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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조사 후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질조사 후기입니다. 슬슬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공기가 차가워지는 느낌은 특별하네요. 10월로 예정된 착공이 다가오는게 피부로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지난 6월 라이브에서 저희 집의 평면계획이 완성된 후, 설계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도면작업에 들어가면 당분간 제가 할 일은 없으니 마음편하게 지내고 있으라는 건축사님 말씀에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설계사무소에서 연락 한통을 받게 됩니다. “지질조사를 해야 한다”는 전화였습니다. 구조사무소에서 지질조사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죠. 전화기를 붙잡은 제 뇌리에 링크 하나가 서늘하게 스쳐지나갑니다.
[건축의 樂, S2- ep2 : 기초의 기초2 – 지질조사]
이 영상은 건물 설계에 착수하기 전에 지질조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를 설계하면 지반에 맞추어 건물과 기초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고, 지반의 상태가 충분히 좋다면 건물에 들어가는 철근의 양이나 기초의 방식을 가볍게 할 수 있어 이익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분명 저는 작년에 위의 영상을 보았고, 평면 및 배치계획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폐가를 철거한 직후 지질조사를 하여 설계에 반영되게끔 하고 싶었습니다만, 까맣게 잊은 채 정말 마음편하게 지내고 있었던 것이죠 (-_-;;) 열정과 급한 마음만 앞서는 건축주에게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글은
- 지질조사 업체를 찾아서 견적을 요청하고
- 한 군데를 선정해 계약하고
- 굴착행위신고 절차를 진행하고
-시추조사를 진행하고
- 지질조사 보고서를 받는 과정에서 경험한 내용입니다.
건축사님의 요청사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NX 지질조사 1~2개소를 진행했으면 한다.
- 다음 주에는 시험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 구청(시청)앞 토목사무소에 연락하면 업체를 소개받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지질조사를 의뢰할 업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질조사 업체를 찾기
먼저 건축사님의 조언에 따라 시청 근처의 토목사무소 몇 군데에 연락해서 “지질조사를 하고싶다”고 했습니다만, 하나같이 거절하셨습니다. 공통적으로 “저희는 지질조사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답을 주셔서 이유를 자세히 여쭤봤더니 거제지역에는 지질조사 업체가 없어 소개하기가 어려우니, 다른 지역에서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지도를 켜서 경남, 부산 전체를 대상으로 “지질조사”라는 키워드로 업체를 찾아내 연락했습니다.
2. 지질조사 업체와의 상담
NX 지질조사를 2공 진행하고 싶다고 했더니 친절하게 상담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습니다.
업체 : “지질조사를 왜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나 : “건물 설계 중인데 이만저만한 이유로 구조사무소에서 지질조사를 요청했어요”
업체 : “NX 2공을 시추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NX시험은 내진설계를 위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탄성파시험’ 결과가 필요한지 확인해 봐야 해요. 견적이 달라지거든요.”
다시 건축사님께 전화를 걸어 여쭤봤더니 “탄성파시험까지 하는 것이 좋다”는 답을 받고, 탄성파시험을 포함한 견적을 받게 됩니다.
비교견적을 위해 다른 업체에 연락했더니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업체 : “굴착신고는 직접 하실 건가요, 대행해 드려야 하나요?”
나 : “그게 뭐죠?”
업체 : “NX 시험은 굴착신고를 진행해야 해요. 이걸 안 하고 하는 업체들도 많은데, 해야 합니다”
즉, NX공 시추시험을 위해서는 시청 상하수도과 지하수 담당자에게 굴착행위신고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네 군데 전화로 견적을 요청하였는데, “신고절차를 생략해도 별 문제 없다”는 한 곳은 제외하고, 나머지 세 업체 중 친절하게 도움을 주신곳과(중간 가격) 계약하였습니다. 선금이 필요없었기 때문에 따로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고, 문자로 견적서와 건설기술용역업 등록증을 수령하였습니다. 제가 계약한 업체는 30만 원 가량의 비용을 내면 신고서류를 대신 만들어줄 테니, 시청 방문제출은 건축주가 직접 하도록 요청했습니다.
NX 2개소+탄성파시험 견적은 250만 원~650만 원 사이였습니다. 견적에 쓰여진 가격의 범위가 넓은데, 견적의 내용은 똑같아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업체 소재지가 멀고, 신고절차를 대행해주는 곳은 가격이 비쌌습니다.
3. 굴착행위신고 절차 진행
서류작업을 위해 업체에서 제공을 요청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본인인증하여 발급받은 토지대장
-시추위치가 표시된 지적도
시추위치가 표시된 지적도는 건축사님께 요청하여 전달했고,
토지대장은 직접 발급받았습니다. 본인이 직접 발급받은 토지대장이 필요한 이유는, 본인이 직접 방문하여 신고서류를 제출하면 토지사용승낙서와 인감대장 등 대리인이 하는 경우에 필요한 서류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청에는 총 세 번 가야 합니다.
