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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성능을 보장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이말을 알아들으려면 백년은 더 걸릴 것이다.
필자도 30년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30년 전 필자가 속한 세계에서는 손에 들고 다니는 노트북의 사양이 곧 그의 컴퓨터 능력을 상징했다.
486DX2 50MHz CPU, harddisk 50Mbite, 통신모템을 장착한 미국에서 필자가 직접 수입한 도시바 최신 노트북을 쥐고 흔들던 필자도 그러했다.
그때 누군가 필자에게 한마디 했다.
"너는 그 좋은 노트북으로 뭘 하는데?"
필자가 할 수 있는 답은 없었다.
형식적 구성만 갖추고 있었지 그 대단한 구성으로 만들어 내는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30년 전에는 설에서 30평 아파트에 살면 같이 먹어줬다.
아니 먹어 주기로 한 것이다.
부동산에서 가격 매기기도 수월하고 집 쥔들도 사고 팔기에는 그게 편했을 거다.
사는 목적보다는 투자가치를 우선해서 집을 사고 짓다보니 실제 성능 보다는 명료?한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구분의 경계는 더 세밀해졌지만 그 기준이 구성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매 한가지다.
단열재 200t 했으면 단열 성능이 같은 집이고, 로이 2중 유리 2중창 1등급 창호면 같은 급의 창호다.
누군가 "우리집은 로이 2중창이다" 했는데 또 누군가가 "우리집도 로이인데" 라고 답하면 그걸로 바로 같은 급으로 먹어준다.
바닥에 같은 브랜드 충격흡음재 50t깔았다면 층간소음은 같은 급으로 쳐 준다.
벽에 곰팡이가 있던, 결로가 있던, 실제로 윗층 소음이 얼마나 차단 되는지는 그 집의 평가에 고려되지 않는다.
같은 단열재 붙혔고, 같은 창호 썼고, 같은 흡음재 깔았기 때문이다.
구성이 같으면 같다고 먹어 준다. 그에 반하여 표출되는 사례들은 일부에 속하는 하자라는 이름으로 평가 기준에서 배제된다.
실은 그 대부분이 구성이 아닌 내용의 부실이 빗은 하자의 늪 가운데 있으면서도......
아무리 좋은 구성을 갖췄다고 해도 어떻게 나열하여 완성되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수 십가지 공정들이 중첩에 의해 완성되는 집이라는 것은 과정에 의해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저는 아래와 같이 표현합니다.
'건설회사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집 짓는 현장 소장의 생각이 중요하다'라고...
지방으로 하자 현장 실사를 가기 전에 잠깐 주절거렸습니다.
여기서의 '대접'이라는 말의 뜻은 '신뢰' 혹은 '존경'과 궤를 같이 합니다.
물론 기술자들이 시장논리에만 따라가며 자존심을 버려온 수많은 시간때문일 것이고,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기술자 집단이 자구적인 노력을 장기간에 걸쳐 계속해야하겠고, 그 과정이 투명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기술자 개개인이 자기 기술을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는다면 발전도 없을테고, 결국 다같이 망하는 길밖에는 남는 게 없겠죠. 근데 참 애매한 것이, 정보와 기술을 공개하면 핵심적인 부분은 간과한 채로 겉보기에만 비슷하게 따라하면서 품질이나 내구성등을 외면한채 단기간의 먹튀 사업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수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을 한 방에 다 날려버리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입니다.
소비자가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한 눈에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분명히 필요하고, 협회의 홈페이지와 인증제도가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패시브가 아닌 주택이 99.99%인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협회가 표준주택 시공과정을 비롯해 많은 정보들을 공개한 것은 참으로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