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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치 않았던 계단 난간에 얽힌 에피소드

2 ifree 10 6,193 2018.12.31 12:17

필자가 얼마전에 휴대폰을 바꿨는데, 모처럼 시간이 나서 백업/복원했던 앱의 상태를 살펴보던 중에 예전에 집 지면서 고생했던 그림들을 보게 되어 기억을 살려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개인주택에는 상징물처럼 거의 모든 집에 계단이 있다.

심지어 단층 집에도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있기 마련이다.

람다하우스에도 일이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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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쨌다고?

필자에겐 이 계단이 어려운 숙제였다. 특히, 난간이 무척 고통스러운 문제였다.

어느 집에나 다 있는 계단 난간이 무슨 대수라고 이것 때문에 '고통'스러웠다는 것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이 계단의 난간은 국내에서 시공되는 기성품, 즉 계단의 난간을 바닥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공할시에는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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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도 확인이 되지만 평면도에 나와있는 것처럼 이층 복도로 이어지는 난간의 끝에는 고정 벽체가 아닌 창호가 있기 때문에 난간의 끝 부분을 벽체에 고정할 수가 없는데 이 부분이 고정이 되지 못하면 난간의 한 쪽 끝이 공중에 뜬 상태가 되고 이런 상태에서 구조재가 아닌 마룻바닥과 같은 최종 마감재 위에 난간의 아랫 부분을 고정할 시 사람이 넘어지는 정도의 외력이 가해지면 난간이 뜯겨나갈 수도 있게 된다.

따라서 이 난간은 구조재인 이층 바닥 콘크리트 슬라브에 강력하게 고정시켜야만 내구력을 가지게 된다.

설계 당시에 이미 이 문제는 검토되었고 필자 역시 알고 있기는 했지만 시공사도 고개를 갸웃하고 해서 이 부분은 공사범위에서 제외하고 추후 시공하는 것으로 남겨 두었다.

그런데 막상 시공에 들어가려고 하니 이게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갔다.

필자가 주택을 건축할 당시 세종시의 상황이란게 논바닥에 가까운 황무지였기에 주변에 이런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업체가 없었다.

인근 대전에 계단 난간을 한다는 업체에 의뢰를 해 봤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기성품 즉, 바닥에 피스로 고정하는 난간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 왔다.

수도권에 좀 규모가 있는 업체에 문의를 하니 설계/제작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출장비와 작업자 3명에 대해 최소 3박4일 숙박비를 포함한 일비를 별도로 지불해주면 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

들어보니 타당한 얘기긴 한데, 세종시에 산다는 이유로 그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그랬다.

생업도 있고 건축현장 일도 바쁘고 정신이 없는 상태인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난 것이다.

하루 고민하다가 도저히 기성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별수 없다. 내가 하지 뭐' 생각하고 저녁 든든히 챙겨먹고 컴퓨터를 열었다.

보통 개인주택의 난간은 디테일 도면 작업없이 현장 제작하는게 관행이지만 이 경우는 기성품을 사용할 수 없기에 콘크리트 취부용 브라켙과 난간 지지대 등을 공장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층 평면도와 계단 입면도 도면을 꺼내서 현장 실측오차를 보정한 다음 난간 도면을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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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LAYOUT도를 그린 다음 각부의 구성품인 콘크리트 고정 브라켙과 난간 고정용 수직 프레임 상세도 부분 등을 그려갔다.

공장 제작이 되는 수직 프레임의 환봉이 지나가는 레벨을 정확히 잡아야 했기에 90도 절곡이 되어진 계단을 실제 레벨에 맞춰 일직선으로  펼친 다음 브라켙의 고정 위치와 수직 프레임의 타공 수치를 뽑았다.

디테일하게는 계단부에 수직 프레임을 지나가는 환봉 조립부는 기울기를 감안하여 타공이 원형이 아니라 앤드밀로 수직 방향으로 찟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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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제작의뢰를 하기 위한 단품 리스트를 정리한 다음 공작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가공품들은 기계부품 제작회사에 발주하고 현장 제작이 되어야 하는 평철과 환봉, 손스침 목재는 자재상에 발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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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 물품을 모두 수령한 다음 시공사의 외부 난간 등을 시공하던 잡철 시공하시는 분께 발주를 했다.

시공도면과 부품과 자재가 구비된 상태에서의 시공은 아주 간단히 진행되었다.

두명이 반나절 만에 해치웠다.

엄청 튼튼하기는 하다.

체중을 실어 흔들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필자 계산으로는 설사 성인 5명이 동시에 넘어져도 난간의 내구력은 여유가 충분하다.

가끔 영화에서 등장하는 난간이 부셔지면서 사람이 추락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을 것이다.

겉 보기에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난간이 숨겨진 사연이 있는 필자의 고심작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미완성 상태다.

당시 일이 급하기도 했고 시공 편이성과 현장 제작 비중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난간살을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세 줄 배열하였는데 이것은 추후 수정할 것을 감안한 임시 방편이었다.

훗날, 필자의 자식들이 결혼 후 어린 손주들이 이 집을 방문하게 될 즈음에는 이 난간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이런 난간은 안전 의식이 없는 아기들이 계단 난간을 밝고 올라가다가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이런 구조의 난간은 절대 금기다.

