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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난한 일반 회사원이 목조주택 건축주가 된 후기 III-7. 내외장 공사 그리고 뜻밖의 방통 外

1 안락삶 4 283 08.31 08:25

7. 내외장 공사 그리고 뜻밖의 방통

 

 벽체 투습방수지 시공이 완료되고 외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시공사와 미팅 전에는 외장재로 골강판이나 시멘트보드를 생각했다. (정말 외관에 관심이 없었다)

돈 없어서 아끼는 방향으로 집 짓기를 상담하러 간 것인데 시공사에서는 세라믹사이딩을 강력 추천했다. 평당 530만원의 건축비에 세라믹사이딩이라... 아마도 시공이 용이해서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고 엔저 시대여서 자재비도 괜찮나 보다 생각했다. 

 세라믹사이딩 시공 전에 요구했던 2×2 각재로 rain screen 설치 건과 하단 bug screen 건은 문제없이 반영키로 협의했었는데 이제 와서 세라믹사이딩 클립이 5mm라 별도 각재를 대 rain screen 시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와 별개로 rain screen 자체를 안 해도 전혀 문제없다고 말씀하신다.

 

레인스크린과 버그스크린 요구.png↑공사 전 레인스크린과 버그스크린을 요구했고 시공사도 받아들였다.

 rain screen 각재가 없어 그럼 bug screen은 어떻게 설치하냐 물으니 세라믹사이딩의 틈(?)이 2mm 정도라 벌레 못 들어온다고 한다. 또또 후회된다. 한참 가변형 방습지 셀프 시공에 집중할 때라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게다가 이미 시공된 열반사 단열기능 투습방수지는 외장재까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열반사 단열 기능이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공간이 우리 집의 경우에는 불과 5mm 안쪽이라는 것이다.

 

사장님께서는 건축주가 요구한 세라믹사이딩 코너재 시공 말고 졸리컷 마감을 제안했다. 졸리컷은 코너에서 만나는 두 부재를 45도 컷팅하여 시공하는 방식인데 재차 졸리컷을 제안하셔서 코너재가 없으면 모를까 그냥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니 아쉬워하셨다. 

 세라믹 사이딩은 필히 사이사이 공간이 생기는데 이 틈을 칼라 사양에 맞게 생산된 순정 실리콘으로 채운다. 단가도 비싸다고 들어서 현장에 갈 때면 혹시 실리콘 부위가 손상되지는 않았나 유심히 살피곤 했다. 세라믹사이딩 하단은 현무암 판석으로 마감했는데 이제 보니 세라믹사이딩 시공 전에 일반적으로 설치된다고 들었던 스타터 후레싱이 장착되어 있지 않다. 시공사로부터 별도로 설명을 듣지 못했는데 그런 과정을 건너뛰고 뭔가가 생략되어 있다면 건축주가 안심하겠는가. 

안 해도 되니깐 생략했겠지... 지금이라도 저 비싼 실리콘과 사이딩을 드러내고 후레싱 설치를 해줄 것 같지는 않다.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어야 스타터 후레싱 위로 세라믹사이딩이 시공된 집에 살 수 있나 보다. 내 불찰이고 부족함이로다. 잔금 5% 송금전에 사장님께 이야기나 해볼까 한다. 

예비 건축주라면 외장재 선택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스타터 후레싱 여부, 정품 못 사용 여부, 코너재 시공 여부, 정품 실리콘 사용 여부 등 선택한 외장재의 시공 매뉴얼을 알고 그대로 이뤄지는지 모조리 확인해야 불의타를 맞지 않을 수 있다.

세라믹사이딩 최하단 사진.jpg↑우리집의 세라믹사이딩 최하단. 스타터 후레싱이 보이지 않는다.

  

반복하지만 나는 시멘트의 독성이 싫어 건식 난방 방식으로 바닥 난방공사를 하기로 했고 시공사와는 별도로 ㄱ社와 계약을 했다. 그럼에도 시공사의 건축비 견적서에는 방통 공사 항목으로 재료비 약 3백만원, 인건비 약 2백만원이 명기되어 있어서 이건 제외해야 하지 않나 문의를 드렸더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전화 드릴까 하다가 하도 전화하는 것 같아서... 방통 공사라고 명기되어 있지만 보일러 공사가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기초 위에 얇게라도 미장 공사를 하긴 한다. 욕실 바닥도 난방 설치하고... 바닥 레벨을 맞추기 위한 미장면을 어떻게든 할 예정인데 그 비용이다." 


