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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난한 일반 회사원이 목조주택 건축주가 된 후기 I.Prologue

1 안락삶 5 556 08.27 09:50

 안녕하세요. 

 건축, 토목 분야와는 거리가 먼 제조업 한 회사의 급여 생활 노동자입니다. 겁없이 단독주택 신축에 뛰어들어 급하게 이것저것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협회 게시판에 완성되는 대로 후기를 남기려 합니다. 밀린 OTT 시리즈, 밀린 웹툰 등 볼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내 후기 따위를 누가 읽을까 싶지만 단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다는 생각에 다소 산만한 글을 써 봅니다.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 혹은 질책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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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ROLOGUE


 1980년 세상에 나와 거의 모든 삶을 공동주택에서 보낸 나는 '언젠가는...', '로또 당첨 혹은 사업이나 투자 대박...' 과 같은 조건하에 원하는 대로 설계된 단독주택을 짓고 살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켠에 두고 살았다.


 어릴 적 부모님이 고생해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게 됐을 때에는 그저 새 집, 새 아파트에 살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기억뿐인데 성인이 되고 뒤늦게 결혼을 해서 아파트 청약이란 것도 해보고 마음고생하며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중도금, 잔금 납부, 사전점검, 이사, 하자 신청 등의 절차를 몸소 겪어보니 행복하게만 봤던 세상의 어두운 이면을 너무나 모르고 살았고 우리 부모님도 참 여러모로 험난한 길을 걸어왔겠구나 나도 이렇게 어른이 됐구나 하며 세대주로서 열심히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될 일로 여겼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부정적인가? 그냥 편협한 인간인 건가... 온갖 에너지를 끌어다가 구입한 내 삶의 보금자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뜻밖에도 속이 타고 정수리가 뜨거워질 일이 참 많았다. 그간 무관심하게 지나쳤지만 여러 번 뉴스로도 다뤄졌던 공동주택 입주자 간의 츄러블. 세대주로서 직접 겪어보니 행복하게 삶을 영위해 나간다는 것이 새삼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게 만든 수많은 원인들 중 대표 사례를 들어본다.

하늘 맑은 날 모처럼 창을 활짝 열어두면 어디선가 진한 담배연기가 흘러들어 왔다. 비흡연자에게는 아주 불쾌한 기체이며 얼굴에 들러부터 악취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때문에 몇 만원 하는 메가폰을 구입하여 창가에 비치해두고 이러한 불쾌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사용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야만 했다.

아이가 막 걸음을 떼고 뛰기 시작할 무렵. 위층에서 시끄럽다고 직접 문을 두드리고 찾아와 항의한다. 아랫집이 층간 소음을 호소하는 것이 아닌 윗집에서 불만 제기하는 것은 또 처음 본다. 결국 몇 백만원을 들여 층간 소음 방지 매트로 바닥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술을 못하고 내향인에 가까워 오랜 시간 그리고 자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쉽게 지치고 그 후유증이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그러하여 외출이 잦은 편은 아닌데 가끔 늦은 시간 귀가하여 주차할 일이 발생하면 달랑 하나 소유하고 있는 내 차 댈 곳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았다... 대형마트에서 잔뜩 생필품을 구입해 짐이 많은 날도 간신히 멀찌감치 주차하여 군장을 짊어진 군인처럼 터벅터벅 걸어오는 날도 많았지만 그저 아파트 단지 안에 주차 자리가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하늘에 감사해할 정도였다. 

자신만 편하려고 대에충 남의 차 앞에 이중주차한 차량, 주차공간이 아님에도 내 차는 소중하니깐~ 창조적 주차를 한 차량,삐딱하게 주차라인을 밟은 차량 등 본능적으로 눈살 찌푸릴 일이 많았다.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웃 간 갈등이 심화되어 흉포한 사건으로 치달은 일이 언론에 보도되어도 이제는 그저 별난 사람 간의 일이다. 진부한 기사로 느껴질 정도로 둔감해진것만 같은 사회에 속해 아이도 키우고 우리 부부도 늙어갈 미래를 내다보니 깜깜했다. 우리 민족이 십중팔구 공동주택 형태로 주거를 굳혀갈 거면 좀 앞선 제도로 뒷받침하여 좋아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재산과 영끌하여 마련한 융자금까지 더하여 어렵게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 한 칸이건만 그 주변 누군가에 의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참 서글펐다.


