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소식

2009년 11월 월간 시티저널 컬럼

M 관리자 0 4,957 2009.12.09 18:38

Form Follows Energy - 다시 설계의 시대로..

 

 녹색도시라는 단어는 이제 어느 한 조직, 한 국가만의 목표가 아닌 전 인류적 화두로 떠올랐다. 제로에너지라는 말은 어느새 특별한 단어가 아닌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건물에서 제로에너지는 많은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목표는 제로에너지라 할지라도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 실체적 접근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어느 분야에서나 있지만 건축물에서의 제로에너지는 그 편차가 더 큰 듯하다.

 

 탄소저감이라는 목표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바로 실현해야 하는 과제이며 특히 탄소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당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로에너지를 이야기하여야 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정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이며 현 시점에서 구현 가능한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실현기법은 패시브와 액티브의 결합이다. 이 것을 이떻게 결합하느냐가 관건인데 설계프로세스를 간단히 풀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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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당 건축물의 용도에 따른 에너지사용패턴을 분석하고 건물이 위치할 지역의 온습도 조건 즉, 표준기상데이터를 수집한 후 통상의 방법으로 배치와 평면계획을 진행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외피에 대한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계획이 요구되는데, 외피면적의 최소화나 주요 실의 남향배치 등이 그것이다.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단열조건에 따른 월별 에너지요구량을 계산해서 패시브 기법의 강도를 정하게 된다. 즉, 단열조건을 어느 선까지 강화할 것인가를 정하게 되는데, 월별에너지요구량계산은 이미 ISO13790와 DIN18599에 의해 국제적으로 규격화(이 규격을 따르는 국내의 대표적 프로그램이 CE3이다) 되어 있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패시브기법으로 냉난방에너지요구량이 최소화되었음을 확인하고 최소화된 냉난방에너지와 나머지 에너지사용처별로 어떤 액티브요소를 도입하느냐를 결정하면 그 것이 바로 제로에너지건물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 패시브기법과 액티브기법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경제성을 도외시 하고 계획안을 실현 불가능한 곳에 가져다 두는데 있다.

즉, 국내 산업계가 생산해 낼 수 있고,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범위 내에서 패시브와 액티브의 양을 논해야 하는데 대게의 경우 연구 중이거나 수입을 해야만 가능한 자재를 계획안으로 끌어들이거나 패시브기법없이 액티브로 그 많은 에너지를 조절하고자 하는 시도가 제로에너지건물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설계자는 건물에 에너지 조절이 큰 이슈가 되면서 기계, 전기설비분야의 관련된 기본적 지식의 습득과 단열, 기밀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맨 처음 빈 대지에 큰 획을 그리는 디자이너가 에너지를 무시한 채 계획안을 만들어 내면 사실상 이미 제로에너지건물은 없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 루이스설리반이 이야기한 “Form follows Function”이 이제는 “Form follows Energy”로 전환되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커튼월 건축물의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사용량을 안다면 그렇게 쉽게 디자인될 수 없을 것이다.

 

 패시브와 액티브의 결합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히 주거부분에서는 그 구현이 명확한데 국내 주거의 사용에너지 패턴과 패시브를 도입해서 줄어드는 난방에너지량을 분석해 보면 제로에너지주택은 너무나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대게 통계적으로 국내 주택에서 난방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65%정도로 보고 있다. 패시브 기법은 이 난방에너지를 거의 제로수준까지 떨어뜨리므로 사실상 주택에너지사용량의 60%가 절감된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약 40%의 에너지를 액티브를 이용하여 절감하면 에너지자족 주택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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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법이 현재 가용한 기술로써 가장 저렴하게 제로에너지주택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며 이른 바 시장에서 경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구현 기법인 것이다. 또한 이 그림은 주거용도에서 단열이 얼마만큼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는 단적이 예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단열관련 법을 보면 독일보다 무려 25년이상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주택 부분에서 에너지가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택의 예와 마찬가지로 업무시설이나 기타 타 용도의 건축물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쳐 계획되어져야 하는데 주택과는 에너지사용패턴과 그 양이 다르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즉, 난방에너지가 사용에너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과는 다르게 절대적 양을 차지하는 에너지사용처가 없기 때문에 패시브기법을 무조건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용도에 맞는 패시브기법의 강도를 정해야만 경제성이라는 부록이 따라 오기 때문에 건물의 용도와 형태를 고려하여 패시브와 액티브의 투자 비율을 정해야하는 것이다.

 

 이 점이 까다롭고 사실상 제로에너지건물을 만드는데 투자비용이 너무 과다해지므로 선진국에서도 아직까지는 주거분야의 제로에너지건물만 발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상용화단계에 들어있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이나 여름의 폐열을 이용한 냉방기술이 들어서면서 주거용도이외의 제로에너지건물도 먼 미래이야기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태양광 발전도 이미 4세대 모듈이 나올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패시브기법의 중심에 있는 최첨단 단열기술도 멀지 않은 미래에 경제성을 갖추고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구현 가능한 기술과 가능해질 기술의 구분, 그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적절한 활용이 있다면 탄소제로도시도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 글 : 한국패시브건축협회장 최정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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