라고 하신다. 이 비용이 5백만원 가량 나오는 게 맞나? 아직도 너무 궁금하다.

견적서 상의 방통 공사 비용 항목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외장 공사가 마무리될 때 즈음 또 연락이 왔다. 갑자기 건식 난방 진짜 해야 되냐 재차 물어보시고는 엑셀 배관과는 별도로 수도 설비도 지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방통 공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초면 위에 건식 난방 시공으로만 완료한 집도 있는데 왜 우리만 안된다는 것이 많을까... 건식 난방 회사가 수도 설비 등 장애물을 알아서 잘 자르고 맞춰가며 할 텐데 경험이 없어서 못 미더운가 보다. 건축주가 방통 공사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품자 사장님은 "수도 설비는 그럼 천장으로 가게 할까요?" 하며 답답해하신다. 결국 바닥 레벨을 좋게 하려는 취지로 보여서 초기 계획과는 달리 얕은 방통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습식 난방 대비 이질적인 느낌, 텅텅 거리는 가벼운 느낌은 물론 사실 강화도 전등사와 같이 천년고찰의 삐걱거림까지 감수할 생각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된다. 두께가 얕지도 않다. 70mm 방통 시공을 진행했고 덕분에 평활도 측면에서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건식 난방 시공이 이뤄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아이가 주로 쓰는 거실 쪽 화장실은 바닥 단차가 190mm에 육박했다. "거주 중인 아파트에서는 욕실 실내화가 문에 걸려 불만이었다" 사장님께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확실한 방법으로 고민을 해결해 주셨고 덕분에 아이는 일찌감치 다이빙대에서의 공포감을 없앨 수 있는 훈련을 무료로 매일 할 수 있게 되었다.

 

거실 화장실 바닥 단차.jpg↑화장실 바닥 다운 높이 계산 실수로 거실바닥과 높이 차이가 있다.

 

방통 전 수도배관에 대해서도 시공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네 가족이 모여살던 어린 시절 샤워 중에 누군가 변기물을 내리거나 싱크대 혹은 세탁기 수도가 사용될 때면 수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수온이 급변해 불편을 겪은 경험이 많다. 최근에는 미용실에서 샴푸할 적에 '고갱님 물 온도 괜찮으실까요?' 묻는 직원의 질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하자마자 머리에 닿는 따뜻한 물줄기가 냉수로 급변해 단전에 힘을 주고 끝까지 인내했던 경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축될 집에는 수도 이중배관을 요청하며 다른 현장의 사례를 보내드렸다. 사장님께서는 이중배관은 Pb 배관이며 커넥터 부위에서 누수 하자가 많고 잘 시공되며 좋지만 현실적으로 에러율이 높다고 한다.

과거 빠른 시공성을 장점으로 아파트를 비롯하여 많 사용되었으나 문제가 많고 직접 그런 문제도 경험해 봤다며 역시 자사 홍보 목적으로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시공법이 소개된 것이라 한다. 배관이 Pb면 누수고 PE면 괜찮은 것인가... 기대했던 과학적 근거를 둔 반대 발언은 아니었지만 경험이 있다니 건축주가 별 수 있을까. 그래 세 식구가 집안에서 동시에 수도 쓸 일이 예전만큼 없다. 이중배관 안녕.

 

실내는 70mm 방통공사 후 5mm 합판이 벽면에 부착되었다. 부디 타카에 의한 가변형방습지 손상이 최소화되길 기도해 본다. 

 

화장실과 같이 물을 쓰는 공간은 방통 공사 전에 mudsill에 투습방수지를 선시공하여 합판 위로 말아 올렸다. 천장은 초기 석고보드에 도배 마감이었으나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석고보드도 시멘트만큼 싫었던 나는 마침 배우자와 우연히 수원에 위치한 오랜 고택을 개조한 cafe를 갔다가 그곳의 목재 천장 마감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시공사와 논의 끝에 9mm 자작나무 합판으로 천장 마감키로 했고 석고보드와 도배 비용이 빠졌음에도 높은 합판 비용과 인건비로 200만원이 추가되었다. 사장님께서는 원래 300만원 비용이 들지만 100만원은 서비스해 주신다고 하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목수들은 합판 loss 최소화를 위해 가로세로 1215mm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라 붙이고 현관과 팬트리는 600mm 정사각형 형상으로 마감해 주셨다. 이분들의 치열한 논의 끝에 만들어진 디테일이라고 한다. 건축사인 내 친구 놈마저 '천장 합판 마감이 신의 한 수'라고 감탄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칭찬 일색이다. 

