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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작업중 건물 어딘가에서
우당탕 푸드덕 소리가 나길래..
쪼가리 따위가 바람에 날아다니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몇번 반복되기에 자세히 들어봤더니
무기체의 소리가 아니라 생명체의 소리인 것입니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한참을 헤매이다
eps 환기배관 속에 둥지를 틀고 앉은
작은새 한마리와 뻘쭘하게 눈을 마주쳤습니다
니네도 집이 필요하구나..
니딴엔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집을 지었겠지.
그러나 미안하지만 후드캡이 달릴때 철거될 거란다.
쫒겨나기 전에 넌 새로 집을 지어야 할텐데 곧 닥칠 모든 상황을 너에게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구나?
머릿속으로중얼거리며 사다리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러곤 사람에게 동물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저 새는 비버처럼 다시 열심히 집을 지을 것인가?
새들도 분업을 하는가? 아니면 무조건 직영인가?
뻘생각을 하며.. 돌아서서 할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푸드덕대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아까 마주친 눈빛을 떠올렸을때
이 비트는 먼가 간절한 몸부림이다 라고 직감하고...
다시 올라가 자세히 쳐다보니
작은 새가 열심히 만든 보금자리는
새집이 아니라 새덫이었습니다
시가 불투습 기밀테잎의 높은 접착성능에 의해..
열심히 지은 작은새의 보금자리는 새덫이 된 것이지요.
자연속에서 시가 테잎의 성능에 필적하는 끈적함을 경험해본 적 없을 작은새를
손이 닿지 않는 배관 속에 꼬챙이와 각목으로 조심스레 젓가락질해 떼어내 날려보내 주었습니다
이 넓은 대금산 자락에 하필 시가 기밀테이프가 붙어 있는 환기배관 속에 집을 지은 작은새를 떼내어 보내고..
인간이 사는 건물도 운이 없다는 이유로... 인생의 덫이 되어버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생각했습니다.
곰팡내 나는 빌라에서 계약기간이 남은 이유로 탈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아 지내던 경험을 떠올리며...
사실 작은새가 시가 기밀테잎을 만나는 경우보다
인간이 하자투성이 집에 발이 묶이는 경우가 더 많겠구나 생각하며
다시 이것저것 작업을 했습니다.
해당부위는 앞으로 청테이프나 알미늄테이프로 막도록 하겠습니다..
소식 없는 사이 벌써... 이제 정말 집들이가 멀지 않았네요. 가끔씩이나마 소식 올려주세요.
나무님 제가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과연코너창을 포기안하셨을까 포기했을까 궁금해했는데요.
코너 살려두셨네요!^^ 이쁩니다.
혹시 어디창호로 시공하셨나 물어봐도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