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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정보를 많이 얻어가는 곳이어서 나름 좋아하는 이곳에 한달정도 걸린 집수리 이야기를 짧게나마 남겨보고 싶네요
저희 집은 40년 쯤 된 조적조 단독주택입니다. 동네에서 흔히 보이는 반지하+2층의 빨간 벽돌집입니다.
10년전에 결혼하면서 1층을 리모델링 해서(투룸 하나와 원룸하나의 세입자가 나간 곳을 뚫어서 거실+투룸으로 개조했습니다) 살다가 예기치 않은 방바닥 누수로 온 집을 다시 리모델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초여름에 보일러를 교체하고 겨울이 되어서 난방을 가동하니 방바닥에서 물이 샙니다. 연세있으신 아버지는 건축기술자인 아들을 못믿고 동네 누수탐지공을 불러 방바닥을 뜯고 수도관이 샜네, 하수관이 샜네 하는 수리공 말만 듣고 온수 분배기도 바꿔보고 배관도 부분교체 해보고 하십니다.
40년된 방바닥은 동배관입니다. 새 보일러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는지 어디선가 새는데 제 생각도, 주위의 선배도 동배관을 모두 걷어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는 김에 좁고 긴 부엌과 거실 사이 간막이벽을 털고 대대적인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단열도 하고, 창호도 갈고.....
후회가 되는 건 미리 사전에 도면을 상세하게 그리지 않은 것 입니다.
아는 인테리어 업자와 상의하고 하는 일인데도 방문이 안맞고, 주방타일을 엉뚱하게 붙이고, 콘센트는 단열하고 상관없이 뻥 뚤려있고, 현관문은 단열인데 문틀에서 결로생기고.....
물론 아랫방에 물이 새니 시간을 길게 끌 순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직장을 다니면서 세세한 관리를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냥 참고 뒷손보기를 제가 하고 있습니다만, 세세한 디테일이 그려져서 넘어갔다면 훨씬 잘 처리됐을 일인데....
후회하는 것 목록
1. 견적서에 디테일 규격이 없는 것을 그냥 넘어갔음.... 왜 그랬을까요.... 회사일이라면 절대로 안그랬을 것을...
2. 현관문을 알미늄에서 방화문으로 바꾸는데 문틀을 일반으로 쓴거..... 생각이 안났습니다.....
3. 방바닥 몰탈타설할때 수평몰탈을 쓰게 했어야 하는데...... 방바닥 미장이.... 알프스 산맥이 되었습니다...
4. 로이코팅을 못한것.... 세상에 추워서 단열공사를 하고 이중창을 하는데 안쪽을 페어유리가 아닌 홑유리로 하겠다고 해서 실갱이 하다가 로이코팅을 놓쳤습니다...
5. 벽에 단열공사를 하는데 외벽면 콘센트에 단열을 놓친것.... 할말이 없습니다... 그냥놔두면 당연히 안할정도 수준인데 제가 놓친 것이지요
어쨋거나 집은 마무리가 되었고, 짐을 몰아넣었던 작은방은 셀프로 시공하는 중입니다. 아직 벽에 도배지도 다 떼어내지 못했지만.... 주문한 창호는 도착을 했고, 단열재와 석고보드, 몰딩이 쌓여있는 집으로 퇴근인지 출근인지를 해야하는 지금.... 주말엔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는....쿨럭....
이번 공사에 배운 것이 많습니다. 지금은 감리를 하고 있지만, 역시 현장은 손으로 해 봐야 배우는 게 많습니다. 에어컨도 뗏다가 달아보고, 전등도 뗏다가 달아보고, 스위치도 뗏다가 달아보고... ㅎㅎㅎ
다들 좋은 집 많이 만드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