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관련 질문/사례

관례를 모르는 사람...

3 이명래 10 4,376 2015.01.17 22:59
관례 [慣例,冠禮,官隷]
뜻: 예로부터 굳어져 계속 전해 온 사례나 관습
 
국어 사전에서 관례에 대하여 위와 같이 해석하였는데, 어찌 보면 '일반적인 것'이라고도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제 오전, 어떤 회의에 참석하였다가 겪었던 얘기입니다.
 
보수공사를 준비 중이었던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로 측으로부터 제가 특기시방서 작성을 부탁 받아 완성된 것에 대한 고지를 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주채무자와  보수공사를 하기로 주채무자에 의해 선정된 업체에서 시방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미리 고지받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특기사항이라면서 불쑥 내미는 한 당사자의 행위가 곱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주채무자측 담당자는  반대편에 있는 저까지 포함된 한 당사자 측에 얹잖은 기분을 표출했습니다.
 
특기시방서 말미에는 '이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에 대한 것은 건축공사표준시방서 내용에 준한다'라는 문구가 들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제가 작성한 특기시방서 내용이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외국 것을 베끼지 않은 Korean Standard 즉, 표준시방서 내용을 가감없이 해석한 수준이었는데 이를 두고 불만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 기분 충분히 이해는 갔지만 특기사항의 내용이 틀린 것도 아니거니와 저와는 년배도 있고 또한 지인이었기 때문에 특기사항 내용을 들어 公的으로 그를 나무랬고, 회의 분위기를 적당한 선으로 수습했습니다.
 
시공방법과 그에 따른 비용이 문제가 됐던 것입니다.
 
국내 대기업 건설업체인 주채무자 측에서는 하자기간 만료에 대한 합의 중 하나로 보수공사를 해주기로 약정된 것을 이행하기 위해 수급업체를 선정하였는데, 채권자인 관리주체에서 별도의 시방을 작성하여 제시한 조건으로는 선정된 업체와 원만한 시공을 이끌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즉, 최저가로 선정된 업체에다가 최상의 품질을 요구하는 채권자측의 입맛을 맞추라고 하기에는 버거웠던 것이며, 거기다가 한 술 더 얹여 감리를 선정하여 감독을 하겠다고 하니 답답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관례대로 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현상이 그런 것을 두고 위원님께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주채무자 측 담당자가 답답한 마음에 선정된 수급업체 담당자에게 '이런 조건으로 공사가 가능하겠느냐'고 질문함에 대해, 수급업체 담당자가 제게 질문했던 내용입니다.
 
관례라...
이를 작금의 건설공사에 대입했을 때, 사용자가 사용과정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사용되어야 할 것이 생산과정에서 편리(원가절감과 공기단축 등을 우선하는 것)하자고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라면, 이는 어떤 기준에 따라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닌 spec down이 될 것입니다. 
 
씁슬함...
종회하고 나오면서, '특기시방서 써주고 돈을 많이 받았느냐'고 농담처럼 던지는 주채무자 측 담당자의 말과 함께 수고하셨다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수급업체 담당자의 얼굴에 비치는 미소가 제 마음을 씁슬하게 했습니다.
 
항상 일반적인 것들과는 반대편 쪽에서, 관례를 모르지 않으면서도 원론적인 얘기만을 주절거리는 제가 좋게 보여 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낀 그런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굳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더 견고해지기 전에 타파해야 할 사항입니다. 어느 한 편을 위함이 아닌 대중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Comments

M 관리자 2015.01.17 23:02
네.. 그렇습니다.

사용자를 향하는 건축이 건강한 건축일 듯 합니다.
이런 건축을 하면서 소득이 생기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2 홍지행 2015.01.18 01:10
낙숫물이 모여 바위를 뚫고 깊은 계곡을 휘몰아쳐
힘차게 푸른 바다로 나아 가듯이.....
한분 한분의 의지와 열정들이 모여서 꿈이  현실이
됩니다.
나쁜 관례가 더 견고해 지기전에 ~~
1 정용주 2015.01.19 03:34
근데
기술자라면 마음은 아마도 누구나 할 것없이 좋은 품질을 향하고 있을 겁니다.
제가 볼 때는 그 놈의 최저가낙찰이 관행이 되버린 우리의 현실이 더 슬픕니다.
그 회의에 참석했다는 낙찰자의 철렁했을 가슴이 느껴집니다.
.
.
그에게도 지켜야할 가족이 있을테니까요.


품질과 이상을 중시한다면 최저가낙찰이란 관행은... 폭력이라는 생각이듭니다.
여기서
독일의 관행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난제일텐데
M 관리자 2015.01.19 09:54
정용주님 말씀이 가슴을 후벼 파네요.
최저가입찰. . .
유럽은 어떤지 함 알아보겠습니다.
1 김용철 2015.01.19 16:24
품질을 떠난 최저가입찰제를 논할 필요가 있습니까?
기준 이하의 시공에 대한 제제와
엄격한 품질관리 하에 시공하도록 모두 관리 감독한다면
저렇게 우는 소리를 낼 상황은 없었을 것입니다.

