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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유감

3 이명래 3 2,163 2016.11.12 14:42
수 년전,
지방 강의가 연 이틀에 걸쳐 있어서 내려가기 하루 전날 염색을 했었습니다.
동네 이발소에서...
 
염색 후 머리를 감겨주면 늘 한 질문을 한답니다.
 
'물 빠지지는 않겠지오?'
'그럼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의 샾은 다른 집과는 다를 겁니다.'
 
집에 와서 다시 한 차례 머리를 감았습니다.
혹여 땀이 흘러 내려 와이셔츠 깃을 검붉게 불들일까 봐서...
 
제 와시셔츠 중 밝은색 계통의 것 치고 깃이 제색깔 가진 거 없답니다.
현장에서 일해서 그런 것이 아닌 머리 염색약 때문입니다.
 
지방 강의 첫 날을 마치고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났는데...
이런,
하얀 베겟잇에 검붉은 물이 머리를 받쳐주는 만큼 물들어 있었습니다.
 
모텔을 나오면서 나이 지긋한 주인 아주머니를 뵙긴 했는데 차마 그 베겟잇 오염시킨 얘기는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미안한 마음 가득했지만서도...
 
 
지난 달...
몸이 으슬으슬한 감기몸살인 듯 하여 집앞 목욕탕에 갔었습니다.
뜨끈뜨끈한 탕과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고(?)싶은 것을 보면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곳 목욕탕 구내이발소에 염색을 하고 싶었습니다.
염색하고 그곳에서 머리를 감고나면 염색물이 빠지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에...
 
동네 이발소(미용실 같음)의 1/2 밖에 되지 않은 요금에다가, 白眉에 염색약을 처음으로 발라주는 그런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염색물의 흘러내림에 의한 와이셔츠 깃 오염도 없고하여 좋았습니다만, 머릿속이 간지러움을 넘어 쓰라리기 까지 하여 머리를 매일같이 감았는데도 효과가 없어서 결국은 피부과를 가야 했습니다.
 
하여...
수일간 머리에 약을 바르고 피부과에서 파는 비싼 샴푸를 사용하는 바람에 피부 트러블은 해결됐습니다만, 머릿속이 허옇게 보일 정도로 비워졌습니다.
 
한 백개의 머리카락이 빠져 나간 듯한 느낌...
나이들어 가면서 한 둘씩 빠져나간 것도 아까운 이 판국에 그런 대량탈모가 발생한 것은 분명 슬픈 일이었습니다.
 
집사람 曰
'그런 곳의 염색약은 쌀 수밖에 없고 그렇게 피부에도 좋지 않으니 나 따라서 미장원가서 해요. 담부터는...'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습니다만, 제가 목욕탕에 가서 염색을 한 것은 분명 싸서 한 건 아니었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하였으니...
 
 
제가 자주 들락거리는 건축관련 사이트에는 불량(부실)시공과 관련된 내용의 질문이 많답니다.
그런 질문을 읽으면서 제가 갖는 의문점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너무 싸게 시킨 것 아닌가?'랍니다.
 
목욕탕에서의 제 머리 염색처럼...
 

Comments

M 관리자 2016.11.13 12:05
네.. 맞아요.
그 "싸다는 것"이 치명적 유혹이죠.
2 ifree 2016.11.13 12:52
어떻게 풀 것인가?  에 주목해봅니다.
제도와 규제 그리고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기능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순 기능도 있습니다.
규제가 가지는 사회적 기능 중 하나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흠결을 상쇄하는 것입니다.
평생 한번 질까 말까 하는 집을 지어야 하는 건축주가 규제가 없는 들판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싸든 비싸든 그 댓가가 적정한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것이죠.
그 부분을 제도와 규제 그리고 전문가 집단이 어느정도 메워줘야 합니다.
우리는 외단열 일체 타설 후 폼타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단열 성능이 현저히 저감되거나 하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축주는 모릅니다.
더 싼 가격과 별 차이 없다라는 한마디로 시장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방치하는 것이 맞을까요?
만약, 건춘허가 단계에서 일체타설의 경우  단열재 성능을 30%삭감하여 평가해도 과연 "별 차이 없으니 이대로 가자는 얘기를 시공업자나 건축가가 할 수 있을까요?"
열반사단열재가 지금과 같이 시공되면 단열 성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건축주가 알고서도 기꺼이 댓가를 지불할까요?
단순히 합당한 댓가만 지불하면 이 모든 폐해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지혜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 이장희 2016.11.13 14:12
이명래 선생님, 염색 안하시고 자연스러운 백발을 자랑하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제 머리와 수염이 빨리 하얘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예전에 파주에 살 때 옆집 아저씨가 조각가이셨는데, 짪은 스포츠머리에 수염을 1센티 정도 기르시고 모두 흰색이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멋있더라구요^^

싼 가격과 정당한 가격에 대한 공급자와 소비자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비자가 그런 안목을 갖기위해서 정보가 공개되고 직접 시공하는 경험에 대한 접근이 보다 쉬워지면서,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시공'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으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기술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게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