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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犬公)을 위한 변론(辯論) - '개'가 '개'가된 사연

2 ifree 5 2,612 2015.05.13 12:38

어제밤에 똥누면서 정선의 산수화를 보다가 문득,

'유레카!'

'마침내 오랜기간 동안 품어왔던 의문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우리가 흔히 거짓말을 하거나 허튼 소리를 하는 자에 대해서

"개뼉따구 같은 소리하고 있네"

"개소리 하지 마라"

또는

"개 같은 놈"

이라고 말한다.

나는 생각해 봤다.

'대체 개가 뭔 잘못이 있다고 저리 안좋은 의미를 갖다붙히는 것인가?'

개 입장에서 보면 아무 잘못한 것이 없는데 이리 복장터질 노릇이 있을까? 싶었다.

또 한편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 통념상 '개' 그 자체로만 분리해서 들여다 보면,

물~~~~~~론, 좋아하는 이유 자체는 다양하기는 하겠지만, 어쨋던 나라 안에 개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드물다 할 것이고, 설사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여도 굳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자는 더욱 드물다 할 것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우리네 감정에 '개'를 거짓이나 위선 또는 배신의 상징물로 간주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온갖 안좋은 수사의 머리에 '개'가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여, 나는 오랜동안 이 의문을 풀 단초를 찾고 있었다.

 

정선의 산수화에는 유난히 금강산이 자주 등장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금강산은 산은 하나지만 계절에 따라 금강산,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으로 달리 불려진다.

그만큼 철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금강산의 겨울철 이름은 개골산(皆骨山)이다.

다 개(皆), 뼈 골(骨), 뫼 산(山) 즉, '다 하얗다' 라는 뜻이다.

정선의 그림에서도 나무 한그루 없이 온통 새하얀 개골산이 묘사되고 있다.

 

나는 추론하여 봤다.

어느 선비(갑)가 온산이 눈으로 하얗게 덮힌 금강산을 돌아보고 고향에 와서 친구에게 자랑을 하였다.

"내가 이번에 금강산을 다녀왔는데, 정말 듣던데로 나무 한그루 안보이는 온통 새하얀 산이더라구, 하여 그쪽 사람들은 겨울철에는 금강산을 개골산(皆骨山)이라 부른다고 하네 그려"

이 말을 들은 선비(을)이 생각해 봤다.

'조선 천지가 산으로 뒤덮혀 있고, 눈 앞에도 버젖이 산이 있지 안은가? 눈이 오면 산마루야 조금 하얗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나무 한그루 안보일 정도로 '다 하얗다'는 것은 뻥이 쫌 있는 것 같은데?'

이리 생각한 선비(을)이 답하기를

"개(皆)뼉따구(骨)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렇게 된 것이다.

설 안가본 사람이 말싸움에서 이긴다고 선비(을)이 하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 동네 사람들이 모두 편을 들고 나서니 선비(갑)은 졸지에 '개뼉다구' 신세가 되버린 것이다.

그렇다!  나의 의문의 단초는 바로 이 '개뼉따구'에서 풀리기 시작한다.

이 사건 이후로 거짓말을 하거나 뻥이 심한 말을 들어면 사람들이 요 '개뼉따구'를 사용하여 핀잔을 주곤하였던 것이다.

이 수사는 이제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허튼 소리를 하면,

'개뼉따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긴말하기 입아프면,

'개소리 하고 있네'

특정인에 한정하면,

'개같은 놈'

이 된 것이다.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들을 위하여 비장의 일장초식을 펼친다면, 흔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흰 소리 한다' 라고 달리 표현하고도 있음을 주지코자 한다.

이는 '개뼉따구'의 응용버전 다름아니다.

 

아! 감동 마침내 나의 의문은 풀리고야 말았다.

이로써 본인은 천신만고 끝에 구한 이 귀중한 변론을 그 긴 세월동안 억울한 심정에 복장터져 생을 달리한 견공(犬公)들에게 바치며, 세상에 아무리 '개같은' 인간이 많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의 친구인 견공(犬公)과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음을 명확히 밝히는 바이다.

Comments

2 ifree 2015.05.13 12:39
전에 쓰놨던 글인데 가벼운 조크가 선물하고 싶어져서 올립니다.^^
M 관리자 2015.05.13 12:46
ㅎ.. 조크인 줄 모르고.. 무릎을 치면서 읽었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ps. 투표관련 글 좋았는데.. 자삭하셔서 섭섭했더랬습니다. ㅎ
2 ifree 2015.05.13 12:50
아! 보셨군요. 투표...
진심이기도 하고 오래 생각해온 것이기는 한데, 좀 무거운 내용 같아서요.
담에 저도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M 관리자 2015.05.13 13:22
넵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3 이명래 2015.05.16 21:02
사람 같잖은 인간을 들어 개같은 넘이란 뜻은 지나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심오함이 있었다니, 원~~~

뭐를 빗대어 말함이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상시로 사용하던 어원을 상실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