합판 천장 마감 사진.jpg↑9mm 자작합판 마감 사진. 바니쉬도 칠해주셨다.

 

 

벽 마감은 미리 요청한 바와 같이 화장실과 다용도실은 시멘트보드, 주방과 현관 그리고 현관 쪽 팬트리 일부는 방수 석고보드로 시공되었다. 사장님은 9.5mm 석고보드 2 piece로 마감하는 것보다 5mm 합판+9.5mm 석고보드 1 piece 조합이 벽에 못 박을 일 있을 때 더 좋다고 한다. 이러한 노하우가 무색하게도 난 벽에 못 안 박기로는 아시아에서 top 3안에 항상 들 것이다. 

도배만 하면 될 정도로 내장을 마감하곤 지체 없이 굴삭기가 와서 땅 되메우기를 하고 있었다. 전반적인 조경 계획에 대해 SketchUp으로 그려서 보여드린 적은 있지만 애석하게도 건축주에게 되메우기에 대한 사전 공유는 없었다. 굴삭기가 온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구체적으로 화단은 어떻게 담장석을 쌓을 곳은 이렇게 요구했을 텐데 언제나 그렇든 모든 일은 끝나버린 상황이다. 어쩌겠는가? 본격적으로 조경에 손을 대고부터는 배우자와 한 삽 한 삽 흙을 퍼나르고 돌을 골라내며 여름철 썬크림의 성능 테스터라도 된 듯 장시간 야외 노동이 끊이질 않았다. 쿠*에서 구입한 거울처럼 빛나는 stainless 일체형 삽자루에 스친 내 얼굴은 몹시 낯설게만 느껴졌다.

 

도배지는 흔히 쓰이는 실크벽지가 아닌 합지벽지로 선택했다. 실크벽지라는 고급진 이름에 그렇지 못한 실체를 듣고 굉장히 배신감을 느낀 데다가 목조주택의 가장 적이 되는 습기와 곰팡이를 가려줘 문제 인지 시점을 늦추는 매우 상성이 안 맞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국어대사전 만큼 묵직한 벽지 샘플북이 세 권이나 왔고 화이트&우드로 키칼라를 잡은 배우자는 수많은 화이트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 들었다. 고르고 고른 벽지인데 막상 도배가 완료된 모습을 보니 그냥 노멀한 흰색으로 보인다. 시공이 막 마무리된 후에는 도배지가 살짝 울고 속이 비쳐 실망할 뻔 봤지만 하루 지나니 예쁘게 건조되었다. 아파트에서 보던 실크벽지보다는 쉽게 오염이 되는 경향이 있는 것같은데 아직까지 큰 불만이 없다.


※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1) 외장재를 선택하고 rain screen, bug screen 설치 여부를 꼭 문의하고 외장재에 따른 부속도 매뉴얼대로 시공되는지 정품이 사용되는지 (그런 시공사가 아닐 경우) 매뉴얼&정품 부속 시공 시 증액되는 비용도 알아보자. 목조주택의 목재는 곤충들도 너무 좋아한다. 외장재의 종류를 떠나 bug screen 시공을 꼭 해서 목조주택은 사람만 사는 것으로 하자.

 (2)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장재는 물론 내장재도 상세 재료비&인건비 내역을 꼭 요구해서 받아봐야 한다.

 (3) 수도 배관, 난방 방식(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에 대해 장단점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되 비논리적으로 반대하는 시공사는 신중히 다시 생각해 보고 계약하자.

 

8. 화장실 방수, 난방 그리고 전기 공사 (+붙박이 가구)

 

셀프 시공을 하느라 화장실 방수를 알아보는데 시간 할애를 거의 못했다. 액체 방수, 시트 방수 등 방법은 다양한 것 같은데 포털 검색으로 보이는 게시물은 거의 다가 방수 시공 업자의 광고글이다. 그나마도 글을 읽어보려면 서로 자신이 원조라고 우겨대는 춘천 닭갈비집들이 연상되어서 못 참고 뒤로 가기를 누른다. 

