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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최근에 포스팅된 패시브하우스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근데 설명 중 '설계/시공' 에 시공사만 덩그러니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공사는 패시브협회 회원사 입니다
패시브협회에선 건축사 역할을 강조하고
일부 건축사가 시공사에 끌려가는 현상에 대해선 안타깝게 보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현실에 굴복한 설계자라 할말은 없습니다
다만 지향점은 패시브협회에서 추구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협회 회원사라고 홍보하며 이런식으로 활동하는건 협회의 색깔과 다르지 않은가 합니다
패시브건축 시공가능한 업체라고 해서 우리가 설계까지 했다는 식의 홍보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또한 아래의 답변은 협회 홈페이지의 관리자가 아닌, 개인 신분의 의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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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로 나누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1. 예측컨데 해당 건물의 구조방식은 목구조, 설계자는 이른바 허가방건축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경우는 해당 건축사의 이름을 노출하지 않습니다. 일부는 노출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그러므로 실제 설계를 시공사가 했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는 끌려 갔다기 보다는.. 하고 싶은 (혹은 할 수 있는) 업무까지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업역이니까요.
저희가 끌려 간다고 표현을 하는 것은.. "무지"를 바탕으로 일을 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보는 탓입니다. 즉 설계/시공을 모두 하는 시공사가 문제라기 보다는.. 그럴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건축사의 무지가 더 문제라는 인식의 출발점이 있습니다.
건축사가 갖추어야할 지식과 직업의식을 가진다면, 설계/시공을 함께하는 시공사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건축사 분들이 존재를 하는 한 설계비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고요.
2. 장기적으로는 이 업역의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건축사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혹자는 "감성이 필요한 계획/디자인 부분은 걱정없다. 건축분야의 엔지니어를 의미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신데.. 저는 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는 다면, 오히려 계획설계는 인공지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대로 엔지니어는 (비록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겠지만) 책임의 영역이 있기에 직업적 가치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건축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되물어 봐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일본/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건축물은 건축사가 아니더라도 설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 것이 소비자가 더 이득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배경에는.. 그 국가에서 지어지는 대부분의 소규모건축물이라는 것이 유니크한 건물의 정반대편에 있는 그저 평범한 건물이기도 하기에, 우리나라 같이 건축비가 턱없이 부족한 분들이 "나만의 건물"을 이야기하는 왜곡된 시장과 다른 면이 있기도 합니다.
이런 왜곡된 시장을 만든 가장 큰 책임도 건축사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공사비 예산을 가진 건축주에게 "다 할 수 있다. 멋지고, 아름답고, 이쁘면서 따뜻하고 시원하고 쾌적하고 사계절이 모두 풍부한 건물을 가질 수 있다"라고 거짓말을 해온 탓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결과는 없거든요.
공공건축의 설계지침서에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랜드마크, 상징성"이라는 단어도 결국 그 연장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산은 창고를 만들어도 모자라는 형편이면서....
물론 건축사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소소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그게 [야근/철야 + 낮은 인건비]의 짬뽕으로 만든 억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놔 줄 것은 놔주고, 할 것은 하는 시장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즉 일정규모 이하는 시공사가 설계/시공까지를 하되, 건축사의 감리/승인 역할을 더 강화하고 이에 따른 업무댓가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독특한 나만의 건물을 요구하면서 이를 완성할 수 있는 건축비가 있는 분들은 건축사가 설계를 하고요.
이는 그 건물이 독특하기 때문에 건축사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포멀한 건축을 위한 (미국의 IRC와 같은) 코드 에서 벗어나는 건물이라서 시공사가 설계에 아예 접근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규정에 의한 건축이 가능해야 하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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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세 가지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지만.. 이런 복잡 다난한 시장의 사정이 있다라는 시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바쁘실텐데 모든 답변을 어떻게 하시는지 신기하고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