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4년인 아파트 27층 중 10층에 석 달 전에 입주했습니다. 전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 요를 깔고 자기 때문에 사실 진동소음에 취약한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 아파트로 오고 두 달 가까이 엘리베이터 소음을 제외하면 아무 문제 없이 정말 편안하게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11월 말경에 진동소음이 집에 침입했습니다. 웅웅거리는 소리부터 윙~하는 소리, 그리고 바닥 떨림까지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 느껴졌습니다(하루 내내 이어지는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윗집과 그 윗집까지 가보았으나 의심갈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아랫집은 계속 비어 있어서 확인을 못했습니다. 집안 전체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일단 옆집 라인은 배제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진동을 일으키는 가전제품 사용에 주의해달라는 글을 써서 엘리베이터에 게시했는데, 그 뒤로 웅웅거리는 소리와 윙~ 소리가 거의 사라졌습니다(가끔씩은 들립니다). 그러나 바닥 진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주로 자정 이후부터 오전까지 쉬지 않고 계속됩니다.
진동이 심할 때는 안마기처럼 누구나 인지할 정도로 떨리기도 하지만, 대개는 곧바로 느끼기 어려운 잔진동일 때가 많습니다. 벽 여러 곳에 귀를 대보아도 딱히 의심갈 만한 정황은 없고, 침실1과 거실 사이의 벽이 그나마 다른 곳보다 진동이 흐르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어쨌든 바닥을 딛고 서 있으면 발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그것이 몸 전체로 퍼집니다. 바닥에서 잘 수가 없어 접이식 침대를 구해서 자고 있는데, 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눕고 나서 조금 지나면 오장육부까지 해서 온 몸이 떨리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까지 등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일어나서 들어보면 귀에는 안 들리거나, 희미하게 들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느낌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전혀 편하지 않은 느낌인데, 그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침대 밑에 방진패드를 깔아도 소용이 없더군요. 깨어 있을 때에도 책상 앞에 앉으면 발바닥과 의자를 타고 진동이 올라와서 일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진동에 시달린지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은 신경이 곤두설대로 곤두서 있습니다.
요약하면, 대개는 잠깐 와서 곧바로 감지할 수 있는 진동은 아니며, 약간의 시간을 두고 집중하거나 생활을 해야 느껴지는 진동이라는 것입니다. 귀에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라서 누군가에게 느껴보라고 말하기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새벽에 사방이 고요할 때 가장 심하게 느껴지는데, 밝은 오전에 관리소 사람들을 불렀더니 못 느끼겠다면서 저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더군요.
오늘 옆집 라인의 이웃 세 집을 확인했으나 역시 의심갈 만한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주방의 렌지후드 환풍기(침실3의 창쪽 벽에서 주방과 가까운 쪽에 그 관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가 의심될 만한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기에 원인이라고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보일러와도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베이터에 글을 게시한 뒤로 바닥 진동이 완전히 사라진 적이 두세 번 있었기에, 아파트 시설과 관련된 진동이라기보다는 세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짐작도 듭니다만,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선 다른 집들까지 확인할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습니다. 고려할 만한 것을 몇 개라도 미리 가지고 있어야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귀에 들릴 정도의 모터 진동음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바닥을 떨게 할 만한 것 또는 상황이 무엇일지 조금이라도 짐작가시는 것이 있다면 의견을 들려주시길 꼭 좀 부탁드립니다.
특히 이 처럼 공진주파수와 관련된 것은..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요. 아랫집이 사람이 들어오면 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난방을 하지 않는 방이 있거나, 난방 온도를 조금 줄여서 생활을 하신다면.. 온도를 조금 높여 보시겠습니까?
그 외에는 저도 딱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공진주파수를 말씀하셔서 검색을 해보던 중 궁금한 게 있어서 여쭙습니다.
제가 살림이 많지 않습니다. 소파도 없고 침대도 없어서, 집안이 전체적으로 휑한 편입니다. 침실1은 안방이지만 쓰지 않고 비워두고 있고, 거실은 접이식침대 하나만 있습니다.
공진주파수를 검색하던 중 물체의 고유주파수가 물체의 강성과 질량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강성은 모르겠지만 '질량'을 따져볼 경우, 혹 집에 살림이 적어 휑한 것과 공진이 관련이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소파나 침대를 들여놓는다면 집의 '질량'에 변화를 주는 것이 될까요? 그런 식으로라도 집의 질량을 늘려서 고유주파수를 바꿀 수 있다면 공진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만, 그게 가능할까요?
그러나 원인을 알아도 해결이 안 되네요. 얼마 전까지도 아랫집은 자기네가 아니라고 막무가내로 우겼습니다만, 그동안 쌓인 수많은 정황과 기타 상황이 전부 아랫집을 가리키고 있고, 최근에는 간접적으로 아랫집이 실토를 한 꼴이 된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어쨌든 자기들이 쓰는 온풍기가 윗집에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아주 잘 알면서도 아랫집은 사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날마다 악마를 상대하는 것 같네요. 그 결과 지금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서 밤마다 살의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 관리소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누가 자면서 그런 걸 트느냐며 도리어 목청을 높이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다른 정황들을 거론했더니 우물쭈물 얼버무리면서 무조건 자기네는 아니라고 우길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거짓말로 우기기만 계속하니 관리소도 수가 없겠지요. 겉으로는 점잖게 구는 인간들--부부랍니다--이 그렇게 야비하게 구는 모습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모릅니다.
창을 닫고 사는 겨울에는 밀폐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터가 돌아가는 물건을 방에 놓고 사용하면 이웃집으로 소음과 진동이 훨씬 강하게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바닥이 떨리는 진동도 괴롭고, 희미한 진동음이 귓속을 파고드는 것도 괴롭고, 그때마다 집 안이 뭔가로 가득 찬 듯 귀가 먹먹한 것도 괴롭습니다. 그런 물건을 악착같이 사용하는 악마같은 이웃을 상대하는 괴로움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그동안의 상황을 좀 길게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부디 공동주택에서는 온풍기 사용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냉방기기와는 달리 난방기기는 선택지가 더 있습니다. 보일러를 사용하는 기본 난방 외에, 방을 데울 용도로 쓸 만한 것으로 공기 대류현상을 이용한 컨벡션히터가 있습니다. 굳이 남을 괴롭히면서까지 온풍기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왜 상황을 한없이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당연히 내키지 않으시고, 이미 상처를 많이 받으신 분께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 죄송합니다만...
컨벡션히터를 하나 구입해서 가져다 주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저 역시 층간소음 때문에, 급매를 하고 빠져 나온 경험이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