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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는 인류의 오래된 메아리를 담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인류 생존의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줄거리지만 그 안에는 인류가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선택과 선과악의 기준, 우연과 필연, 인류지식의 한계와 가능성, 시작과 끝, 사랑 그리고 무한한 호기심을 담고 있다.
■ 선택
▷ 브랜드박사의 선택
인류 생존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이자 물리학자인 브랜드박사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미지의 행성에 인류 존속의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그 임무를 수행할 인듀어런스 승무원들에게 지구인을 모두 구할 수 있는 플랜A로 설득였지만 중력의 법칙을 넘어서는 풀지못하는 숙제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행성에서 인류의 생존을 이어갈 수백개의 수정란을 무사히 옮기는 플랜B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인듀어러스호는 돌아올 수 없는 원웨이티켓을 지낸채 지구를 출발한 것이다.
인듀어런스호가 출발하고 20년도 더 지나 죽음을 맞이하면서 쿠퍼의 딸 머피에게 '미안하다. 속였다'라고 고백한다.
그것은 브랜드박사의 선택이었다.
브랜드박사는 인듀어런스호가 지구권을 벗어날 때 이를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승무원들에게 전한다.
"순순히 어둠의 문턱을 넘어서서는 않된다.
노년은 저무는 하루에도 타오르고 분노해야한다.
희미해져가는 불빛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브랜드박사는 자신의 딸 아멜리아를 승무원에 포함시킴으로써 그 승무원들의 희생을 강요한 자신의 선택이 숭고한 인류애임을 증명하고 있다.
과연, 브랜드박사는 지구인를 포기한 것일까?
브랜드박사는 승무원 쿠퍼의 딸 '머피'를 데려다 자신이 풀 수 없었던 중력의 법칙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 풀게 하였다.
죽음을 맞이한 브랜드박사가 속였다고 고백했을 때 머피는 인류에게 헛된 희망을 품게한 속임수를 쓴 것에 분노하였지만, 만약 브랜드박사가 필요했던 것이 오직 헛된 희망 뿐이었다면 왜 머피에게 자신이 풀지 못한 숙제를 알려주려 애를 썼을까?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풀지 못하여 자신은 인류를 포기하는 선택을 해야했지만 혹 머피가 풀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 쿠퍼아들 톰의 선택
영화 시나리오 중 쿠퍼 아들 톰의 역할은 관객들에게 크게 인식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위험이 가득한 곳에 소중한 가족을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톰을 통해서 지구인에게 두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보았다.
첫번째는 마지막 불씨가 꺼져가는 그 순간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마지막이 확실해지면 인간의 본능은 가족이 있는 'HOME'의 소중함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을 확인한 톰 역시도 브랜드박사와 같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죽은 것이 확실한 아버지 이름을 따서 쿠퍼라고 지은 것이다.
하나의 종으로써 인류는 단지 한 개체의 죽음이 곧 종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극 중 수많은 선택들이 등장하지만 그 하나하나는 우리 지구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인간은 선택은 곧잘 선과 악의 기준에 의해 평가된다.
브랜드박사의 선택은 사악한 것일까?
톰의 선택은 과연 어리석은 것일까?
오히려 어쩌면 다른 선택 그러나 모두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
■ 우연과 필연
영화의 앞 부분에서 쿠퍼의 딸 머피는 자신의 이름이 괴상하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말하지만 쿠퍼는 그런 딸에게 설명한다.
"머피의 법칙은 우연한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머피가 또는 그렇게 말한 쿠퍼조차도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사건의 종말에서는 필연이었음이 드러난다.
톰은 본능적으로 가족이 살던 집을 떠나지 않고 지키려 하고 톰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던 머피는 옥수수농장에 불을 지르면서 가족을 대피시키려고 했지만 머피는 마지막 순간 톰이 지켜왔던 자기 집의 어릴적 자신의 방에서 아빠인 쿠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된다.
