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시공관련 질문

건물이 나쁠 수록 처마는 필수이다?

1 데이빛 16 4,293 2021.06.03 17:28

안녕하세요.

건물 설계 중인 예비 건축주입니다.

 

사실 처마길이는 길면 길수록 좋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검색하다보니, '건물이 나쁠 수록 처마는 필수인다."라는 말을 하신다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poseidon0404/22028090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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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글을 보면, 

 

1)일단 태양의 남중고도에 따라, 여름과 겨울에 햇빛을 적절히 차단하고 들어오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

 

2)WDR(Wind Driven Rain): 미국의 경우, 전국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처마길이도 다르게 권장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미국에서 지어지는 주택들은 건물이 나빠서 처마길이를 이렇게 권장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과 2)만 생각해도, 처마를 단지 건물이 좋고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는 건 뭔가 놓치는 게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4 무급공무원 2021.06.03 20:30
저도 처마를 40-60CM 정도로 설계하고 있는데, 디자인적인 측면도 무시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제대로 시공하기 어렵더라도 히든 거터를 외벽체에서 150CM 이상 떨어지게 설계하고 선홈통도 치장벽돌 안쪽에 매립하는 방법으로 계획 중 입니다. 처마의 차양 기능도 중요하지만 물끊기의 핵심이 또 처마라고 생각합니다. 처마의 길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에는 계절별 태양 고도에 따른 차양 역할과 비와 눈님으로 부터 외벽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건물일 수록 전 처마가 있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G 무식장이 2021.06.03 23:51
문장만 봐선 안되고, 행간을 같이 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 건축주지만, 제가 알고 있는 범위로 설명을 드리자면..
1. 처마는 좋다. 장점이 많다.
  - 처마는 여름에 일사를 막아준다.
  - 처마는 외부 차양의 한 종류일 뿐 처마만 일사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 처마는 빗물 등이 벽에 도달하는 양을 적게 해 준다.
2. 처마를 만드는데, 건전함(열교등..)을 확보하는 디테일은 필요하다. 디테일은 돈이다.
  - 처마를 길게 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다른 차양 수단(예를 들면 외부 창호 차양), 물끊기 수단을 이용하여 드는 비용 중 선택해 볼 수 있다.
3. 건물은 처마가 있든 없든 건전해야한다.
  - 건물에 다른 차양 수단이 고려되어 있다면?
  - 건물이 이미 건전하여 처마가 빗물을 막아 주지 않아도 안전하다면?
4. 전체 비용을 생각해 보았을 때, 처마는?
  - 건물을 건전하게 짓는데 비용을 충분히 사용하였는데, 건축주는 처마가 좋다. 건전한 건물을 더 건전하게 강화하는데, 추가 비용을 써서 처마를 충분하게 내고 싶다. 그럼 우리 건축주는 비용을 준비해 주면 되지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현실은 이러할 수 있습니다. 건축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1. 비용을 아끼다 보니 빗물이 들이치니 누수가 나더라.
2. 일사를 받으니 커튼을 아무리 처도 여름에 너무 덥더라.
  - 외부차양 이런거 시공사가 모른다.
  - 디테일 없이 넣었다가는 창틈으로 누수가 난다. ㅜ,ㅠ 겨울에는 단열재가 덜 들어가서 결로가 생긴다.
3. 역시 처마가 있으면, 빗물도 덜 맞고, 일사도 막아주니 처마를 길게 빼면 여러하자를 막아 줄 수 있겠다.
  - 더구나 비용도 세이브~

저는 순서의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무언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처마를 길게 뺀것이라면, 문장이 그대로 쓰이는 것이죠. 대신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건전함을 확보한 상황이라면, 처마를 길게 하는 것은 비용을 추가로 사용해서 건축주의 로망, 추가의 어떤 이득 또는 건전함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겠지요.
M 관리자 2021.06.04 00:06
무급공무원님.. 무식장이님
두 분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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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빛 님의 해석과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인데요..
"나쁜"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탓에 그런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 그런 단어를 사용한 제 탓입니다.

해석은 오히려 반대로 하시면 되실 것 같은데요..
처마는 만병통치약 같다고 보시면 되세요..
아무리 험한 집도, 경사지붕이면서 처마만 길면 상당히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처마는 있어야 합니다.

"나쁜 집"이라는 표현은.. 최근 처마를 없애는 이유가 오로지 "디자인" 밖에 근거가 없는 현실을 비꼰 글이거든요.

