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곳 게시판에 투수형 보도벽돌 사이로 겨울철 눈을 녹이기 위해 살포된 염화칼슘이 흘러 내려서, 시멘트 제품인 보도벽돌 하부가 중성화로 인하여 파괴된 사진을 게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콘크리트 균열발생으로 인한 현장실사를 하러 지방에 내려 갔었는데 한적한 인도에 깔려진 소성 점토제품인 보도벽돌의 표면파괴를 보았습니다.
<사진: 소성 점토 보도벽돌 표면 파괴>
얼핏 보면 바닥에 깔린 벽돌이 어떤 외력에 의해서 표면이 깨진 것이라고 보여 지는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넘길 일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외력이란, 보도벽돌 위에 작용하는 연직하중이나 기계적 충격이 아닌 흡습된 벽돌에 겨울철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면서 표면이 박리되는 pop out현상을 뜻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성온도가 일정 이상을 갖춘 제품의 사용과 함께 보도벽돌 표면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일정한 구배를 갖추며, 한 편으로는 투수성이 좋은 토질을 바탕으로 하고 고름 모래를 충분히 깔아서 줄눈 사이로 흘러 들어 간 외부수가 보도벽돌에 흡습되어 잔류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점토가 주원료인 소성제품은 굽는 온도에 따라 강도와 흡수율이 변화하는데, 한 편으로는 그 정도에 따라서 외관인 색상과 형상을 달리하게 됩니다.
즉, 높은 온도에서 구워지는 것은 강도가 높으며 흡수율이 낮아서 높은 내구성을 갖추었지만 외관은 색상이 일정하지 않으면서 과소성에 의해 울퉁 불퉁 소위 말하는 멋대가리 없는 그런 제품이고, 낮은 온도에서 구워 만들어진 것은 강도가 낮고 흡수율이 높아서 내구성은 낮지만 외관을 보면 색상이 일정하고 규격도 반듯반듯 예쁜데, 그 대표적인 생산품이 외부 치장벽돌과 바닥의 보도벽돌입니다.
예전에는 내구성을 우선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자와 같고 요즘 제품은 미관 우선주의에 따라 후자의 것이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제가 건축을 처음 배우던 당시에는 전자의 것을 '야끼'라고 하였고 후자의 것을'나미'라고 하는 일본어로 소성정도를 표현했던 것이 생각킵니다.
여의도 여성회관 외장은, 건축 당시 현재 하남시인 당시 황산에 있던 제일연와라는 벽돌공장에서 과소성품으로 상품가치가 없어 버려진 것을, 당시 여성협회 회장이셨던 이태영 여사께서 직접 선별하고 화물차에 적재하여 실어 날라서 지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었습니다.
요즘 야끼라고 표현했던 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낮은 온도 소성제품이 건설공사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제품이 갖는 내구성보다는 외관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눈에 보기 좋음은 제품에 가해지는 외력에 의해 별도 비용소요가 필요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외부 치장벽돌의 발수제 도포와 바닥 보도벽돌의 파손으로써 이 모두 강도가 낮고 흡수율이 높음에 따라 발생되는 내구성저하라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아까 냉가'라고 불리는 소성 점토벽돌에 발수제를 칠하지 않아도 외부로부터 누수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모든 것이 영구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만, 사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제된 문제점을 한 번쯤은 살피어 설계에 적용하고 이에 적정한 제품을 생산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눈에 좋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소비자의 생각이 설계자의 생각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의 자화상같아 더 안타깝습니다.
배우고 또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의장적인 것과 내구성으로다가...
다만 그것을 어느 쪽에다가 사용하느냐가 관건이겠지오.
벽체용으로 사용했다면 파손은 없었을 것이고, 사용목적이 바닥이었다면 강도를 키웠어야 옳았을 듯 싶습니다.
이런 점들을 설계하는 사람이 잘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가요?
제가 언급한 장인정신이라는 것은 요즘은 직업정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어느 분야건 자기일에 충실히 하자는 의미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