톰이 진작에 가족들이 살던 집을 버리고 떠났다면 중력의 비밀은 풀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인류를 구원으로 이끈 톰의 선택은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현대 물리학을 출발시킨 뉴턴은 이렇게 말했다.
" 낙옆이 떨어지는 이유조차 신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
그는 그 의문을 답으로 뉴턴 물리학을 탄생시켰다.
인듀어런스호가 웜홀을 통과하는 순간 아멜리아는 미지의 외계 생명체와 교감을 하게되지만 우연이었다고 생각했던 그 사건조차도 결국 쿠퍼와의 교감이었음이 드러난다.
아마도 크리스토퍼 놀난 감독은 헤겔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헤겔은 말했다.
"역사는 필연에 대한 자각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차원의 공간으로 쿠퍼를 인도한 미지의 외계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인터스텔라에서 우연은 단지 설명되어지지 못한 필연일 뿐이다.
■ 인류지식의 한계와 가능성
영화는 인류가 이루지 못한 미래 과학적 성과를 가정한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철저히 현재의 물리학적 한계에 충실하고 있다. 다만, 머무러지 않고 과감한 가설을 던진다.
인듀어런스호가 도착한 첫번째 인류 정착 후보지 밀러행성에는 이미 10년전에 밀러박사가 도착하여 탐사를 하고 지구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곳이다.
그러나, 밀러행성은 가르강뒤아(블랙홀) 궤도를 튕겨져 돌고 있기 때문에 시공간 왜곡으로 밀러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에 해당한다.
이 장면에서 아멜리아는 아인쉬타인 상대성 이론의 중대한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더 이상 갈 수 없는 4차원의 시공간을 탐험함에 있어 미래의 시간을 줄이거나 늘릴 수는 있지만 결코 과거에로는 여행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끝 무렵에 쿠퍼는 미지의 힘이 이끈 5차원의 세계에 던져진다.
놀란 감독과 그를 자문한 일단의 물리학자들은 상상해 본 것 같다.
과연 5차원의 세계에서 가능한 것과 또 불가능한 한계는 무엇일까?
그들은 기존의 싸구려 공상과학만화에서 설정한 것과 같이 5차원의 시공간에서 과거로의 시공간 돌파가 가능하다는 설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4차원과는 무엇인가 달라야 할 것인데, 그 답으로 중력과 시간을 제시했다. 중력과 시간은 4차원의 시공간을 넘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쿠퍼 자신이 그 한계를 넘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쿠퍼는 시공간을 넘어가는 중력을 통신 수단으로 삼아 자신이 남기고 간 시계의 초침을 움직여서 딸 머피에게 중력의 비밀을 2진신호로 전달하였다.
■ 다른 선택 그리고 끝과 또 다른 시작
인듀어런스호의 두번째 탐사지인 만행성에는 밀러행성과 같이 만박사가 캠퍼를 설치한 곳이다.
만행성에 착륙한 일행은 머피로부터 브랜드박사의 사망 소식과 함께 플랜A는 거짓이었음을 전달받게 된다.
놀라운 것은 만박사 역시도 지구 출발전에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박사의 선택은 브랜드박사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는 만행성을 자신의 생존을 보장해 줄 신세계라는 확신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러나 대개 그렇듯이 과학적 희망은 곧잘 오류로 드러난다.
만행성은 혹독한 추위와 암모니아가스 가득한 지옥이었던 것이다.
만은 그 사실을 지구에 정직하게 알려야 했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한 단 1%의 가능성과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선택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는 깊은 동면의 시간을 보내며 언제 찾아올지 모를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인듀어런스호가 도착하고 승무원들이 그 사실을 알아채자 그는 인듀어런스호를 탈취하기 위해서 혼자 떠난다.
쫓아가는 쿠퍼와 아멜리아는 란에게 인듀어런스 도킹이 불가함을 경고했지만 만은 또다시 단 1%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야 만다.