처마를 없애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엄청 많거든요..

위의 두 분이 언급하신 물끊기 부터 시작해서, 외벽의 통기층, 외부 차양, 유리 성능, 외벽 재료의 흡수율과 습기투과성 등등...
외피의 구성이, 현대 건축의 정점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야 겨우 처마를 없앨 수 있는데.. 그저 이쁘다는 이유로 (기존 외벽의 구성을 유지한 채) 처마를 없애고 있기에 그런 표현을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옥의 외벽 구성을 유지한 채, 처마를 없애면.. 외벽은 아마도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다 망가져 버릴 거여요.

즉, "나쁜 집"이라는 것은 속상해서 한 표현이고, 좀 더 과학적으로 적으면...
["처마가 있는 외벽 디테일"과 "처마가 없는 외벽 디테일"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또한 그렇게 좋은 처마라고 할지라도, 열교를 그리 따지지 않던 시대의 형태와 구성에서 이제는 변해야 하는데.. 사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처마를 유지한 채 열교를 해결할 비용을 투자할 것인가?
처마를 없애고, 건전한 외벽 구성에 비용을 투자할 것인가?
처마를 유지한 채, 열교의 해소와 건전한 외벽 구성을 모두 하기에는 너무 비용이 크거든요..

이런 의미였습니다.
G 무식장이 2021.06.04 00:25
저는 잘못 이해하고 있었네요. 댓글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_-;
M 관리자 2021.06.04 00:35
아니어요.. ^^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전혀 오류가 없는 글이었습니다.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4 무급공무원 2021.06.04 11:16
저는 잘 이해하고 있었네요. 댓글을 계속 남겨두고 싶습니다^^
G 무식장이 2021.06.04 15:29
제 아이디를 제 스스로 곱씹어봐야겠습니다. 집이 올라가다 보니 요즘 부쩍 말로 부끄러운 상황이 많아집니다.ㅠ,.ㅜ 저희 건축사무소,시공사 대표님들을 제가 너무 괴롭히는듯 합니다. ㅜ,ㅠ
M 관리자 2021.06.04 15:40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ㅠ
2 ifree 2021.06.05 00:34
처마가 있는 집이 좋은 집입니다.
막상 건축을 하려다 보면 없애고 싶은 유혹은 강하고 하자없고 열교없는 처마를 위해서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실겁니다.
1 데이빛 2021.12.06 13:16
1)하자 없고 열교 없는 처마 관련해서 참고할 글이나 자료가 있을까요? 유투브 동영상도 좋습니다.

2)박공지붕이라, 동서로 지붕이 나고 남북은 뭐랄까..처마 기능이 약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 때 남북으로는 창문 위에 눈썹지붕을 할 예정인데요. 눈썹지붕 길이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제가 쓴 글 내용에 따르면, 지붕처마는 그래도 70-80센치는 돼야 특히 남향의 직사광선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설계사님은 눈썹지붕도 길어지는 걸 반대하시네요..

3) 잘은 모르겠지만 지붕처마가 길 때 생기는 열교 등의 문제는, 눈썹지붕은 없을 것 같은데 맞나요?

4) 설계사님을 설득하는데 어떤 자료나 연구결과가 있으면 좋겠는데요, 처마 관련 눈썹지붕 관련 어떤 빌딩사이언스 관련 자료가 패시브협회에 있을까요?

첨부한 사진 보시듯이, 2층 발코니나 북쪽 통창 앞에 있지만, 눈썹지붕은 건축선 때문에 더 짧습니다. 눈썹지붕을 발코니 모양이랑 적어도 동일하게 만들면 지금보다는 처마 역할(빗물 방지)을 좀 더 할 것 같은데 어떨까요? 눈썹지붕 모양이 직사각형이 아닐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ㅠ
2 숀리 2021.12.06 20:36
한국 기후에서 처마는 여름철 일사차단보다는 우수로부터 외벽/창호 보호의 의미가 훨씬 더 큽니다. 

여름 일사는 직달이 아닌 산란일사가 대부분이고, 여름 일사량은 남/동/서쪽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여름 일사를 고민한다면 남쪽 처마길이가 아니라 남/동/서쪽에 외부차양에 신경을 더 써야겠죠. 

이러한 처마의 목적에 따라, 처마는 북쪽처마가 남쪽보다 길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쪽은 해라도 비쳐서 증발이 빠른데, 북쪽은 증발도 어려울테니까요.  유럽은 겨울 비가 많고 북풍이므로 북서쪽 외벽에 우수가 젖고, 겨울 일사량도 많지 않아 외벽 곰팡이 문제가 많다는걸 어디서 본 기억이 있네요. 

