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단열 공사와 house wrapping
11.1mm OSB 합판이 지붕까지 부착되고 방수시트까지 붙여야 골조 공사는 마무리된 것으로 봤다. '골조 공사'에 너무 긴 내용을 쓴 것 같기도 하고 한국식 warm roof 공정상 rafter 사이에 단열재 시공이 먼저 이루어져 어떤 소제목하에 글을 쓸지 모호해진 듯 하지만 일단 써보도록 하겠다.
먼저 사연 있는 단열재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시공사에서는 건축도면이 완성된 이후 첫 견적을 송부했는데 중단열재로 K社나 J社 글라스울로 되어 있어 이를 다른 제품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주택 신축을 결정하게 된 때부터 외형적으로 예쁘고 세련됨을 추구하기보다는 단열 잘되고 (목조이다 보니) 습기에 강하고 물 안 새는 성능 좋은 집을 원했기 때문에 습기나 결로에 노출되면 단열성능이 저하되는 글라스울보다는 미네랄울 제품을 염두에 두었다. 특히 ROCKWOOL을 원했고 검색 포털에도 판매하는 곳이 뜨길래 돈 주고 사면 될 일로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판매 중인 ROCKWOOL 제품은 추가적인 외단열 시공 용도이고 목조 중단열용은 북미지역 등 해외에서만 구매 가능했다. 해외직구 루트도 알아보는데 외벽용, 내벽용, 지붕용 제품을 들여오려면 콘테이너 단위로 운송을 해야 해서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 포기했고 중국 상해지사 쪽으로도 메일을 보내봤지만 무응답... 어렵게 수소문하여 국내에서 ROCKWOOL을 취급했던 사업자와 연락이 닿아 공급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목조 16인치 중단열용도로 적합한 제품은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해당 제품은 부피 산업인데다가 수요가 많지 않아 선뜻 해외에서 들여오려는 사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 한다. 그나마도 일부 조선소에서 선박 단열 용도로 ROCKWOOL을 소비하고 있었다.
차선책으로 국내 미네랄울 제품으로 단열시공을 원한다고 하니 시공사 사장님께서 거래처에 알아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미네랄울은 현재 생산 중단되었고 COVID-19 펜데믹 당시 수입 글라스울 공급난이 있을 적에 대체품으로 잠시 나왔던 제품이라고 말씀하신다. 사장님께선 시공했던 집들 모두 습기로부터 문제없고 글라스울로 단열시공한 집들도 다 난방비 적게 나오고 따뜻하다며 그냥 원안대로 가자고 하신다. 자기를 못 믿냐, 믿으니까 주택 시공 맡긴 거 아니냐라는 말씀도 전체 공사 기간 동안 건축주와 의견이 다를 때 두어 번은 등장한 것 같다. 나는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 반론이 아니면 그 의견을 수용하기 어려운 습성이 있는데 저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썩 유쾌하지가 않았다.
결국 중단열재는 S社에서 제조한 이** 글라스울로 결정을 했다. S社는 자동차용 유리회사로 알고 있었는데 단열재도 생산을 한다. 타사 제품과 가격대도 비슷하고 글라스울이지만 발수 성능도 있고 밀도가 높아 쳐짐이 적다고 하여 선택하게 되었다. 크라프트紙가 붙어있지 않아 stud에 타카 고정 방식이 아닌 그냥 끼워 넣어 고정하는 방식이어서 손이 많이 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불만은 듣지 못했다.
목수들은 타사 제품 대비 조금 더 분진이 따갑다고 하신다. TMI지만 특유의 비릿한 암모니아 향이 강한데 이는 단열재 제조과정에서 유리섬유를 binding 하는데 이 binder에 암모니아 성분이 있어서 그렇다는 S社 한국지사의 답변도 있었다.
단열재에 얽힌 진짜 사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비용이 얼마나 할까 알아볼 목적으로 직접 SketchUp으로 그린 모델로 각 벽면, 지붕면 면적을 계산하여 주로 쓰이는 단열재 회사별로 수량을 추산한 테이블을 작성해 봤다. 당시 목골조 면적도 계산해서 제외하려면 손이 많이 가서 어렵지 않나 사장님께 이야기했더니 로스율 감안하여 그냥 한 면의 면적대로 단열재 수량 계산하면 얼추 맞을 것이라 했다. 설마 생애 최초로 단열재 수량을 계산해 보는 건축주의 자료 그대로 발주를 넣을 줄은 몰랐다. 사장님께서 검산을 하고 최종 발주를 넣겠지 했는데 2월 초에 내가 계산한 그대로 정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발주를 했고 그 결과 단열 시공이 끝난 후에는 트럭으로도 두 대 분량은 족히 되도록 단열재가 과하게 남았다.