좋은 것만 보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내기에도 부족한 게 인생 아니던가.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조차 인생 낭비다. 속 편한 방향으로 사는 방법을 탐색하게 되었고 어렴풋했던 단독주택 신축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마침 배우자의 건강이 급격히 좋지 않아져 이례적으로 대형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생겼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려했던 큰 병이 아닐 수도 있고 정기 검진 시 좋은 방향으로 건강 

수치가 나아지고 있으며 배우자도 아이를 위해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적극적으로 동의해 줬다.


'진짜로 나의 집을 지어보자'


그런데 수중에 돈도 얼마없고 얼마나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저 현재의 주거형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토지 매물을 검색해 보고 무작정 유튜브를 켜고 SketchUp 기본기능을 속성으로 배워 내가 원하는 평면도도 몇 점 그려봤다. 


초기 평면도1.jpg

↑평면도 그림1. 살면서 느꼈던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공간을 다 때려넣어 봤다.

초기 평면도2.png

↑평면도 그림2. 그림1의 평면도를 동선을 살짝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형시켜 봤다.

 

우선 땅부터 찾아야 나의 꿈이 구체화될 것 같다. 프라이빗하면서도 흔히 마주치는 편의점도 있었으면 하고 아플 때 신속하게 방문할 병원도 있어야 한다. 돈처리나 공적인 일을 처리해 줄 은행과 관공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야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뷰가 좋은 그런 토지는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돌아봤을 때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토지는 너무 비싸다. 나의 니즈들의 교집합의 교집합의 교집합을 찾고 일부는 현실과 타협을 하니 대상이 좁혀졌다. 망설임없이 토지 인근 공인중개사를 찾아갔고 매매 의사를 비췄다. 딱히 토지 거래가 활발한 것도 아닌 듯 하나 조바심에 가계약금을 걸고 약속한 일정에 토지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고 나서 금융기관을 찾아가 토지담보대출 신청도 쉼없이 진행했다. 

수차례 테스트해 본 결과 내 MBTI는 INFJ로 나온다. 그러나 토지매매계약을 진행했던 올해 초 나의 모습은 J보다는 P의 모습에 가깝지 않은가.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과 같이 맹신할 건 아닌가 보다. 아무튼... 내 땅이 생겼고 어떻게 뭐부터 공부하고 집을 지을지 부랴부랴 찾아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집은 완공됐고 모르는 이가 보면 금세 뚝딱 지어진 것 같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이 고됐고 안타까운 부분도 있어 나와 같은 건설업계와는 무관한 일반 회사원이 건축주가 되어 단독주택 신축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덜 후회하게끔 도움이 될 수도 있을까 봐 글을 써보기로 했다.

 

<다음 II. 집짓기에도 순서가 있더라 로 찾아뵙겠습니다!>


Comments

3 내집마렵다 08.25 17:17
키8ㅑ 대작의 삘이 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의 흐름을 겪으신것 같아 너무 공감되기도 하구요
다음편 주세요 얼른
피가 되고 살이 될 것 같은 삘이 옵니다.~~2
다음글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두~~~둥~~~~~
G 패시브 08.25 20:14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집 짓기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지람 08.27 12:0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 안락삶 09.04 16:32
@내집마렵다 님, 디엔에이ㅣ신범석 님, 패시브 님, 지람 님
영광스러운 첫 코멘트를 주셨는데 이제야 인사 드립니다.
응원해주시고 기대하고 있다는 댓글에 힘입어 처음으로 긴 글을 써봤고 덕분에 어설프게나마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