한국은 우기가 여름이라 남풍이므로 유럽 상황보단 덜하겠으나, 비라는게 일정방향으로 내리는게 아님을 감안하면, 제 생각일 뿐입니다만 북쪽 처마 길이가 남쪽보단 더 길어야 하지 않을까요? ㅋ
M 관리자 2021.12.06 20:45
숀리님 설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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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료는 별도로 준비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콘크리트 구조라면.. 지붕의 통기층을 만드는 각파이프를 연장해서 처마로 만드는 것이 가장 비용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2. 눈섭처마는 600mm 정도면 좋습니다.

3. 눈섭처마도 열교가 존재합니다. 다만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품 또는 목골조로 틀을 만듭니다.

4. 자료로 설득을 하는 것은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거여요. 그저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5. 지각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구조적 강도를 내야하기에 조금 두툼해 질 수 있어요.
1 데이빛 2021.12.07 10:38
관리자님, 답변 감사합니다. 저는 경량목조를 지을 예정이에요.

숀리님, 지금 북쪽 처마는 건축선때문에 짧게 빠졌는데요, 그럼 결국 건물 위치를 뒤로 빼거나 건물면적을 줄여야할 것 같은데..워낙 좁은 땅에 건축면적도 좁아서 고민이네요. 단순하게 햇빛을 너무 생각했나봐요. 남쪽 동쪽 서쪽은 그래도 처마길이 확보가 될 것 같은데 북쪽은 가장 길게해도, 발코니 모양처럼 삼각형으로 눈썹지붕을 하는 건데요, 그게 가능한지 알아봐야겠습니다.

근데 직사광선은, 어쨌든 겨울에 동서에서 낮게 비추는 햇빛은 아무리 처마가 길어도 막기 어렵기에 결국 외부차양 등을 써야할 것 같은데, 처마만을 생각하면 남쪽 처마를 혹은 눈썹지붕을 길게 빼는게 맞지 않나 싶은데 어떨까요?
2 숀리 2021.12.07 10:56
아 제 말씀의 취지를 잘못 해석하신 듯 합니다.

북쪽의 처마가 길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건, 우수로부터의 외피 및 창호보호라는 처마의 목적 상 말씀드린 거에요.  일사가 잘들어 증발이 잘되는 남쪽보다는 북쪽이 길어야 한다는 취지인 것이죠. 제 의견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남쪽과 북쪽 처마의 "상대적인" 길이 차이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니 그걸 위해 설계를 변경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처마를 일사차단 목적으로만 생각하시는 듯 한데, 한국의 여름 일사 형태 --- 대부분 산란일사이며 남/동/서 일사량 차이 미미(오히려 동/서가 일사가 더 많아요), 그리고 북쪽 일사도 무시못할 수준 ------를 감안하면 그리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므로 처마는 우수로부터 외벽과 창호보호 차원에서, 그리고 일사차단은 남/동/서쪽에 외부차양이나 덧문으로 해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겨울철에도 외부차양/덧문은 창호를 통한 복사냉각 저감을 위해 요긴하므로, 여름철 겨울철 공히 필요한 장치라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비용 여유가 되신다면 4방위 모두 하시는게 좋다고 봅니다.

다만 외부차양/덧문은 창호 외부 방충망 레일과 단열재와 마감재 등등의 간섭을 고려해야 하므로, 건축사의 설계 디테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만약 하신다면 담당 건축사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겠지요.

이 정도만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1 데이빛 2021.12.07 11:35
숀리님, 감사합니다. 이해가 됐어요. 결국 일사차단을 위해서 외부차양이나 덧문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처마는 어차피 햇빛차단에 한계가 있으니까요.

남쪽보다 북쪽 처마가 상대적으로 길어야, 우수로 부터 외피 보호 등에 좋다는 말씀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제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현 상태로 북쪽 처마는 건축선에 걸리기에..직각으로 뺄 경우 40-50센치 정도거든요)

덧문이랑 외부차양이 각기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관련 내용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지 추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단순하게 보면, 덧문이 좀 더 디자인적으로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숀리 2021.12.07 12:03
말씀드렸듯 EVB나 외부셔터 덧문 구현은 건축사가 더 잘 알거에요.  아니 더 잘 "알아야 하는" 것이죠. 

잘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