시공사 원안대로 K社나 J社 글라스울을 택하지 않겠다고 하여 건축비 견적에서 그 비용을 뺐고 건축주가 단열재를 구입 후 공급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이** 글라스울은 사장님의 거래선(?)에서 취급하는 품목이고 시중가격보다는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며 발주 및 비용 대납은 시공사 측에서 하되 그 비용은 건축주가 별도로 정산하기로 했다.
그래... 과다하게 수량을 추산한 내 부족함인가 보다.
↑주요 제조사별 중단열재 수량 추산 table
남은 단열재는 시공사에서 ceiling joist 사이에도 넣어 처리하려 했으나 그래도 다 소비하지 못했다. 특히 지붕용 R37 220mm 두꺼운 녀석이. 나는 중고거래라도 할까 생각했다가 거래도 쉽지 않고 용차도 써야 해서 그냥 지붕 남는 공간에 보관하기로 했다.
다행히 사장님이 단열재를 지붕으로 올려주셨고 나는 지붕에서 받아 가능한 깔끔하게 테트리스하듯 쌓아두었다. 조만간 잘 있나 지붕 속으로 가봐야겠다.
병아리 빛 단열재는 지붕에 금새 채워지고 은갈치 빛 열반사 단열성능이 있는 투습방수지가 이어서 시공되었다. 이와 같은 지붕은 작업하기 위험한 관계로 비계에 가까운 곳부터 투습방수지와 2×2 각재(적삼목으로 요구 했는데 확인은 못했다), OSB 합판 시공이 되고 하단 작업이 끝나면 그 OSB를 딛고 서서 다시 투습방수지 시공을 이어 나갔다.
↑지붕 OSB 합판 시공 모습
최초 지붕 쪽 투습방수지 시공 시 지켜보던 나는 놀라서 비계로 뛰어올라가 멈추게 했다. 벽체의 투습방수지와 단절되게끔 rafter 끝에서부터 시공하려 해서 안된다 이어져야 한다며 급히 디테일 사진을 찾아 보여드렸다. 목수들은 보자마자 이해하시고 요구한 대로 지붕 투습방수지 시공을 이어갔다.
↑지붕과 벽체의 투습방수지가 끊기지 않는 시공 요구 [출처 : 유튜브 수신제가]
지붕에 이어서 벽체의 투습방수지 시공이 이어졌다. 펼치고 타카로 타타타탁! 혹시나 불량하게 박히지는 않을까 소리를 들을 때마다 괜히 피부가 따끔해진다. 나는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처럼 총 쏘듯 네일건을 쏘거나 타카를 짧은 시간에 연타하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다. 덜 전문가같이 보여도 천천히 꼼꼼하게 쏴주면 안심되겠는데...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목수들도 워라벨이 있고 빨리 일을 마치고 쉬어야 한다.
일부는 cap이 달린 스테이플러를 전용 도구로 시공해 주셨는데 시공성이 썩 좋지는 않다고 하신다. 작은 차이 일지라도 습에 대한 경계는 과해도 지나침이 없으니 큰 비용 차이가 없다면 건축주 입장에서 가급적 더 유리한 방법으로 시공할 것을 요구하자.
↑투습방수지를 wrap cap으로 시공한 모습
wrap cap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도 잠시 사장님께서 시공된 투습방수지 전용 tape 한 롤을 가져오시더니 시공성이 별로라는 투로 말씀하신다. 그래서 투습방수지가 오버랩된 부분이나 타카 자리에는 일반 tape를 부착하겠다 하셔서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는데 아오... 후회된다. 설마 전용 tape가 고가여서 그러진 않았겠지만... 투습방수지 부착을 위한 tape 스펙도 사전 협의했어야 했나 싶다.