어떤 방법으로 방수를 하든 영원한 방수는 없다는 말은 사실일듯하다. (입사 17년 차. 우리 회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아직도 비만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샌다...) 홍보 영상을 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M社의 방수 방법이 목조주택의 팽창 수축에도 유연하게 버텨줄 것 같아 보였다. 

시공사에서는 화장실 바닥면과 벽면이 만나는 코너부 그리고 벽면 일정 높이까지만 M社 하늘색 도막방수 제품을 바르고 그 외에는 일체 방수 시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리콘이 노후되고 타일 사이의 줄눈에 미세한 균열만 있어도 바로 바닥면에 누수로 이어질 텐데 건축주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물은 고여있을 때 문제가 되지 흐르는 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시며 만에 하나 바닥 실리콘 등이 수명을 다해 물이 새더라도 기초 하부로 그냥 흘려보내면 괜찮다고 한다. 이것이 시공사의 1층 화장실 방수 노하우라고 설명하며 원하면 바닥에 도막 방수 시공을 이어가겠다 하셨다. 사실 이날은 방수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바닥 방수시공 O → 실리콘, 줄눈 문제 → 물이 샌다 → 방수층 위에 고인다 

 바닥 방수시공 O → 실리콘, 줄눈 문제 → 물이 샌다 → 언젠가는 방수층도 샌다 → 느리게 기초 하부로 스며든다

 바닥 방수시공 X → 실리콘, 줄눈 문제 → 물이 샌다 → 기초 하부로 스며든다

 

 

기초면으로 물이 흐르면 철근이 부식되어 기초의 전반적인 강도가 저하되려나? 그렇다면 노출 콘크리트로 외장 마감한 집도 다 문제 되지는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사장님께서 방수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고 자신감도 보여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혹시 물이 기초면으로 흘러 수분을 머금고 퍼져 목구조재에 영향이 가지는 않을까도 우려를 했는데 화장실 실내측 벽체 합판 시공을 바닥면에서 mudsill 높이 이상으로 띄우고 투습방수지를 선시공해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목조는 수축과 팽창을 하니까 벽과 벽이 그리고 벽과 바닥이 만나는 코너부에 M社의 탄성밴드를 도막방수할 때 함께 시공할 것을 요구해봤으나 사장님은 그 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방수액은 도포되어 있었고 내가 직접 온라인에서 그 탄성밴드를 구매를 하여 직접 시공하기엔 하루 이틀 내로 타일 시공팀이 움직일 거라서 시간이 없었다. 

 

화장실 방수액 도포 사진.jpg↑화장실 시멘트보드 공사 후 방수액 도포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답도 안 나오는 방수로 고민 말고 UBR로 시공할 걸 그랬다. UBR 이미지가 구축 아파트나 오래된 호텔에 쓰이는 구식 느낌이 있는데 방수 측면에서는 괜찮아 보인다. 요즘은 UBR 시공이어도 과거와 같이 값싼 플라스틱이나 고무 느낌으로 마감하지 않고 타일 시공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일반 타일 마감한 화장실이 UBR로 개조가 가능한 지는 모르겠는데 향후 문제가 되면 적극 고려해 봐야겠다.

시공사에서는 타일과 도기는 인근 타일 자재상을 컨택하여 한 번에 주문 할 예정이다. 시간을 내 그 업체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하셔서 퇴근하자마자 사업장을 찾아갔다.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타일 상점을 이렇게 와본다. 타일이나 도기류에 대해 많이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배우자와 사전에 골라둔 제품들이 있어 타일 사장님과 수월한 상담이 되었다. 도기류를 모두 가격 메리트가 있는 제품으로 구성하면 백만원은 아낄 수 있었지만 나의 쎄뚜쎄뚜 집착증은 A社의 상품으로만 구성하게 이끌었다. 세면대는 R社, 수전은 D社, 팝업 배수관은 중소기업 제품 이런 식의 구성은 정신 사납게 느껴졌고 실제로 새 아파트에 거주할 땐 처음 들어본 회사의 부속품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금이 뜨고 박리가 되어 날카롭게 된 표면에 손을 베인 적도 있어 더욱 이름이 알려진 회사 제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A社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타일 사장님께 들켰는지 상담이 끝나고는 A社 로고가 박힌 비누를 선물로 주셨다.