누군 엄하게 감독하고 누군 좋은 것이 좋다며 슬쩍 넘어가니
고무줄같은 관리기준에 어떤 현장은 웃으며 돈벌고 다른 현장은 울며 망하는 것이겠죠.
2 권희범 2015.01.24 23:58
저희끼리 하는 말로 집짓는 목수는 바보 아니면 사기꾼 둘 중 하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사용자를 향하는' 사람은 돈 못벌고 남 좋은 일만 하는 바보고
집 짓고 돈을 남기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구요.
뭔가 빼먹지 않고 정상적으로 일해선 돈 남기기가 어려우니 하는 푸념입니다.
늘 건축주 입장에서 일하라던 선배가 세 아이 아빠가 되면서 바보에서 사기꾼(?)으로 변해가던 모습이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습니다.
여러가지로 심란스러운 요즘입니다.

이명래 선생님의 좋은 글 늘 잘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한자 옆에 음을 좀 써주시면 저처럼 한문 시간에 만날 졸던 사람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
M 관리자 2015.01.25 01:52
그게 어찌 혼자 힘으로 되겠습니까..
혼자 "사용자를 향하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일 듯 합니다.

그래서 함께 해야죠.
함께 사용자를 향해야죠.
그래서 "혼자" 사용자를 향하지 "않는" 사람이 먼저 망하게 해야죠..

그런 건축 세상이 되야죠..

사용자는 분명 비용이 더 들겠지만, 그 돈이 모두 그 집에 가는 그런 주택이 되야죠..
설계자, 시공자도 최소한 밥은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주택이 되야죠..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는 예산에 맞추어 면적을 줄여야 하는데...
면적에 맞추어 평단가를 줄이니.. 환장할 노릇이죠..

그 돈에 "유럽풍 목조주택"을 지어 줄 수 있다는 분들이 계시니... 현기증이 나죠.

집에 가는 길 위에서..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지죠..
집에 가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나도 조금 챙기면서 살자고 생각하죠..

다음날 전화하죠..

저도 그 가격에 "유럽풍 목조주택" 지어드릴 수 있어요..
......
네? 다른 회사가 같은 가격에 유럽풍 "친환경" 목조주택을 지어줄 수 있다고 한다구요?
......

그날 저녁에 다시 생각하죠.. 확실히 잘못 살고 있었구나.. 다음에 상담할 땐 꼭 "친환경"을 넣어야지...

그날 밤은 미래의 꿈을 꾸며... 단 잠을 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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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기 때문에 협회가 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뒤숭숭한 저녁입니다.
3 이명래 2015.01.25 10:23
'전문성 그리고 소비자들의 관심'
잡글을 올린 사람으로서, 화두의 끝을 이렇게 정하고 싶습니다.

지난 목요일은 약정된 일이 무산되어 학여울에서 열리고 있는 건자재전람회장에 들려 이것 저것 둘러 보고 돌아 왔습니다.

늘상 그렇듯이 전시장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설계자나 시공자 또는 자재업자가 아닌 예비사용자들 즉, 거처할 집을 포함한 건축을 준비 중인 사람들로서 건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아닌 건축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작금의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시대적 환경이 문제라는 것으로써, 거기에는 의뢰자들에게 제대로된 조언을 해줘야 하는 전문가들의 전문성 부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큰 틀에서는 이의 근간이기도 한 가격위주의 최저가낙찰제도를 최적가낙찰제도로 바꿔야 할 정책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며, 최소비용에 의한 최적의 가치 창출을 모토로 하는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즉, 필요 이상의 기능을 제거한다는 취지 아래 낮은 비용을 추구하면서 spec down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되돌아 봐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허망한 소리를 허공에 질러댔습니다.
1 김병수 2015.02.04 18:44
글 읽고 울컥 했습니다. 이번 12월 말에 시작해서 3주동안 2층 철골조 복층을 만들고 나왔습니다만 시에서 하는 일이라 머라하지도 못하고 손해보고 나왔습니다.
욕하자면 감리(설계사)가 작성한 내역서에 금액만 넣어 입찰해 내역서와 설계도대로 완공하려 하였으나 내화페인트마감으로는 도색도 포함되는 것이였나 봅니다. 도면상에도 없는... 도색...사용자의 불편과 내역서에도 있지도 않은 도색, 바닥 마감(빔에만 바른다는 내화페인트를 철판 윗면 아랬면 두께를 맞추어 발라야 했습니다)을 해주면서 참 뭐라해야할지... 감리가 그러더라구요 "원래 도색마감이 기본이지요. 그것도 모르고 일을하세요"라구요
화도 못내고 하도급이라 준공을 위해 손해보고 마감지으며 내역서와 설계도대로 하더라도 관례도 알아야겠단 생각을 미친듯이 했습니다.
그러다 여기와서 글을 읽으니 내가 이번 공사에서 많은걸 배웠구나 싶으니 돈이 아깝지 않내요
모두들 즐거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앞장서서 한해를 보냈으면 합니다. ^^;
M 관리자 2015.02.05 02:15
네.. 김병수선생님도 나날이 좋아지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