이 무렵부터 house wrapping에 대한 생각이 시공사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벽체와 지붕 쪽 투습방수지가 오버랩 되는 부위가 있는데 이쪽은 tape 마무리를 안 해주시겠단다. 안 해줘도 그리로 물 안 들어가고 문제없다고 한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듯 투습방수지가 나부끼는데 문제가 없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지붕과 벽체의 투습방수지가 오버랩되는 부분. 저렇게 마감될 뻔했다.
오버랩 부위에 tape 시공을 요구하니 사전에 그렇게 협의한 바 없어서 안된단다. 그럼 모든 시공 디테일을 사전에 협의했어야 하나 반문하니 그건 또 아니란다. 시공사는 원래 이렇게 마무리 하는데 내가 유별나게 taping을 요구하는 거라 추가 비용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장님은 또 저런 거 안 해도 문제없고 taping 하더라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충분히 따뜻하다 하시길래 "원래 작은 차이로 기술이 진보하고 삶이 나아지는 거 아니겠냐 보다 더 좋은 집 짓기의 일환으로 해주면 안 되겠나?" 설득을 한 끝에 50만원 추가 비용을 주면 rafter부와 벽체 투습방수지 오버랩 부분까지 taping 해주신다고 하여 예상치 못한 비용을 지급하게 되었다. 이런 실랑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느라 나는 아침 작업시간 40여 분을 날렸다. 지붕 골조가 올라서면서 실내 가변형방습지 셀프 시공을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는데 오전 시간을 손해 보니 예상했던 작업량에 미치지 못해 한숨만 나왔고 house wrapping에 대한 견해 차이를 확인하니 설사 가변형방습지 시공을 의뢰했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또 이야기하지만 실내 가변형 방습지는 선시공을 포함 시공사에서는 반대 입장이어서 부득이 셀프 시공을 하게 됐고 두 가지 종류의 제품을 준비하여 밑 작업을 시작했다. 스위스 S社의 일방향 가변형 방습지로 모든 외벽부와 지붕면을 시공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화장실 두 곳, 다용도실과 주방 쪽+α만 시공하고 다른 곳은 우리 집에 시공된 글라스울과 같은 회사인 후랭쓰 S社 가변형 방습지로 시공하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오버랩 부위에 붙이는 tape, 방습지와 다른 물질 간에 붙이는 tape, 가변형 방습지 시공 전 stud에 붙이는 tape 류와 기밀용 실리콘이 있는데 이 부자재들이 정말 의외로 고가였다. 지붕 쪽부터 rafter마다 가변형 방습지 부착을 위한 전용 양면 tape을 붙이기 시작했다. 혼자 그것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다 보니 매우 더뎠고 ceiling joist에서 실내 바닥을 바라봤는데 고작 2500mm도 안됐지만 떨어지면 뭐라도 잘못될 것만 같이 높게 느껴져 매우 조심스럽고 느리게 이동했다.
오랜 시간 좁은 박공 밑에서 위를 바라본 채 작업을 하니 자세도 좋지 않고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났다를 반복하니 관절이 피로해져 이때 이후 김장할 때와 같이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하면 잠시도 참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양면 tape 작업만 닷새 동안 이뤄졌다. 셀프 시공이라고 해서 생업을 뒤로한 채 일을 할 수는 노릇이어서 틈나는 대로 했고 주말은 8시간 이상 밤늦게까지 해도 너무 더디다. 혼자 하겠다고 하니 사장님은 그럼 나흘 드리면 마무리되겠냐 우린 이런 공정 이틀 본다며 답답해하시는듯하다. 가변형 방습지 시공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데 건축주 놈이 신속한 타카질로 리듬감 있게 파바박 비닐을 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쭈그리고 앉아 rafter마다 stud마다 양면 tape만 붙이고 앉았으니 말이다.
taping 덕에 많은 rafter와 stud를 만지며 느낀 것인데 투바이 목재가 미세하게라도 휨이 있다 보니 경량목구조 그 자체만으로 기밀하기는 어렵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 시공해도 사진과 같이 미세한 틈이 생긴다. 건강한 목조주택은 숨을 쉰다는 표현이 이런 것을 뜻한 건 아니겠지.