거대한 폭팔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는 가르강뒤아로 추락하지만 쿠퍼의 결단으로 인듀어런스에 도킹을 성공한다.
그러나, 이미 우주선은 가르강뒤아의 중력장 범위에 빨려들고만 상황에서 쿠퍼는 착륙선의 로켓을 이용한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자동 운전이 불가능한 리벤지호에 직접 탑승하여 수동 조작을 하게 된다.
두개의 착륙선 중 하나에는 로봇 탐스가 조정하면서 '사건지평너머'의 데이타를 인듀어런스호에 전송하기로 한다.
착륙선의 연료가 다 소모되고 나면 무개를 줄이기 위해 우주선과 분리되고 탐스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며 중력장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마지막 데이타를 전송할 임무를 수행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우주선이 추력을 확보하고 난 후 계획대로 탐스의 착륙선은 분리되었다.
그러나, 조금 지나 쿠퍼 또한 아멜리아에게 작별을 고하고 자신이 탑승한 착륙선을 스스로 분리하였다.
가르강뒤아에서 탈출하기에는 여전히 인듀어런스호가 무거웠기 때문에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다.
쿠퍼는 아멜리아게 다음과 같은 작별 인사를 남긴다.
"뉴턴제3법칙, 인류가 새것을 얻으려면 옛것을 버려야 한다."
■ 사랑
쿠퍼는 딸의 이름을 딴 머피우주정류장으로 구조되었다.
그의 육신은 여전히 젊었지만 상대성 원리에 의해 그는 지구나이로는 이미 124세다.
2달여의 동면 끝에 머피정류장에 도착한 딸은 쿠퍼와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눈다.
죽음을 앞둔 머피는 자식의 죽음을 부모가 봐서는 않된다고 하면서 쿠퍼를 나가라고 하고 자신의 자식들에 둘러쌓여 죽음을 맞이한다.
쿠퍼가 나가기 전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
라고 묻고 있다.
그는 여기가 내 가족이 있는 곳이므로 내가 여기 머물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머피에게 반문한 것이다.
머피는 답을 한다.
"아멜리아 브랜드"
인듀어런스호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생존했던 아멜리아는 쿠퍼와의 작별 후 혼자서 최후의 임무지인 애드먼드행성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죽은 애드먼드의 무덤을 만들고 인류 정착지를 위한 캠프를 만들고 있었다.
쿠퍼는 로봇 탐스와 함께 아멜리아행성을 향해 출발하고 영화는 끝난다.
작가는 영화 중간 부분에서 쿠퍼를 통하여 마지막 목적지에 있는 애드먼드와 아멜리아는 연인사이임을 알려준다.
아멜리아는 사랑을 찾아 그곳에 갔을까? 아니면 인류의 희망을 찾고자 했던 것일까?
어쩌면 작가는 사랑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곧 인류의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출발한 아멜리아가 웜홀을 지나가며 미지의 생명과 교감을 하고 쿠퍼의 희생으로 블랙홀에서 탈출하여 혼자 마지막 애드먼드행성으로 향하고 다시 죽음을 앞둔 머피와 작별한 쿠퍼는 아멜리아를 찾아 시공간의 세계로 뛰어든다.
전편에 걸쳐 일어나는 이 모든 사건들은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 얽혀진 우연인듯 필연으로 이어지는 한편의 서사시다.
요 밑에 우주 얘기 나온 김에 인터스텔라 얘기도 듣고 싶었는데!
저랑 통하셨군요! ㅎ
예전에 관리자님이 이 영화 강추 하시면서 상대성 이론에 대해 조금만 더 알고 보면 훨씬 재밌을 거라고 하셨는데,
할아버지와 있을 때와 미인과 있을 때 시간이 달리 흐른다 정도로는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더군요.
이거슨 뉴톤제 0 법칙으로 부인할 수 없는 만고의 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