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여름철이었는데, 아침나절에 아파트 짓는 현장에 원수급사 중역 한 분이 다녀간 다음 난리가 났었습니다.
견출업체에서는 로프를 용달차로 운반 해 오고 그 업체의 대표자가 현황을 살피러 현장에 나오는 등 현장이 시끌벅적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는데, 이는 다름 아니고 아파트 측벽의 요철때문이었습니다.
아침나절에 요란스럽게도 비치던 야기리(아파트 측벽을 현장에서는 그렇게 일컬음) 콘크리트 표면 요철이, 로프공들을 투입시켜 그라인딩을 하기 위해 로프를 사오고 전문업체 대표자까지 불려 들여온 뒤 살표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야기리 표면이 평편해진 것입니다.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마감표면 요철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인데, 어느 한 쪽에서 180도에 가깝게 비칠수록 요철은 심하게 나타나고 햇빛이 이동하면서 그 각도나 작아지면 요철도 그에 따라 작게 보이고, 정면에서 비추게 되면 요철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리만큼 나타나지 않습니다.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 마감면 요철의 음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건축현장에 들어가서 일을 할 당시 FED공사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는데, 미군감독은 저녁에 랜턴을 옆으로 비쳐서 내부 미장 마감표면 요철을 검사했으며, 붉은 벽돌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고 확인했고, 바닥타일은 쇠파이프를 뒷짐지듯 끌고 걸어 다니면서 소리를 통해 들뜸부위를 찾아 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지난 해 11월 어느 지역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 1 오전 11시 27분에 촬영: 햇빛이 우측에서 좌측으로 180도에 가깝게 들고 있었고, 측벽의 요철이 아주 심합니다.
사진 2 오전 11시 41분 촬영: 위 사진은 물건을 사러 가다가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 오다가 찍은 것인데, 햇빛의 각도가 적어졌고 요철 또한 상대적으로 적게 보입니다.
사진 3 오후 1시경 촬영: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 오다가 찍은 것으로써 카메라가 문제를 일으켜서 정확하게 카운터 되지 않았습니다만 오후 1시가 조금 지났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요철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위 사진 세 장의 전선 그림자를 살펴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표면 마감정도에 따라 다를 수는 있을 것입니다만, 마감면의 음영이 이렇듯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또한 착시 아닌 착시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제작년 외부 노출콘크리트가 저렇게 비쳐져서 한 현장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답니다.
제가 끄적거린 보고서 한 장으로 어떤 해결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허망한 눈으로 제 입만 바라보던 형틀업체 반장님의 모습이 선합니다.
아래, 질문 올리신 분께서는 햇빛이 돌아가는 각도를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감 표면 중 요철이 심하다고 보이는 부분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보고, 잣대를 대서 단열재 이음부위가 얼마나 들어 갔는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관리자님께서 말씀 올리셨는데...
제가 한 참견을 길게 늘어 놓은 것은, 꼬불거리며 보이는 선의 그림자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많은 도움이 되셨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