↑rafter와 단열재의 틈과 top plate쪽 골조 틈이 보인다
틈이 생기기 쉬운 stud와 OSB, top plate와 블로킹 또는 ceiling joist와 만나는 곳마다 우레탄 폼을 얇게 쏴주는 현장도 봤다. 기밀한 집에 도움이 되는 방법 같은데 사전에 검토하여 요청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우리 집은 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 틈이 크게 발생한 곳, ceiling joist와 rafter가 만나 단열재가 완벽하게 들어가기 어려운 곳 그리고 16인치(≒406.4mm) 간격으로 rafter 시공을 했지만 살짝 오차가 있어 단열재가 헐겁게 끼워진 곳에 핑크색 우레탄 폼을 쏴줬다.
심하게 헐거운 곳은 얇은 합판을 잘라 붙여 두었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 보강된 합판 일부는 떨어질 정도로 약하게 고정돼 가변형 방습지 시공할 때 애를 먹었다.
모처럼 시공사가 쉬는 토요일이 있어 많이 작업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아침 일찍 현장에 갔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이다. 전열교환기와 에어컨 배관 설치를 위해 공조팀이 온 것이다. 이미 rafter에 전열교환기 덕트를 설치했고 에어컨 배관 작업에 열중했다. 허름하게 차려입고 인사를 드렸더니 본체만체다. 남루한 차림으로 현장에서 양면 tape만 붙이고 있으니 건축주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한 눈치다. 아... 양면 tape을 못 붙인곳도 많은데 벌써 duct들이 심해 대왕문어처럼 rafter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taping 작업도 문제지만 나중에 가변형 방습지를 붙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난감하다.
↑지붕공간에 열회수환기장치 급기와배기 덕트 시공 사진이다.
아무리 공사가 타이트하게 진행되고 작은 일부 공정이 건축주 셀프로 진행된다지만 사전에 미리 임박한 공정에 대해 공유해 주고 의논해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시공사도 달려가야 할 길이 먼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건축주가 과욕을 부리는 것인가 taping 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이다. 착공 전부터 꼭 맞지는 않더라도 전체 공정에 대한 예상 일정을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사무실 가서 드릴게요 알아보고 드릴게요 하시더니 5월 중순이 지나서야(4월 1일 착공) 아래와 같은 대략적인 일정표를 받을 수 있었다. 원래 현장에는 워낙 변수가 많아 일정표 같은 것도 없다고 하신다. 건축주가 하도 조르니 마지못해 작성해서 주신듯하다.
↑시공사에서 보내준 예상일정표
공조설비팀이 마무리되니 전기팀이 왔다. 나도 사다리로 오르내리며 지붕 쪽 taping을 해야 하는데 이분들도 수시로 오르내리며 ceiling joist 위로 전선관을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공조장치 만으로도 가변형 방습지 시공이 어려워졌는데 이젠 전선까지 복병으로 자리 잡았다.
실내에서 쭈그리고 작업만 하느라 뒤늦게 봤는데 외부에서 내부로 연결되어야 하는 전선들이 투습방수지까지 그냥 조악한 모양으로 뚫고 나와있는 것이다. 사장님께 저렇게 외벽을 뚫고 나오는 배관이나 배선과 투습방수지에 taping 해야하는 것 아니냐 했더니 저 틈으로 물 들어갈 일 없다고 한다. 딥빡 얼굴로 그곳을 응시하고 있었더니 불쌍했는지 특별히 tape 붙여드리겠다 그러나 진짜 원래 안 붙인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 전선 부위를 tape로 감싸기는 해줬다. 그냥 내가 할걸. 또 언급하지만 house wrapping에 대한 생각이 너무너무 다르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사장님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메시지도 와 있다.
↑매우 다급한듯 화장실에 설치할 가변형방습지를 찾는다
가변형 방습지는 지붕부터 시공하려 했는데 이를 멈추고 사장님이 급하다고 하셔서 화장실 벽 쪽부터 하게 되었다. 화장실은 스위스 S社 제품을 쓰는데 방습지 비닐이 두껍고 무거워 자르고 붙이는데 배우자가 큰 도움을 줬다. 사장님의 말씀이 너무 다급하게 느껴져서 급히 일을 했는데 시공사는 십여 일간 외부 작업을 했고 그 작업이 마무리돼서야 내부 5mm 합판이 붙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어느새 설치돼버린 화장실 선반(현장에선 '젠다이'라고 부른다)의 인조 대리석이 붙을 부분에는 가변형 방습지나 tape 시공을 하지 말란다. 실랑이를 벌이기도 싫고 기밀층이 끊기긴 하지만...이번에도 역시 안 한 것보다는 낫겠지 하며 요구대로 시공해 줬다.
