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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짓는 사람들 마음

3 green건축 1 1,153 2023.01.15 22:52

집 짓는 사람들 마음.

프로파일 lml1130 ・ 2022. 12. 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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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집필>

공공기관 교육원 강의 교재를 만들기 위해 3주 정도 짬짬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 기능공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이론 교육이 12시간이라서 내용도 중요하거니와 그 시간만큼의 분량 또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기반으로 하는 게 좋을듯 해서 기본 틀은 그렇게 했지만, 현장 기능공들을 대상으로 직무능력향상과 기술자 등급을 정하는 승급교육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현장 자료를 많이 넣으려고 합니다.

 

오랫동안 현장에 상주하면서 현상을 보고, 자문과 하자실사를 하면서 얻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 외장하드를 뒤져서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NCS를 기반으로 하되 현장 자료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간당 PPT 30커트라고 계산했을 때, 12시간이면 최소 350커트 정도가 필요할 것 같았고 200개 이상 현장 사진이 필요할 것으로 예견됐습니다.

 

<조적공의 일자리>

도면_숙지.jpg

 

꺼낸 자료는 2005년부터 쌓인 것들이었습니다. 한 차례 외장하드가 날라가서 복구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소요됐으며, 그 이후로는 자료를 외장하드 두 곳에 각각 저장합니다.

 

조적공사와 관련된 내용을 모으다가 위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날자가 2016년도였는데 당시는 기능공들이 부족해서 현장이 많이 어려웠던 시기였고, 해당 사진은 제가 자문하던 업체 현장에서 촬영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일하던 기능공은 퇴근을 한 상태였는데 작업발판 위에 해당 부위 평면도를 벽돌로 눌러 놓은 것으로 보아 이를 보면서 벽돌을 쌓았을 것으로 여겨졌으며, 빨간펜으로 표시하고 주기한 내용은 자기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었던가 봅니다.

 

전문적 지식을 갖추려는 노력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당연이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만연한 건설일용근로자들의 일자리고, 도면을 들여다보고 일한 사람 역시 사회적으로 우러러 볼 위치에 있는 직장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처한 상황에서 자기 본분을 다했을 것으로 보이는 위 사진을 교재 내용에 삽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배려>단열재_후시공_부위_처리.jpg

 

며칠 전 현장실사를 했습니다.

하자가 발생한 현상을 보고 과정을 추정했을 때 당사자 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관리자가 선공정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것을 후속공정에 작업지시를 함으로써 하자가 발생한 것인데, 선공정 시공업체 역시 어떠어떠한 사정이 있어서 마무리 시키지 못했겠지만 자기가 해야할 일을 숙지하지 못함에 따라, 양 당사자 모두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비용분담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위 사진도 교재 집필 과정에서 찾아낸 것인데, 하자 현장실사 내용과 대비되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창틀 하부 단열재 일부를 잘라서 설치한 것으로 보아 창틀 밑면 사춤이 되지 않았거나 또는 하얗게 보이는 실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석고보드를 취부하면서 그 만큼만 오려둔 것은, 단열재를 설치한 후에 석고보드를 마감하겠다는 뜻과 함께 선공정 업체에 해당 부위에 단열재를 설치하라는 일종의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창틀 하부 사춤이나 실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열재를 붙였거나 단열재가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고보드가 시공됐다면, 사용자는 창틀 하부를 통한 누수 또는 단열재 미설치 부분만큼 면적에서 발생하는 열교에 의한 결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저 상태에서 마감되고 사용 과정에서 그 결과인 하자가 나타났다면 제 판단은 후자에게 더 가혹할 것입니다.

 

'배려'란 남을 위한 것이기에 앞서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부터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교재집필 독촉이 오고 있습니다. 인쇄를 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저 역시 아직 더 써야 하고 정서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것저것 해야 할 것들이 밀리다 보니 해당 자료나 문서 쳐다보기가 지겨워서 잡글을 끄적거렸습니다.

 

밤새 눈이 내렸습니다.

아파트 마당이 하얗도록...

 

모든 분들, 이틀 남은 이 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 지인과 함께 한 법원감정서를 넉 달만에 조금 전 정서하고 홀가분한 마음에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작년말에 쓴 블로그 잡글을 여기 옮겼습니다. 사진넣기가 서툴러서 어찌어찌 하여 넣긴 했는데 엔터치면 제대로 박혔을까 궁금합니다.

 

Comments

9 신범석 2023.01.16 08:44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