첫 번째로, 굴착행위신고를 하러 가야 합니다. 업체에서 준비해준 서류를 살펴봤더니 굴착행위신고서 작성은 간단했으나 작업계획서와 원상복구계획서는 작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어서 스스로 만들기는 까다로워 보였습니다.
두 번째로, 신고서 제출 약 5일 후 ‘굴착행위신고증’이 나오면 이 문서와 함께 주는 ‘이행보증금산출내역서’를 들고 시청 앞의 보증보험사에 방문하여 ‘원상복구이행보증증권’을 발급받아 제출하러 가야 합니다. 지하수 보전을 위해 폐공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관리감독청이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입니다. 약 15,000원의 보증보험료가 발생합니다. 이로써 시추공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폐공이 완료되면 굴착행위종료신고서를 제출하러 가야 합니다. 업체에서 만들어준 서류에는 작업사진, 공정도 등이 들어 있습니다.
4. 시추조사 작업 진행
시추 당일 두 대의 장비가 현장에 도착합니다. 하나는 시추기, 하나는 시추파이프를 실은 트랜스포터 장비입니다. 이 장비들은 이동속도가 굉장히 느려 현장 가까이까지 8톤트럭이 진입할 수 없다면 장비 운반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시추조사 업체에서는 현장에서 시추위치를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건축사님이 표시한 도면상의 위치(건물이 앉을 자리)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추작업자분께 요청드려 나무판자를 들고 서 계시도록 요청드려 인접대지 경계점 두 곳으로부터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시추위치를 지정했습니다.
낮시간에 레이저가 잘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작업자께서 입고 계신 반사조끼 덕분에 레이저 불빛 조준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시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10m 구간에서 연암대를 만나 13m까지 더 파내려간 후 시추를 종료했습니다. 작업계획서상에는 30m까지 파내려가도록 되어 있으나, 암반을 만나면 시추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시추 종료 후 망치를 이용한 탄성파시험까지 약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두 번째 시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장 레벨차 때문에 도면에 표시된 위치로부터 약간 어긋난 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시추 종료후 폐공과정 작업계획서에는 콘크리트로 막는다고 되어 있었는데. 지표의 흙들을 쑤셔넣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이래도 되는지 궁금하여 여쭤봤습니다만, 쿨하게 괜찮다고 하십니다(제 표정은 아직도 ? ,. ? )
시추가 끝나면 시료를 함에 담아 선물처럼(?) 줍니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대지 한곳에 잘 보관하였습니다.
5. 결제 및 보고서 수령
시추 작업을 끝내고 3일 후, 보고서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금을 결제한 후 즉시 이메일로 지반조사보고서를 수령했고, 보고서 원본 3권을 우편으로 받아 두었습니다. 왜 세 권일까요? 건축주, 건축사, 구조기술사 각각 한 부씩인 걸까요?
무튼 이 보고서와 함께 현장 경사 문제로 약간 이동한 두 번째 시추공의 위치를 도면에 표시해 건축사님께 보내드리고, 시청에 가서 굴착행위종료신고를 하여 지질조사를 마쳤습니다.
지질조사 업체 및 건축사님께서 친절하게 도움을 주셔서 어려움 없이 조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어려움을 짚자면 급한 마음이었는데요.
설계 진행 절차 중 구조검토에서 지반조사 보고서가 필요하므로, 건물 배치도가 결정된 후 즉시 지질조사를 진행하는 편이 설계기간을 줄이는데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질조사를 진행했던 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생소한 경험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급한 마음에 휴가시즌이 겹치고, 굴착신고 절차에도 일주일가량 소요되어 업체와 작업일정을 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시추보고서를 보신 건축사님께서 땅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편은 지적재조사 경계협의 및 결정과정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3부중 1부는 시공회사 선정이 되면, 드리면 되세요. ^^
신범석님/ 시공사에 전달해야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양치는목동님/ bx로 진행해도 됩니다만 위 영상을 들어보시면 nx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량이 더 많다고 합니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건물을 설계하시려는 건축사님과 구조기술사님께 필요한 충분한 양의 정보는 nx시험으로 얻을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설계 의뢰 전에 nx시추시험 및 탄성파시험을 진행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집마렵다님의 글은 전교1등의 잘 정리된 노트같군요.
마음 같아선 준공 이후 사용승인까지 보고 싶은 시리즈네요^^
아마 준공절차 과정이 좀 난해할 것 같습니다.
지적재조사지구라서요.. 원활한 해결을 위해 나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계나 시공에 관해서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 해결하는 소소한 일들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료상자를 보니 내진설계에 필요한 심도까지 굴진하진 않은듯하네요
어떤 면에서 심도를 그렇게 보신 것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