↑화장실 가변형방습지 시공 사진. 선반 시공전에 했어야...
덧붙여 내벽 시공할 땐 이런 거 이런 거 조심해달라 말씀하셔서 내가 외기와 맞닿는 벽만 시공하는 것이라 말씀드렸더니 빙긋 웃으며 이왕 하는 거 다른 벽도 다 하지 그러냐 하신다. 이때 느꼈는데 내부 가변형 방습지를 전혀 시공해 본 경험이 없는듯하다.
가변형 방습지 셀프 시공은 그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 25일차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살면서 지은 죄가 많았는지 tape 지옥이 따로 없다. 방습지 선시공을 하지 않은 대가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모든 외벽과 만나는 ceiling joist, rafter마다 기밀 taping을 해야했고 모든 배관 배선을 피하는 것은 물론 지붕의 collar tie가 지나는 부분은 방습지를 오리고 그곳을 다시 tape로 감싸야 했다.
↑지붕의 칼라타이쪽 방습지 시공은 저렇게 오리고 붙였다.
이렇게 셀프 시공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당연히 시공사의 다른 공정도 쉼 없이 진행되었다. 집이 완성돼 갈수록 기뻐야 하는데 나는 피폐해져 간다. 앞서 말한 단열재가 많이 남아 ceiling joist에도 추가로 끼워져 벽체와 지붕 사이로 방습지를 잇는 작업을 할 때에는 홀로 단열재를 다 탈거하고 다시 끼워 넣느라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잦았다. 방습지를 오리고 접착력이 강한 tape를 자르고 부착할 때 박공 끝쪽과 같이 몸은 물론 손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공간도 있었다. strong back이나 제작빔에 몸이 짓이겨져 갈비뼈 부분과 허벅지에 보랏빛 멍이 들기도 했다.
작업을 마치고 집에서 안면 클랜징을 하면 피부에 붙은 미세한 글라스울 가루 떄문에 피부과에서 레이져 시술을 받는 고통에 버금가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근 한 달간 글라스울 가루를 뒤집어쓰니 그런 통증마저 익숙해지더라. 시공사에서는 내가 답답했겠지만 나도 최대한 일하는데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모든 잉여 시간을 이 작업에 쏟았고 이를 위해 여름휴가 5일까지 땡겨서 사용했다.
사장님께서는 이후에도 수차례 가변형 방습지 시공을 반대하고 여러 번 불편을 호소했다. 나 때문에 변수가 자꾸 발생해서 이번 공사가 너무 힘들다고 하신다. 사진과 같이 펜트리에서 현관으로 가변형 방습지 시공을 이어가는데 애매하게 250mm가량 튀어나온 내벽이 있고 그 내벽은 마침 단열 시공이 완료되어서 그 내벽까지 방습지로 둘러쌌는데 사장님은 이렇게 하면 공사가 힘들어진다고 문제 제기를 하셨다. 연이은 작업으로 지칠 데로 지쳐서 그랬는지 "그럼 이 내벽 부분은 방습지를 다시 드러내서 기밀층을 끊어야 하냐. 다른 가변형방습지 시공하는 현장은 다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냐" 하고 다소 언성을 높였던 것 같다. 그랬더니 사장님도 언짢은듯 자신이 시공했던 내부 타이벡 안한 집은 그럼 다 안좋은 집이냐 하신다. 으잉? 뭔가 포커스가 어긋난 듯한 대답에... 굳이 부딪혀서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뜻은 전혀 없고 조금 더 기밀하고 따뜻한 집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니 힘들어도 되는 방향으로 도와달라" 하고 좋게 마무리했다.
