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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봄날에 나른함을 면하고자 옛 일을 생각하다 한자 적어 본 것입니다.
첨 보시는 분들은 http://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4_04&wr_id=5190 요거 먼저 보시고요.
당시 기획실장님이 차장의 도움을 받아가며 야가 아마도 이런 일 때문에 돈 더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며 소소한 공적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들어시던 사장님도 적잖이 놀라는 정도의 내용이었던 것 같고요.
인사부장께서는 예하 그룹의 방침이 어떻고 사규가 어떻고 동일 직급에 다른 급여를 지불한 예가 그룹 창립이래 전례가 없어 어렵다는 보고 말씀을 하셨고....
조상무님은 빨리 이 악몽이 지나가라고 마른 침만 꼴깍 꼴깍 삼키시고 계셨고..
암튼 그 날 결론은
"시끄럽고 존 말 할 때 묘안들 찾아서 보고들 혀봐"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좋은 일과 나뿐 일이 있었습니다.
조상무님 댁이 제 사는 아파트 옆동이라 가끔 퇴근 길에 절 태워다 주곤 하셨는데, 그날도 타라고 하시고는 당신 집에 절 데려다 놓고 그 유명한 시바스리갈 한병을 까서 멕이시고는 바로 웃통까고 줘박기 시작하셨죠.
아주 직싸게 줘 터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제 닉네임이 '죽다살다' 였더랬습니다.
그날 거의 기어서 집에 들어갔는데 마눌님은 어디 또 술 쳐먹다 길바닥에서 언 놈에게 줘 터지고 온 건 줄 알았겠죠^^
사장님의 특명을 하명받은 부서들이 각기 저마다의 소질을 살려 재빨리 움직였답니다.
명색이 그래도 사내에서 머리 좋은 이들이 모인 기획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사장님 하명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인재들을 모으고 제가 이룬 소소한 공적을 날조 확대 포장하고 갖가지 근거없는 미래가치 어쩌구 하는 현란한 치장을 덧붙히고, 여기다 지각이란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성실함과, 윗전에 대드는 일 없는 예의바른 반듯함에 덧붙혀 사내 동료 직원들과 쌈박질은 해본 적인 없는 올바른 품성을 갖춘 나라안에 보기드문 인재상을 그린 개인신상을 보탠 것으로 참말 그 걸 보고서는 신고있던 양말이라도 벗어주지 않고서는 나쁜 사람될 것 같은 공적서를 만들어서 그룹 종합기획실에 포상 상신을 올렸는데
헐! 이게 덜컥 걸린 것이죠.
하여, 제가 당시 그룹에서 최초로 땡땡기술상이란 걸 받게 되었답니다.
이거 당시 일간지에도 났답니다.
사장님께서 그랬겠죠.
"그랴! 영특한 놈들 그래도 기획실장이 내 체면을 세워줄 줄 아는구만..."
명색이 그래도 그룹 회장님이 하사하시는 상이라 당시 상금이 제 연봉의 세배가 넘었는데 그 돈을 제가 챙기진 못했습니다.
조상무님께서 너 때문에 내 명줄이 줄었어니 이참에 보약이라고 한재 해 먹어야겠다 하시면서 십프로만 떼 주시고 나머지는 부서원들에게 1/N로 배분하셨지요.
저도 그 상 순전히 기획실의 창발력과 충성심 덕분에 받은것이지 제가 잘해서 받은게 아니라고 생각했고(사실 그 공적서의 인물은 암만 봐도 저는 아니었습니다^^) 일도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해서 달리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조상무님께서도 저로 인해 심신이 너무 피폐해지셔서 제가 뵙기에도 객관적으로 보약이 몇재는 필요하신 상황이었고요.^^
암튼 급하게 된 건 인사부장님이셨던 것 같습니다.
기획실의 예상치 못한 기습으로 의문의 일패를 당하신 인사부장님께서 절치부심 노심초사 삼일낮밤을 면벽기도를 해가며 사장님의 신임을 회복하고자 치성을 드린 끝에 마침내 사장님의 위엄을 한끝 찬양고무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신 것입니다.
인사부장 : "아무리 사장님이시라도 보고드린 바와 같이 그룹의 방침이란게 있어서 대리에게 정해져 있는 월급 기준을 바꾸시는 것은 어렵지만요. 하지만 대리에게 과장 월급을 줄 순 없어도 대리를 과장시키는 것은 사장님 맴이십니다"
사 장 님 : "아이고 영특한 놈"
이래 된 것이죠.
하여, 졸지에 이듬해 제가 대리달고 일년차에 과장이 됐답니다.
조상무님께서도 휘하에 그룹의 최고영예상을 탄 놈이 생긴 것에 그간의 치적을 보태서 같은 해에 전무로 영전하셨으니, 어찌보면 연유를 막론하고 그날 제가 벌인 사고로 따분하지 않은 오후를 보냈던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룬 셈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