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벗겨짐
3 이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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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9 21:33
작년 11월 사무실 인근에서 인부들을 데리고 구청에서 관할하는 건축물 보수공사를 하다가 다른 볼 일이 있어 사무실에 들렸더니 후배인 사장이 견적서를 하나 보여 주며 도장공들에게 견적을 받아 보라고 하였습니다.
자세히 살펴 보니 최근에 개통한 지하차도 중앙분리대의 사선 도장이었는데 저도 여러 차례 지나다닌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감이 왔습니다.
현장에 와서 도장공들에게 사장이 제시한 금액에 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20% 정도 더 얹여주면 가능하겠다고 해서 그대로 전달해 주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지하차도를 지나다 보니까 3~4명의 도장공들이 한 쪽 차선을 통제하고 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들려서 사장에게 얼마에 하청을 주었느냐고 물었더니 애초 가격(수주가격의 90%정도)대로 주었다고 하면서 '그 정도면 충분한데 형님은 비싼 일꾼들만 데리고 일한다'라고 핀잔을 주어 제가 겸연쩍어 하면서 한 편, '제대로 공사를 한다면 그 가격으로는 적자일 것이며 아니라면 후에 하자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 그 지하차도를 지나는데 차가 밀려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중 버릇처럼 중앙분리대를 쳐다 봤더니 3~4개월 전 칠한 벽과 바닥의 도막이 벗겨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고소하기 보다는 생돈 들일 것을 생각하니 걱정되어 사장에게 그 사실을 알렸었고, 엊그제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한 직원이 사장에게 그 현장을 확인하고 보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퇴근 길에 역시 차가 밀려서 운전석에서 몇 커트를 찍었는데 위 사진은 비교적 양호한 부분입니다.
부족한 공사금액으로 시공을 하다 보면 돈에 맞추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시공품질을 옭아 메는 원가산정 방식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이런 작은 것 하나 하나가 실적공사비를 낮게 책정하게 만들고 노무와 장비원가 산출자료인 표준품셈의 기준을 흐리게 하는 원천이라는 것 즉, 제살깍기 경쟁이 적정공사비 확보를 막고 있다는 것을 자성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이런 류의 것과 관련(적정공사비 확보, 표준품셈 재. 개정방안등에 관한 것 등)된 회의에 참담한 심정(?)으로 참여 하여 품질을 담보로 하는 낮은 원가책정에 대해 토악질을 해댔었답니다.
협회의 성격과 맞지 않는 개인적인 푸념의 글로 보여져 금방 지웠는데 그 사이 보셨네요...
이명래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사진과 글을 보고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쳤었습니다.
도색이 벗겨지면 다시 칠하면 되고 미장이 떨어져 나가면 다시 미장하면 되겠죠.
하지만 이 끊임없는 rewind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선 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마치 때가 되면 해야할 일 처럼 너무 당연한 과정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래야 관련자들도 먹고 산다는 우스게 소리나 나오고 말입니다.
하자 발생하였을 시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앞으로 같은 하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가에
목적을 둬야 할 것을 단지 눈 앞에 보이는 현상만을 응급조치하려는 관행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죠.
일주일 전에 새로 포장한 도로를 격일제로 합의나 본 듯 같은 위치를 파헤치고 복구하는
도시가스공사와 수도공사 등 등...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도 그러하고 멀쩡한 가로등 전면 교체 역시 그러합니다.
견적을 요구할 때도 정확한 내역도 주지 않고
"어떻게" 보다는 "얼마에"가 우선 시 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관련자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행자 발주자 그리고 우리 방관자 모두.
건축 역시 완성물을 보고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사항들이 지켜질 것이라는 예상만으로
거래가 시작되기에 그 위험성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 많은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시공비 깍기에 있다고 봅니다.
운영비라도 급급한 업자들과 한 푼이라도 아끼고픈 발주자들과의 궁합이 맞아 떨어지는 거죠.
비싸면 왜 비싼지, 싸면 왜 싼지의 궁금증은 한 걸음 뒤로 밀린 거의 습성처럼 돼버린 현실입니다.
방향을 제시할 수도 없는 그냥 막막한 마음에 푸념을 늘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발주자의 입장이라면 동가홍상에 가격이 제일 먼저일 것 같은 건 저 역시 ...
저 역시 푸념처럼 글을 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 시 하지 않고 어떤 특정한 것처럼 치부하는 현실이 문제지 이를 낱낱히 밝혀서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쓰잘데기 없는 말이나 글이 길어지기는 합니다만...
한 달이면 적게는 서너차례 많으면 대여섯차례씩 문제가 발생된 현장실사를 하다 보면 '어~~어 이건 아닌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버젓히 저질러 지고 있으며, 이를 지적하면 관련 당사자들 대부분은 수긍하기 보다는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기술자나 기능공이나 생산되는 과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 즉, 시공방법의 기준을 애초부터 모른다는 것 또는 돈에 맞추다 보니까 알면서도 적용하기 어렵고 과정을 생략하는 시공방식이 고착화 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중요성이 있을 겁니다.
'장님만 사는 동네서는 한 쪽 눈 가진 이가 바보다'라는 말이 있듯이, 뭐가 잘못되어서 문제점으로 발전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인식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 도장공사 관련 글은 저 역시 푸념이었을 것입니다.
재미 없는 세상사에 대한 일종의 반기라고 할까요?
선생님 께서는 위 페인트 칠의 경우 하자가 나지 않도록 공사하는 법을 아실것 같은데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하는 법도 올려주시면 더 도움이 될것 같은데 어떤 방법이 있는지요?
제가 아는 방법은 바탕 청소 후 침투형 프라이머를 바른 다음 마르기전 도색을 하고 다 마른 후 코팅제를 바르면 오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1차 2차 시공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금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