 

타일이 시공되는 날은 아무래도 자재도 많고 레미탈 등 시멘트 류가 사용되다 보니 깨끗했던 현장이 매우 어지러워져 있다. 사전에 백시멘트 줄눈을 하고 나서 줄눈 코팅 시공을 요구했었는데 타일 사장님의 경험상 3년 까지는 물 떼나 곰팡이에 매우 강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허물을 벗듯 표면 박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안을 수정하여 일반 백시멘트 보다 몇 배는 비싸다는 A社(도기회사 아님)의 줄눈 시멘트 제품으로 시공 받았다. 티 없이 맑은 수전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난... ㄱ ㅏ끔...거울대신 수전본ㄷ ㅏ...) 줄눈에 핑크빛 곰팡이가 자리잡은 꼴을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인데 얼마나 내구성이 좋은 제품인지는 살면서 경험해 보리다. 타일 시공팀이 사용하고 남은 자재는 줄눈 시멘트 포함하여 고스란히 남겨줬다. 양이 꽤 되는데 홀로 팬트리에 깔끔하게 정돈하느라 더운 날 땀을 꽤 흘렸다. 

 

어떤 자재는 돌려주고 어떤 자재는 언급도 없다. 기준이 무엇일까. 그래... 다른 자재는 발주&입고된 수량을 모두 소모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량목구조와 같은 건식시공에는 건식 바닥 난방이 어울리다고 생각한다. 착공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건식 난방 시공은 거의 마지막 공정에 이뤄졌다. 시멘트가 싫기도 했지만 XL 배관이 꼭 맞게 끼워지도록 형상이 있는 성형된 고밀도 EPP foam 제품이 강도도 좋고 향후 바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리하기도 비교적 용이할 것이다. 난방시간이 짧지만 빨리 식는 단점도 있는 건식 난방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ㄱ社 특허제품인 라돈 free 황토 축열 pad도 EPP에 끼워진다. 그 위로 철판과 친환경 보드까지 시공되어서 향후 강마루 시공까지 완료하고 나서는 밟았을 때 습식 난방 시공의 경우와는 살짝 뭔지 모를 이질감은 있지만 꿀렁거림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시공사 사장님의 기준에는 미흡함이 다소 있는듯하다.

건축주의 뜻을 굽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피로감을 느낀 것에 반하여 이 공정은 매우 신속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건축주여...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소신껏 밀고 가보자.

건식난방 시공 주요 사진.jpg↑건식 난방 시공 후

 

 

전기공사팀은 날 잡고 나타나서 호다닥 끝내고 퇴장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공정을 봐가며 수차례 현장을 찾아왔다. 건축은 물론이고 전기분야도 문외한이지만 건축주의 욕심 같아서는 전선 배선도 보기에 깔끔하게 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굳이 전선이 최단거리로 천장 위를 정신 사납게 가로질러 가기보다는 구획정리가 잘 된 신도시의 도로처럼 배선될 수 있게 사전에 협의하고 싶었다.

천장 위 전선 배선 사진.jpg↑천장 위로 어지럽게 널려있는 전선류. 방습지 작업시 매우 애를 먹었다.

 이랬던 마음은 사전 협의할 내용이 너무 많다 보니 후순위로 밀렸고 공사가 시작되자 어느덧 흐지부지 사라졌다. 내 생각대로 했으면 전기 공사 재료비는 조금 더 나왔을듯하다. 

군데군데 전산 볼트로 매달린 사각의 steel 관에 가지런히 배치된 수많은 전선들이 시공된 카페를 본 적이 있다. 한 잔의 커피보다 칼각으로 정리된 그 전선관을 보는 것이 더 힐링이 되었을 정도다.

 

전등의 세계도 알수록 그 끝이 없는듯 하다. 아파트 거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참 뭐가 많다. 툭 튀어나온 전등부터 화재감지기, 스프링클러, 스피커, 각종 센서 까지 없던 환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다. 열회수환기장치와 간접 조명까지 있다면 더욱 복잡할 것이다. 

그저 단순함을 추구해서 모든 실내 조명은 LED 다운라이트로 장착하기로 했다. 공간의 주용도를 생각하여 화장실은 주광색, 식탁은 전구색, 방은 주백색으로 배치했다. 색 뿐만 아니라 확산형, COB 등 빛이 퍼지는 모양도 생각해서 조명 하나하나 스펙을 명기하여 시공사에 요구했는데 둔해서 그런지 큰 차이는 잘 못느끼겠다 . 각 공간의 조도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구글링하여 찾은 어느 미국 자료에 준하게 구성했다. 대부분 3인치 조명으로 깔끔하게 시공되어서 대체로 만족하지만 2인치 이하의 제품을 사용했다면 내 취향을 더 저격했을듯 하다. 