애초 난간 설계시에 추후 보완을 감안하기는 했다.

해서, 내년쯤에는 다시 도면을 열어 난간의 측면을 강화 유리나 아크릴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Comments

2 ifree 2018.12.31 12:38
건축경험이 없는 건축주가 신축을 하다보면 아주 사소한 장애도 크게 다가오게 됩니다.
특히,  제 경우와 같이 사방 십리안에 관련업체가 없는 타지에서 일이 벌어지면 정말 난감하죠.
하다못해 못대가리 하나라도 기성품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그게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건축현장에서는 연관 공정들 때문에 하나가 해결 안 되면 후속 공정이 진척이 될 수 없게 되기에 힘이 들게 되죠.
그나마 저는 공돌이 출신이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겠죠.
뭐 몰라도 모르면 모르는대로 또 어찌어찌 해결은 해 나갔겠지만요.
G 정광호 2019.01.01 06:04
정말 대단하세요. ㅎ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G 임창주 2019.01.01 21:00
이제 본격적으로 경험과 이론 철학 나눔을 하시는가 봅니다. 글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끔 고전적인 어휘들을 만나는 맛도 좋습니다. 만약 제가 시공했더라면 2층 넓은창 앞에서 다시 꺽어 벽에 고정했을 것이고 그냥 디딤판에 피스로 고정한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평철 기공에게 미터당 단가 문자로 합의하고 주소 찍어주고 끝냈을 겁니다. 평철을 벽체에 모방향으로 붙이기 위해 없는 베이스 화스너 만들고......생각만 해도 짜증나네요.
G 임창주 2019.01.01 21:52
다른 질문을 드립니다. ifee님이라면 분명 가르쳐 주실 수 있기에 감히...
열반사단열재를 둘러싼 글들이 있어 공부겸해서 먼저 제조업체의 광고물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광고 문구가 있었습니다.... 열반사단열재는 따뜻한 내부의 온기를 반사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냉기 또한 반사한다.... 이게 성립이 되는 것인가요.  따뜻하다는 것은 적외선 근처의 열파가 있으니까 그걸 반사시킨다가 성립되지만....로이코팅처럼 ...차갑다는 것은 열파의 부재인데...없는 것을 어떻게 반사시킬 수 있는지..
2 ifree 2019.01.02 10:12
ㅎㅎ 저를 콕 집어서 질문을 하시다니..
저 보다 이 문제에 더 정확한 답을 하실 분이 강가 자갈만큼 수두룩할건데요.
우리가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다"는 관용적 표현을 일상에서 사용하긴 합니다.
관념적으로 차가운 것도 기운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죠.
건축에서는 용어를 다듬어서 이걸"냉복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알아듣기 쉬운? 용어 선택의 결과겠죠.
이 논쟁의 끝을 보려면 픽테의 미러실험으로 거슬러 올라갈겁니다만 "냉기를 뿜는다"는 설명은 틀린겁니다.
냉기가 뭘 뿜는게 아니라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열에너지를 뺏기는 거죠.
다른 말로 물리적으로는 냉복사란 실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으므로 반사할 대상도 없는겁니다.

'열반사단열재'는 제품명이 잘못지어진 것입니다.
'복사에너지반사재'라고 해야 합니다.

생각해볼 점은 골조와 치장벽돌 사이에 복사에너지반사재가 위치할 경우 이 반사재가 원래 목적한 복사에너지 반사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입니다.
복사에너지는 벽돌에 부딪치면 내부에너지로 전환되고 이때부터는 에너지는 복사가 아닌 전도성(혹은 대류성)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외부의 복사에너지가 치장벽돌에 부딪쳐 이미 전도성에너지로 전환되었는데 그 속에 있는 복사에너지반사재가 반사해낼 복사에너지가 얼마나 있을까?
'복사에너지반사재' 생산회사는 이 당연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G 임창주 2019.01.02 10:52
하지만 그분들은 답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시겠죠.
제가 누군가에게 불가설명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높은 수준으로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지혜와 지식을 나눠주시기를...
6 gklee 2019.01.03 18:48
냉복사라고 하면 와닿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잘못 말한게 된다는걸 이해했습니다. ifree님 감사..
근데 그럼 뭐라고 표현해야하나요?
2 ifree 2019.01.03 19:56
없는데 뭐라 불러요?^^
헤리포트 영화처럼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무엇인 '볼트모트'라 부를 수도 없구요
그냥 인체든 뭐든 열에너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열복사(전도,대류포함)를 하는거죠.
6 gklee 2019.01.03 20:07
ㅎㅎ 그렇군요. 답변감사합니다.
1 홍도영 2019.01.03 20:27
복사불균형이라고 보통 표현도 있고...여기서는 복사에너지의 양이 온도가 낮은 표면에서는 줄어드는 것이고 우리가 말하는 온도도 -273도 까지는 열로 보는 것이기에 냉복사라는 말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없는 것이죠. 그런의미에서 냉교라는 표현도 잘못된 것이구요. 그래서 온도기라고 표현하는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