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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4 HVAC 1 1,385 2016.09.07 09:29

방금 미국에 있는 한국인 회사 (그리 큰 회사는 아닌듯) 책임자와 전화로 한바탕 했습니다.

여러가지 사연이 있는데 처음의 시작은

우리같은 사업에선 견적서라는게 필수입니다.

 내용을 정리해서 견적서란 건 제출하지요.

견적서의 내용을 숙고한 후 계약서를 쓰게되지요.

건축이건 기계이건 우리네 견적서의 금액은 기본 10% 네고가 있다고들 합니다.

저희도 사업 초기에 견적을 냅니다. 잠시후 연락이 옵니다. 네고 얼마냐고.

그럼 끝에 백원빼고 그거다 라고 하면 화냅니다. 사람 무시하냐고.

당취 무신 소리인지 라고 묻으면 구매가서 네고하면 자긴 죽는다. 지금해라 지켜줄께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렸죠.. 들고있는 그 견적서 금액이 끝이라고.

사업 초기 적응않된게 이런 문화적 차이입니다.

저는 서양문화를 반드시 좋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의한 문화라서 당최 원...

서양 역사를 보면 영주라고 하는 땅주인이 등장합니다. 영주들 중 핏줄좋은 놈들중 하나가 왕이 되는거지요.

영주와 기사들은 충성.. 이런거 없습니다. 그냥 계약입니다. 왕이 땅이 임대해주니깐

기사는 왕이 필요하면 도와줘야 된다.. 이런 식의 계약... 땅 힘빨이 떨어지면 자연히 계약파기가 되고

옆 동네 왕한테 옶겨 가고  이게 유럽의 역사였지요..


지도를 보면 유럽은 엄청 복잡합니다. 조그마한 나라들이 다닥다닥..

이런 국경의 개념이 확립된게 2차 대전 후라고 합니다.


중국 한국 일본의 동양권에선 영주란 단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주군, 천자 뭐 이런식의 계약서없는

대물림이 되는 그런 사고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계약서엔 익숙하지 않습니다. 뭐 대충 하고 뭐 큰일 있겠어 하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유럽회사나 미국 회사와의 상업계약에선 예전에 낭패를 본 일이 많았답니다. 지금이야 계약서를 변호사 검토하고 법무에 보내네 어쩌내 하지만 예전에야 사장이 똑똑하면

보는거고 아니면 당하고 하는 식이였죠.


견적서 이어지는 계약서는 지금 사회에선 상업거래에 있어선 근본이 되어야 합니다. 

아래 아이프리님의 계약서 사진을 보면서 든 생각이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두채를 건축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약서 2장.. 그렇고 제대로 없는 항목이 너무 많았고요.. 그러니 비가 새는 하자가 생기니 당황하지요. 누굴 불러야 하는건가??? 

Comments

1 이장희 2016.09.07 13:00
사담입니다만...
제가 쭉 해왔던 가구는 원목을 소재로 한 싱크대.붙박이장,식탁 소파등의 소위 architect furniture라고 부를만한 품목이었습니다.
마진 없이 인건비가 하루당 16~18시간을 일하고 3만원밖에 안나왔어도 계약금액은 기천만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는 단 한번도 제게 계약서를 요구한 적이 없었고,
되려 제가 5~10장짜리 계약서/상세 디테일 명기서류를 10pt글씨로 빼곡히 작성해서 "이거 초안이니 원하는 사항을 제시하라'고 해도 '알아서 잘해주시겠죠'등등의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한 코멘트로 반응한 뒤 제작기간중 또는 납품/설치 후에, 계약시에 약속도 안됐던 사항들을 요구하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싸우기 싫어서 어느정도 들어주다가 주문가구장사를 접었습니다.

주택사업은 반드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협회를 알게되어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판단합니다.
뭐...그래도넘어야할 산은 많은 것 같습니다만 잘 헤쳐나가야겠지요.

작금의 논의 내용은 계약방식이나 서류 구비조건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화적이면서 동시에 정서적인 면에서 비롯된 오래된 관행과 타성에 젖은 업계 전반의 문화가 문제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많지는 않겠지만 아직 시간이 있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끼리 새로운 문화를 시장에 제시하고 지켜낼 필요가 있습니다.