함. 나머지 47%는 "지역발생"

- 레지오넬라 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은 균에 감염된 물의 에어로졸을 호흡기로 흡입한 경우에 가장 많이 발생함

- 216건(47%)의 지역발생 레지오넬라 병 중 가정에서, 특히 급탕 온수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함

- 위는 근거 없는 주장이니 거짓이라고 치고 216건 모두 가정에서 급탕 온수로 인해 발병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영국 인구를 고려한다면 매우 낮은 발병율임

- 반면에, 가정 급탕시설에서 레지오넬라 균 오염을 조사한 결과 약 1/3의 양성 반응이 나왔음 (2017년 영국 82개소에서 99개 샤워헤드 조사)

- 종합해보면, 레지오넬라 병 발병이 일어나려면 수도물에 심각한 수준의 레지오넬라 균 오염이 있어야 하며 중요한 것은 가정 급탕 온수에서 레지오넬라 균을 완전히 없애기 보다는 오염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임

- 심각한 수준의 레지오넬라 균 오염이 일어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함: 1. 고인 물, 2. 레지오넬라 균 번식에 필요한 온도, 섭씨 20도에서 45도 사이

- 결론1: 대다수 가정에서는 급탕용 온수 보관 온도를 50도로 맞춰놓으면 별 문제 없음(없을것임?)

- 결론2: 온수순환율(daily turnover; 급탕용 온수탱크 용량 대비 매일 사용하는 온수 비율) 100% 이상인 경우 온수 온도를 45도 까지 낮춰도 큰 문제 없을것임 --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

- 결론3: 집에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영유아가 있는 경우 급탕 온수 온도를 더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경우 온수로 인한 화상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온수 수도꼭지에 냉수와 섞어 토출수 온도를 49도 이하로 낮춰주는 장치가 있어야 함

 


Comments

사실 본문에 적은 논문의 결론과 영국 정부가 권고하는 급탕 온수 토출구 까지 섭씨 5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이상론이라고 생각하는게 맞습니다. 논문 저자나 정부관료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아우르는 확실한 결론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이게 이상론일 수 밖에 없는게, 이걸 만족하려면 언제든지 온수 꼭지를 열면 섭씨 49도의 뜨거운 물이 나와야 하거든요. 실제로는 따뜻한 물이 나올때 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여러분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 얘기는 결국 따뜻한 물이 나오기 전 온수배관에 “고여있던” 물은 실내 온도인 25도에서 온수 공급온도인 40~50도 사이라는 이야기고 “고여있던” 동안에 레지오넬라 균이 왕성하게 번식할 기회가 있으며 실제로 번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도 가정의 수도물(온수 및 냉수) 오염으로 인한 레지오넬라 병 감염 사례는 저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계속 찾다보니 레지오넬라 균의 박멸 요인에 수도물의 온도 외에도 살균을 위해 첨가하는 잔류염소도 중요하네요. 다른 병원균(대장균이나 아메바 종류)에 비해 레지오넬라 균이 잔류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시간 이상 노출되면 (실온, 다른 병원균이 없는 경우 잔류염소 농도 0.2 mg/L 기준) 의미있는 수준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논문의 주제는 레지오넬라 균이 다른 병균에 비해 잔류염소에 잘 버틴다는 것이지만…)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39530/

참고로 서울시 수도물은 잔류염소 농도를 0.1~0.3 mg/L 수준으로 유지해 살균효과가 있으면서 수도물 냄새를 최소화 한다고 하네요. 다른 지자체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급탕 온수 온도가 레지오넬라 균을 박멸하는데 충분하지 않더라도 수도물의 잔류염소 살균효과가 있으니 괜찮을거다?
3 내집마렵다 07.15 04:59
제가 시설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 건물에는 50톤 규모의 자가용 수돗물 급수탱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급수탱크 청소업체를 통해 매년 2회 법정 수질검사를 의뢰하고 있는데요. 여름철 30도에 가까운 시수 온도에도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월간 수도사용량은 300톤 수준입니다.

이는 공급되는 수돗물에 염소농도 하한치가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고, 연2회 실시하는 수질검사 보고서에도 측정된 염소농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최근 300L 용량의 급탕탱크에 히트펌프로 40도까지 가열하는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겨울철 2인 동시 샤워 등 온수 대량 사용을 목적으로 히트펌프 설치후에도 가스보일러를 직렬연결해 55도까지 2차 가열하는 구성으로 유지 중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가정에 이런 구성이 적절할것 같습니다)
정수장에서 오는 상수도를 공급받고 있고, 40도의 온수탱크에 균이 있더라도 55도까지 2차 가열해서 사용하기에 크게 문제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지하수+히트펌프 단독 사용+온수 사용량이 적은 경우에는…
온수탱크에 기본적으로 붙어 있는 전류식 가열장치가 작동하도록 설정하여 주기적으로 60도까지 온도를 높여야 할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희집 탱크 내부와 수전에서 토출되는 온수의 수질검사를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네요 ㅎ
9 잡자재 07.15 10:00
감사합니다. 내집짓고싶은물리쟁이님, 내집마렵다님.^^
내집마렵다님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수원이 수도물인 경우와 지하수인 경우를 구분할 필요가 있네요. 지하수에는 잔류염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하니 온수 온도만으로 레지오넬라 균을 억제해야 하지만 수도물은 잔류염소 덕분에 온수 온도를 그렇게 빡빡하게 높일 필요는 없겠습니다.
M 관리자 07.16 20:07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1 이준노 07.20 10:49
저도 비슷한 이슈의 해결을 위해 고민중인데요,
300리터 온수탱크에 내부 열교환 스텐코일을 통해서 온수공급을 하려고 합니다. 이러면 온수가 오랜기간 머물러 있지 안을테니까요.
온수탱크의 저장온수는 난방용 순환수로 사용하고요.
9 잡자재 07.21 17:36
안녕하세요. 이준노님
말씀하신 스텐코일을 통한 온수공급의 경우 축열탱크의 온도가 최소 40도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히트펌프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단일 압축기의 경우 MAX 값이 50도 정도로 중온수에 해당하고 2단 압축기가 적용된 고온수용 제품의 경우 80도까지 가능합니다.
냉수를 만들어 FCU를 함께 사용하려면 2단 압축기가 적용된 제품은 아마도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단일 압축기 제품으로 축열탱크의 온도를 40~50도로 유지해야 온수 사용이 가능하며 이 경우 축열탱크의 방열 손실에 따른 잦은 ON, OFF로 인한 기동전력 손실 그리고 급탕+난방 부하를 커버하기 위한 대용량 인버터 히트펌프 설치시 저압구간의 효율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지오넬라균은 온도에 따라 번식속도가 상이하나 일반적인 주택의 온수 사용량은 4인 가족 기준 1ton/day 수준으로 회전율이 높아 지하수가 아니라면 우려하실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UV를 이용한 살균을 검토하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그저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