가변형 방습지 지옥, tape 지옥을 탈출하니 나름 보람됐다. 가정의 달 연휴 동안 공사를 쉬었다가 다시 복귀했을 때 사장님은 많이 놀랐다고 한다. 건축주가 중도에 포기할 줄만 알았는데 진짜 다 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자재비만 몇 백만원 들였는데 그럼 안되기만을 바랐단 말인가... 대단하다고 칭찬 조로 한 말씀일 텐데 비뚤어지고 속 좁은 못난 건축주는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먼저 시공된 duct류들을 탈거&방습지 시공후 주먹드라이버로 다시 체결했다.
※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1) (중단열시) 단열재는 어떤 방법으로 어느 회사 제품으로 시공되며 마찬가지로 남는 자재에 대한 처리 방안도 미리 협의할 것을 권한다. 시공은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어느 정도 loss 분량은 받아들이자.
(2) 부수적으로 외단열 추가 시공을 원하면 증액되는 비용을 확인하고 어떻게 시공하는지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
(3) 내부 가변형 방습지 시공도 원한다면 꼭 경험이 있는 시공사를 선택하고 tape 등 부자재 스펙도 확인해 보자.
(4) 외부 투습방수지도 다양하니 적절한 제품을 고르고 가급적 타카 사용한 자리 위에도 꼭 전용 기밀 tape 시공을 요구하자. rafter나 벽체와 지붕이 만나는 부위의 투습방수지는 어떻게 taping 마무리할 것인지 추가 비용 발생 여부를 필히 확인하여 나와 같은 불상사가 없도록 사전에 예방하자.
(5) 투습방수 기능이 있는 OSB합판도 있으니 투습방수지 대비 장단점과 자재비와 인건비를 고려하여 선택해 보자.
(6) corner나 backer 부 배관배선이 지나거나 콘센트 박스가 있는 곳은 단열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는 바로 열교가 되며 심한 경우 결로 우려가 되므로 단열공사가 마무리되면 매의 눈으로 살피고 또 살피자.
<다음 III-7. 내외장 공사 그리고 뜻밖의 방통 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협회 표준주택은 고려해 보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패시브건축협회 존재를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다 지나고나서야 하는 의미없는 이야기긴 한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마음고생 없도록 협회 표준주택을 고려해볼껄 하는 후회도 많이 됩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셨을 모습이 제가 처음 일했을때도 생각나고..
처음 같이 하시는 목수팀들은 투습방수지의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셨었기에 말하다가 포기하고
매일 늦게까지 혼자 타카자리 메꾸고 테이프 하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기밀시공위해서 적절한 인건비를 투자하는건맞을거같지만 인건비가 탑급이신 우리 기공분들을 기밀작업에 투입하기는 비용적인 문제를 늘 걱정할수밖에없죠..
우리나라는 기밀만 전문으로 하는 팀들이 생겨날까요 ?
혹여 풀리지 않는 하자가 생기면, 이제 아셨으니 여기에 문의를 하시면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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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의 선정이 정성적이었던 것 만큼, 공사 과정이 정성적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공정이 조금 꼬여서 그렇습니다.
즉 가변형방습지에 대한 골조 선시공만 되었어도 공조/전기와 부딪힐 일은 피할 수 있었는데.. 그게 협의가 안되니...
수고 많으셨습니다.
폼타이 안끊어도 된다던 현장소장... 제가 다 끊고 고뫄스 바르고, 도막방수는 뭔지도 몰라서 제가하고... 통기층도 모르고....
저보다 더 고생하신것 같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파란집연구소 님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니 반갑기도 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변형방습지 작업을 하다가 도저히 더는 못해먹겠다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한번은 '숨고' 어플로 가변형방습지만 시공할 구인글을 올려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비닐 계통 사업을 하시는 분께서 왜 이런 카테고리에서 구인을 하냐 그런 비닐(가변형방습지)작업은 딴데 올리라며 불쾌한듯 연락 주신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아마도 투습방수지나 가변형방습지를 전문적으로 시공하는 팀은 없나봐요.
가변형 방습지는 수량이 거의 딱맞아 떨어지는 편인가요? 중고를 구하고 싶은데 나오는 매물이 없네요
안녕하세요.
저의 경우 가변형 방습지는 롤단위로 판매하다보니 시공면적이 산출되면 그 숫자에 올림 또는 반올림하여 5롤 이런 식으로 구입했습니다.
인근거리 중고거래 앱이나 집짓기 카페를 보면 사용하고 남은 가변형방습지를 매물로 내놓은 것을 본 적이 있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