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중 좀 이상한 일을 겪었습니다.
계약한 건축사와 함께 건물을 3층(3층은 계단실이고 실제는 2층)으로 설계하는데, 건물 외관과 창호를 설정하고 난 후에 건축사가 갑자기 '인접 대지 쪽으로는 일반창이 아니라 방화창으로 설치해야 한다'라고 알려오더군요. 이때가 초여름 경이었는데, 갑자기 창호를 바꾸고 방화창이 어떤 게 있는지 건축주가 직접 알아보느라 설계가 지체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쪽에는 방화창을 해야 한다고 알려줬으면 시간 낭비 안할 터인데.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건축사에게 '9미터 이상 건물을 세울 때 법적제한에 걸리는게 더 이상 없는지'의 여부를 문서로 물어봤었는데, 없다고 답하더군요.
그런데 건물 모양이 다 결정되고 난 후, 설계가 거의 다 마치고 허가 들어가는 상황에 또 건축사가 '일조권 때문에 건물을 남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알려오더군요.
'애초 이런 문제는 설계 초기 부터 말하고 건물 외형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잊어먹고 그랬으려니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르거나 잊어먹고 그랬다고 생각하기에는 좀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건축사 본인 집을 짓는 것을 보고 계약했고, 본인 집도 3층 이상이라, 이 제한에 걸릴 것이니, 모를 턱이 없기때문입니다.
애초 자기 집을 짓기 때문이 아니라 건축사 일을 하면서 이걸 모르고 설계할 리가 없겠죠.
법적 기준에 따라, 다시 10미터이던 건물을 9800 정도로 낮추고, 북쪽을 사면으로 만들었습니다. 주택가 공동주택에 이런 방식이 많더군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면 안되냐니, 그건 안된대요. 그래서 계단실도 법적기준에 맞게 낮추고 방향을 돌리고하여, 다소 누더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희들은 10월에 시공사와 계약을 하고 실제 건물을 올릴 예정이었는데 8월 경에 저런 일을 겪게 되어버려서 허가가 늦어졌을 뿐 아니라, '그럼 시공사랑 계약할 도면이라도 달라'고 하니, 건축사는 '해놓은게 없다'고 하더군요.
결국 건물을 내년에 짓게 되었습니다.
설계가 끝났고, 건축사가 허가 들어갔다고 알려와서, 잔금 지급하고 허가가 나기를 기다리는데, 얼마 전, 위에서 골치를 썩힌 일조사선 제한이 2022년 12월에 현 9미터에서 10미터로 바뀐다는 내용을 검색하다 접하게 되었습니다. (언론 기사로 8월 건축사 신문에 나왔습니다.)
http://www.anc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4361
도면은 일조사선 때문에 모서리 깎은 형태로 허가가 들어갔는데, 12월에 9미터가 10미터로 바뀌니 애초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집은 내년에 짓기로 했으니까요. 덕분에 허가가 나면, 이후 사면으로 깎은 벽면을 수정해야 합니다.
그때 설계 수정 비용을 또 달라고 하네요.
건축사는 2022년 12월에 일조사선제한이 9미터에서 10미터로 바뀐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요?
모르고 이 모든 것을 진행했다기에는 너무 이상합니다.
여러 언론 뿐만이 아니라, SNS에서도 시작 부터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야기였고요.
이 것을 모르셨다면 본인의 직업에서 해태한 것이고, 알았다면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직원이 있는 사무소라면 어린 직원에게 맡기고 무심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관련 법령이 입법예고 된 내용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해당법령이 나와봐야 정확한 내용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며, 적용시점 또한 부칙에 명시될 것입니다.
작년 2월달에 저도 10미터 완화에 대한 내용으로 인해 아시는 분과 이야기 한적이 있었습니다. 결국에 10미터 변경후에 고민하신다고 하셔서, 아직도 ing 중이지요.
언제 입법예고 될 지 모르는 그날 만을 위해 설계를 중지할 것인지, 아닌지는 사전에 해당 건축사분이 고지를 않하신 건 무심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 법령에 맞추어 설계하는 현상황 또한 해당 건축사분을 탓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타인의 땅에 대해 일조권을 침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건축사에게 여러 번 했었기 때문이죠. 그게 의도적인 것일까 아닐까, 허가 들어가기 직전에 이 중요한 내용을 알려주는, 이런 실수가 가능할까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법령이 바뀔 가능성을 알려줬으면 어떤 결정을 하든, 건축주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건 예정된 미래의 일이니, 부차적인 문제고요. 알려줬으면 좋았겠죠. 그런데 일조권에 대한 것은 이미 법에 있는 것이고, 그 정도도 알려주며 일을 진행하지 않았어요.
굳이 그렇게 까지 했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한 겁니다.
즉,
1. 건물 외관과 창호를 설정하고 난 후에 방화창으로 설치해야 한다
2. 허가 들어가는 상황에 일조권 때문에 건물을 남쪽으로 옮겨야 한다
이 것은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말씀하신 논리가 적절하고 타당합니다.
"원래 마지막에 조정한다"는 허구이고요. 일조권제한검토는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신범석님과 제가 추가로 말씀드린 부분은 9미터 제한이 10미터로 완화되는 것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비록 내년에 착공되는 건물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현행법에 맞추어 설계될 수 밖에 없음을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시행이 내년 1월이라고 알려져 있으므로, 지금 진행 중인 허가를 취하하고 시행 후 다시 허가를 넣는 방법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 건 선택의 범위에 있을 것 같습니다.
오해에 소지가 있었던 점 죄송합니다.
항상 설계를 진행함에 있어 대지분석, 법규검토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 내용에 따라 건물위치 및 건축물의 형태, 내부평면등이 결정이 나겠지요..
그런 프로세스로 진행이 되었을 때, 몇가지 대안을 가지고 건축주님과 상호협의하면서 해당부지에 맞는 최적의 안이 도출되는 것이겠지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나만의 집을
답답한 심정으로 시작하는 건, 더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의 계획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하시고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이 어떠신지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