공간별 조도 참고자료.png↑구글링하여 찾은 공간별 적정 조도 참고 자료이다.

 

 

 

우리집 조명 테이블.png↑참고 자료에 준하는 조도로 각 공간의 조명을 요구했다.

 

 강마루 시공 후 거의 마지막 공정으로 싱크대 등 붙박이 가구 시공이 있었다. 이 분야에 유명한 H社에서 진행했으며 큰 기업답게 사용하는 사소한 공구라도 새것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고 벽과 바닥면 보양도 꼼꼼하게 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아시다시피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시공사 사장님은 이 H社와 제휴(?) 비스무레 한 관계로 DC를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초기 면담부터 싱크대, 신발장 등 붙박이 가구류는 답정 H社 였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L社 할인 혜택이 직원 복지로 있는데 여기 제품으로 하는 것은 어떠냐 했더니 사장님은 그럼 AS가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렇구나... 그래서 H社로 결정했다. 그런데 가구 AS를 왜 시공사 사장이 언급을 하지? 싱크대 시공으로 인해 목구조나 설비 AS 받을 일이 있긴 한 것일까. 아직도 이 'AS 불가능'의 의미를 모르겠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가급적 플라스틱이나 비닐 소재를 멀리한다. 그래서 표면이 매끈한 장점은 있겠지만 필름이 입혀진 합판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름 있는 싱크대 회사 제품은 참 가격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붙박이 가구 업체를 선택할 기회가 온다면 필름 제품에 비해 오염이나 관리 측면에서는 불리하겠지만 집성목이나 일반 합판으로 제작된 붙박이 가구를 구입하고 싶다. 그런 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접 제작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고 싶다. 

 

 아쉬운 대로 팬트리에 둘 선반은 OSB와 2×4 구조목 그리고 S社 보강용 철물로 셀프 제작을 해봤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한 바를 오래 지나지 않아 실물로 구현해서 다소 어설픈 구석은 있으나 아직까지 문제없이 잘 사용 중이다.

셀프제작 선반 사진.jpg↑OSB와 2×4로 제작한 선반

 ※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1) 골조를 떠나 화장실을 비롯하여 누수 문제가 발생하면 큰일이다. 화장실 방수도 충분히 공부해 보고 이곳에는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다.

 (2) 거주 중인 집을 기준으로 모든 전원 콘센트, 통신선, 스위치의 위치를 봐보자. 불필요한 것은 빼고 더 추가해야 할 것은 메모해뒀다가 설계 단계에서 건축사에게 상세하게 요구하자.

 (3) 에어컨이나 전열기구와 같이 전기를 많이 먹는 기기도 대략적인 위치를 생각해뒀다가 도면에 반영하여 별도 전원이 공급 가능토록 시공해야 좋다.

 (4) 분전반이나 통신함의 위치도 고민해 보자. 우리 집의 경우 별생각 없이 현관 팬트리 쪽에 두었는데 분전반과 통신함 덮개가 팬트리 슬라이딩 도어에 간섭이 돼서 너무 불편하다. 덮개가 열리는 공간이나 닫힌 덮개가 벽면으로부터 돌출된 길이 등을 고려하여 문이나 선반, 각종 가구류와 간섭이 되지는 않는 지도 생각해두자. 일단 시공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5) 처음엔 외벽에 구멍을 내는 것이 싫어서 외부 전원 콘센트 설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최소 한 개소 이상은 설치해두자. 단독주택에서는 밖에서 전기 쓸 일이 아주 많다.

 

<다음 III-9. 조경 으로 찾아뵙겠습니다!> 

 

 

Comments

M 관리자 08.31 09:27
오늘도 감사합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어떤 부분적인 문제를 언급하기에는 시공사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서요..  ^^;;;

화장실 방수에 대해서는 한번 정리된 글을 올려 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네요.
1 안락삶 08.31 11:02
@ 관리자 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장실 방수' 기대됩니다!
G 구독자 09.01 19:51
시공사의 대응 태도를 보니 안락삶님 몸에 사리가 생기셨을것 같아요.
고생 많으셨어요.
1 안락삶 09.03 06:34
@구독자 님
ㅎㅎ 그래도 집은 지어졌어요. 큰 하자만 없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