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
http://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3_01&wr_id=1934)서 밝혔듯이
Energy#의 주된 비교대상은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연구소(PHI)에서 개발한 PHPP(Passive House Planning Package)입니다. 패시브하우스와 같이 극단적인 저에너지 건축물을 대상으로 매우 디테일한 수준까지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도록 만든 엑셀 기반의 툴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ISO 13790이라는 건물에너지 계산의 국제 표준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명백히 차별화되는 점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직관적이고 편리한 화면구성
PHPP를 쓰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입력 데이터를 변경했을 때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워크시트를 옮겨다녀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Energy#에서는 Full HD 해상도(1920*1080)를 기준으로 입력란과 계산결과를 한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PHPP 뿐 아니라 다른 에너지 해석 툴과 차별화되는 점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호 입력시트> 붉은 색 박스 부분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파란 색 박스 부분에서 계산결과 확인
(클릭 시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2. 프로세스 단순화
36개에 달하는 PHPP 워크시트의 방대함(9.3버전 기준)에 막막함을 느꼈던 경험들이 모두들 한 번 쯤은 있으실 겁니다. Energy#에서는 모든 데이터 입력 프로세스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논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워크시트의 수를 절반 이하(15개)로 대폭 줄였습니다. 예를 들어 PHPP에서는 별도로 독립 시트로 구성된 Ground(지면접촉 외피를 통한 열손실) 부분을 Energy#에서는 이것도 일종의 '외피'임에 착안해 외피 시트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식입니다.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입력 변수는 최소화하고 계산에 필요한 데이터는 빠짐없이 확보토록 했습니다.
<PHPP의 Ground 시트> 하나의 독립 시트에 입력 데이터도 다소 복잡하게 구성
<Ground 입력 부분> 외피 시트 내에서 붉은 색 박스와 같이 간결하게 구성
3. 자세한 계산과정 공개
PHPP가 여타의 에너지 해석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결정적인 부분은 계산 수식을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Black Box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던 에너지 해석 과정을 오픈함으로써 사용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 점은 엑셀 기반의 프로그램 만이 가지는 큰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PHPP도 실제로 따져보면 수식을 추적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숨겨진 열을 오픈하여 살펴보면 외계어(독일어)에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기가 극단적일 정도로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숙달된 저 조차도 PHPP의 수식을 완전히 파해하는 것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Energy#에서는 화면 우측으로 스크롤 하면 모든 계산과정을 친절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했습니다. 학생이나 연구자, 계산과정에 관심있는 분들께 특히 유용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계산과정 보기> 오른 쪽으로 스크롤 하면 단계별 계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참조하는 셀 추적" 기능을 사용하면 세부 데이터의 계산 흐름을 하나하나 추적/검증 가능
4. 표준 기후데이터 제공
서울, 춘천, 강릉, 원주, 대전, 청주, 서산, 대구, 포항, 영주, 부산, 진주, 전주, 광주, 목포, 제주의 16개 지역에 대한 표준 기후데이터를 제공합니다. 특히 전일사, 확산일사, 법선면 일사량을 시간별 데이터로 제공함으로써 일사 및 음영 계산의 정확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5. 비용 산출
난방 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비용을 계산함으로써 건축주에게 의미있는 숫자를 제시합니다. 사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집의 성능 보다는 그로 인한 비용 절감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Energy#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4페이지 짜리 건축주용 PDF 보고서로 깔끔하게 출력해서 제시합니다.
<Project 보고서> 해당 건물의 에너지 성능과 에너지 비용 등을 표시
물론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완할 예정이며, 향후 2.0 버전에서는 대안별 생애주기비용(LCC)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하여 실질적인 의사결정 도구로서의 활용성을 더욱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숙제 : 신뢰성 확보 ◆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 믿을만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릴 차례입니다.
그 전에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실, ?ISO 13790을 철저히 준수하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에너지 해석 결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ISO 13790 역시 큰 틀의 계산 원칙만을 제시하고 있어 빈틈은 나름의 방식으로 메꿀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프로그램 혹은 국가 별로 상이한 가정과 계수를 적용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계산결과가 다른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어느 공동주택의 단위 세대를 대상으로 세가지 프로그램의 에너지 해석결과를 비교한 표인데요.. 프로그램 따른 해석결과의 차이가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것도 한 사람이 해석을 수행했기에 이 정도 차이에 그친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너지 해석도 하나의 예측일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완벽한 정답을 내 놓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그 정답이 존재할 확률이 높은 범위에 대해 논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상세해석 프로그램의 비교 분석, 이재혁 외 2인, 2009>
이렇게 어느 정도의 오차는 허용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협회의 표준주택을 대상으로 PHPP와 Energy#을 비교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PHPP의 신뢰도를 인정한다는 가정 하에, 이 정도면 신뢰할 만한 범위에 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추가적인 검증은 계속해서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어느 정도 믿을 만 한 프로그램"이라고 가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물론 프로그램의 논리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미처 잡아내지 못한 숨은 버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 또한 계속해서 다듬어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며,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의 의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신뢰성 확보"라는 어려운 숙제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투리가 없어 좋아요.
특히 기후데이타를 처리하는 부분은 한국인의 핏속에만 흐르는 끼를 느끼게 합니다.
도발적이고 파격이 있습니다.
시스템 등 워크시트에서 구현된 고수의 손길이 무엇일지 깊은 흥미를 당기게 합니다.
추 후 먼 미래의 한 시점에 클라우드 생태로 구현한다면 독보적인 위치로 자리매김될 것 같아 고려해 보실 것을 제안합니다.
마지막 멘트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호응하려 들어 왔으나.. 수정하셨군요.. ㅠㅠ
그당시 저의 각오가 그랬습니다. 전에 없던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보자..
아무튼 좋게 보아주셔서 대단히 감사 드립니다.
Energy#에서 숨겨놓은 시트는 Sys, SolarCalc 두 개인데요..
전자는 기후데이터를 가공하는 시트이고, 후자는 Perez 모델을 활용한 벽면/경사면의 일사량을 계산하는 시트입니다. 두 시트의 비공개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고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재가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만,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 마저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Sys 시트는 16개 지역에 대한 TMY(Typical Meteorological Year) 8760시간의 전일사/확산일사/법선면일사/온도/습도/풍속 데이터를 담고 있고요, 이를 각각의 시트에서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가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가 월별 데이터를 입력하는 경우, 이를 가까운 지역의 데이터 패턴을 활용해 시간별 데이터로 재가공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고요..
그나저나 대단하시네요. 숨겨진 Sys 시트의 핵심을 짚으시다니..
마지막 조언도 잘 새겨두겠습니다. 사실 제가 ERP 개발경험이 있어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일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전에도 클라우드 기반의 웹버전을 생각 안해본 건 아니지만 엑셀만의 장점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더군요.. 하지만 차차기 버전 정도에서는 말씀 주신 새로운 시도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경험적 직관보다 데이터에 의한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반인들에게도 패시브하우스를 구현하는 문턱이 많이 낮아 질 것 같습니다. 실무에서도 직접 사용하고 싶고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패시브하우스콘서트" 만큼이나 쉽게 풀어놓으셔서.. 협회교육을 통해 충분히 접근가능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좋은 프로그램 개발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잘 활용하겠습니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꼭 잘 활용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